매거진 걷다보면

산과 음악

남쪽 바다의 보물섬 사량도 산행기 251221

by 폴 정

25년이 이 주 남았다.

시간이 흐르다 못해 '점핑'한다.

한 달이 한 주 같다.

삶의 체감시간을 늦추려면 좀 지루하게 살아야 할 텐데... 일 났다~

맘 맞는 몇몇이 의기투합, 전용차선을 내달릴 수 있는 9인승 중고 럭셔리 리무진을 덜컥 마련했다.

대망의 첫 여행지는 사량도!


사랑과는 거리가 먼...


이름만 듣고 남녘에 위치한 꽤나 낭만적인 섬인 줄 알았는데 다녀와 찾아보니, 뱀다리섬(사량도蛇梁島)이란다. 상도, 하도 두 개의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사이 해협이 가늘고 긴 뱀모양이라나.


상도와 하도를 연결하는 교량, 뱀은 안 보이는데...


통영 중앙시장입구에서 생대구탕으로 배를 채우고, 제철인 석화, 전복, 가리비 그리고 펄떡거리는 감성돔과 밀치 회를 썰어 담아 사량도행 페리호에 올랐다.



바다가 고즈넉이 보이는 그림 같은 펜션에 짐을 풀었다. 슬슬 걸어 다닐 수준의 섬인 줄 알았는데 상도와 하도의 외곽도로가 총 40km에 이른단다. 일몰 포인트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섬바다펜션, 주인장내외가 너무 깔끔하신 듯
요런 일몰은 보너스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니 육지는 꽤나 쌀쌀한데 섬날씨는 봄날 같다. 펜션 마당에서 고기도 굽고 해산물로 와인으로 파티를 제대로 했다.


최고봉이 398m에 불과하지만 말 그대로 해발고도에서 출발해야 하니 절대 만만치 않은 높이다. 게다가 매끈한 뱀의 등짝이라기보다는 작은 공룡의 등을 닮은 뾰족한 바위들이 아찔하게 이어진다.


좌우 모두 바다, 바다다
작은 소망들이 소복소복


초반 힘겨운 오르막을 오르자 능선 양 옆으로 그림 같은 바다풍경이 펼쳐진다.

우측도 좌측도 모두 바다, 바다다. 나일강을 가르고 행진했다는 모세가 하나도 부럽지 않다.


맑은 날엔 지리산이 보인다고 하여 지리망산이라 부르다 그냥 망자를 떼어 버렸다는 정상에 올랐다.

그래서 지리산을 보았냐고? 당근이다!


좌측 상단 굴뚝 너머 어렴풋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

다시 능선길, 그리고 내리막과 오르막이 이어진다. 경치에 취해 아차 넘어지기라도 하면 대형사고가 날 것 같은 돌길인지라 시종일관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산이 버거울 땐 노래 한 모금~


산에 다닌 이후로, 나만의 음악치료제를 챙기곤 한다.

오르막이 유독 힘겨울 땐, 정인의 오르막길, 이번엔 창작자인 윤종신과의 듀엣으로 들었다.


https://youtu.be/TA06 nvaT72 Q? si=JnOY4 cEY9 c5 EpD0 G


다시 능선이 나오면 파헬벨의 캐논을 듣는다. 가쁜 숨을 고르기에 이보다 좋은 힐링이 없다. 캐논이 끝날 때 즈음엔 여지없이 오르막이 나오고, 힘겹게 오른 언덕 위에서 한숨 돌릴 땐, 김민기의 봉우리가 있다.


https://youtu.be/3DMQc76GfzQ?si=dPpmETIkezvHaAtR


요길 걸었어야 했는데... 살짝 무서워 패스...ㅠ


정상에서 땀을 식히면서 듣는 치료제도 있다.

최애곡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 '저녁산들바람은 부드럽게'.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팀 로빈스가 자신과 죄수들을 위해 틀어주는 LP판 장면 이후, 자유가 고플 때마다 찾아 듣곤 한다.


https://youtu.be/un7tf_iCGPA?si=D8N6Kk-WyrwZcZso


높지 않지만 아찔한 풍광, 사량도의 자랑이다


지난 달 참석한 정혜윤 작가의 북토크, 자신을 열자 내외로 소개하는 연습을 해 보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내린 고민의 산물이 "산, 음악, 책에 빠진 피터팬", 딱 열 자다. 맘에 든다..ㅎ


올 산행일지를 이렇게 갈음한다.

같은 음식도, 같은 와인도 누구랑 어디서 마시느냐가 좌우한다고 한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여기에 하나 추가, 같은 노래도 산에서 듣는 음악이 최고임을 꼭 체험해 보시옵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돌아봐야 보이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