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콜, 길빵..., 고된 일만 넘쳐납니다
2월1일, 새벽 4시경 안산시 안산역. 방금 또 다시 길빵 당하고 분한 마음으로 피씨방에 들어왔습니다.
요즘은 참 일이 없습니다. 경기가 나빠지기도 했겠고, 대리업자와 대리기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이겠지요. 오더수는 줄어들고, 똥콜들만 난무합니다. 불금(불타는 금요일), 그 호경기는 기대도 못하건만, 잡은 오더가 취소되어 헛고생하는 짓거리만이라도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오늘밤 벌써 두번째 길빵을 당하는군요.
새벽녘 수지구청 앞에서 잡은 오더, 수원 고색동 경유를 거쳐 도착한 곳이 안산 신길 택지지구 산꼭대기의 안산2차휴먼빌아파트입니다. 해본 놈이 더 독하다던가요. 과거 대리기사하느라 무척이나 고생해봤다는 이 손님, 기어이 이 새벽에 꼭대기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몇바퀴 돌아 주차를 시킵니다. 주차를 끝내고 급한 마음 달래가며 안산역까지 30여분을 달려갑니다.
안산역, 많은 외국인노동자들이 거주하다보니, 한국땅이지만 조금 낯선 곳입니다. 대로변이건만 매서운 추위와 함께 걸어가는 발걸음은 으시시 합니다. 허름한 피씨방에선 이상한 외국말 소리가 가득한 곳, 독특한 곳입니다. 천상 여기서 오더 잡기는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러다 한시간 이상 기다려 잡은 콜입니다. <안산역 공영주차장 - 중앙역 00k>
▲ 수지구청에서 수원 거쳐 안산역 부근까지 달려온 운행지도입니다.
매일밤 대리기사는 00 당한다
콜하고 손에게 전화하면서 공영주차장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손은 보이지 않고 전화는 끊겨버렸습니다. 천상 상황실에 전화 걸어 오더 취소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상황실에서 돌아오는 것은 기사님이 늦게 도착해서 손님이 가버렸다는 핀잔뿐입니다. 매번 이런 식입니다.
대리기사가 오더를 잡고 손이 있는 곳으로 가면 이미 손님은 사라져버렸거나,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님이 어떤 이유에서건, 오더를 취소했거나 다른 기사를 불러 가버린 것입니다. 천상 분한 마음에 상황실에 전화하면, 애꿎게도 기사탓만 하며 시비를 겁니다. 그러다 걸핏하면 벌금을 뜯어가고 배차제한을 걸어버립니다. 자기네 오더는 보지도 못하게 해서 기사들 일거리를 뺏어버리는 짓거리입니다. 그 때 그 분한 마음은 자칫, 옆에 있다면 살인이라도 날만큼 원한이 넘칩니다. 대리기사들이 매일밤 당하는 일입니다.
날씨가 추워서일까요? 열받은 분한 마음을 추운 날씨가 식혀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다시금 그 피씨방에 돌아와 앉습니다.
하룻밤 천리길, 그 길을 가다.
오랜만에 써봅니다. 하룻밤 천리길...지난 여름철 2편을 써보곤 오늘새벽 이렇게 정리해보는군요.
내 스마트폰을 켜봅니다. 오더수 다섯개, 총매출 115 K. 요즘 분위기론 선방했다해야 할까요 쩝...
▲ 이날의 운행내역입니다. 총 5개콜. 총매출 115 K . 이게 내 간밤부터 이 새벽까지 벌어들인 매출입니다.
이중 대략 60%가 내 수익입니다.
1) 오늘밤 내가 수행한 오더들입니다.
- 배명사거리 - 송파등기소 10k ; 거리 1.9km, 운행시간 10분(10k는 요금이 1만원, 1k =1천원)
- 잠실본동 우성4차아파트 - 올림픽선수촌아파트 15k (팁 5k) : 거리 5.31km, 시간 15분
- 삼전4거리 - 명일동 홈플러스 15K( 팁 5K) : 거리 8.5km 시간 25분
- 명일역 - 수지풍덕천 25k : 거리 31km, 시간 40분
- 수지구청 - 수원고색동 - 안산 신길동 30k(경유비 +10k) : 거리 42km, 시간 75분
2) 정리해봤습니다.
- 총운행거리: 1.9 + 5.31+ 8.5 + 31+ 42 = 88.71km
- 총운행시간: 10 + 15 + 25 + 40 + 75 = 165분
- 총매출: 10 + 15 +15 + 25 + 30 + 추가비 20 = 115k
- 운행속도: 88.71/165분 = 시속 32.2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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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입: 115,000 * 65/100 = 69,000원 (총매출의 대략 60퍼센트 정도가 순수입입니다. 그 구체적 이유는 나중 설명하겠습니다.)
내가 일하려 대기한 시간이 저녁 7시, 지금 시간은 새벽 4시, 아마 집가는 시간을 더하면 새벽 6시는 될 겁니다. 모두 더하면 총 11시간, 660분입니다.
사전상으로 천리길이란 392.7km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나의 간밤 천리길은 얼마나 되는걸까요?
실제 운행하느라 걸린 시간은 165분, 2시간 5분인거군요.
결국 11시간 - 2시간5분 = 8시간55분, 이 시간을 대기하고 이동하는데 썼다는건데, 참 아쉽기만 합니다. 그 시간 중 절반만이라도 운행시간으로 쓰였다면 아마 하룻밤 수입이 더블은 되었을텐데요.
아직도 부족한 나의 실력 탓도 있을 것이고. 대리판의 열악한 환경탓도 있겠지요.
이 대리기사일, 답 안나오기로는 시간 낭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만리길도 넘어갈 우리네 인생길, 부지런히 달려갑니다
아침 5시가 넘었습니다. 이글 쓰느라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곧 해가 뜰 겁니다. 남들은 출근 등 하루일을 시작할 시간 쯤이 우리 대리기사들은 귀가해야 할 때입니다. 여기서 서울 송파까지 가려면 아득하기만 합니다. .
서민 동네일수록 새벽 첫차에 실린 승객들은 가득 넘칩니다. 피씨방을 나서면 이미 안산역에 발걸음 바쁜 사람들로 가득할 겁니다. 그만큼 이른 새벽부터 하루일을 시작하는 우리네 부지런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거겠지요.
하룻밤 천리길, 각자 어떤 모습으로 달려가건 다들 열심히 살면서 걸어가는 길들입니다. 어찌 천리길 정도뿐겠습니까. 만리길도 넘어갈 것같은 우리네 인생의 고된 거리, 부지런히 달리면서 그 고갯길을 넘어갑니다. 대리기사의 하룻밤 천리길, 우리는 이제 여기서 마감하고 일어섭니다.
*출처: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http://cafe.daum.net/wedrivers/6u3o/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