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미래는 SK인가, South Korea인가.

‘한일 경제 통합론’이라는 환상: 누구를 위한 제안인가

by kay

https://youtu.be/rt-iDoCe3CU

유튜브 영상을 봤다.


할많하않 하려다가, 못참고 쓴다.


2024년 10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제 수출로는 못 산다”며 한국경제의 돌파구로 ‘한일(한국-일본) 경제 통합’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겪고 있는 높은 비용 구조, 한계에 이른 수출 구조,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앞세워 “한일이 손잡으면 비용을 줄이고, 시장을 크게 키우고, 동북아 신경제블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언뜻 보면 한국경제가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을 바라본 통찰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 제안에는 경제·정치·역사적 맥락이 생략된 채 사업자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논리적 비약이 숨어 있다.


나는 최태원 회장의 제안의 핵심 구조를 해부하고, 진정으로 한국경제의 자주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이 어디인지 진지하게 뜯어보고 싶어졌다.


1. 최태원의 제안의 세 가지 축에 대한 반론


(1) 비용 절감 논리


최 회장은 한일 간 통합을 통해 비용이 “엄청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비용 구조라는 측면에서 일본의 현실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1인당 GDP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높은 편이고, 단위노동비용(ULC)도 한국보다 높은 상태다.


즉, 두 ‘고비용 국가’가 통합한다고 해서 비용이 자동으로 절감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근거가 희박하다. 일본의 에너지비용·노동비용·고령화 부담이 이미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기대하는 비용절감 효과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좋게 말해서 [낮다]는 거고, 사실상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가 아닌가?


떨어지는건 비용이 아니라, 효율이겠지.


(2) 시장 확대 논리


최태원 회장은 “한일이 통합되면 5천만 시장이 아닌 2억 명 시장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보다 복잡하다.


한국과 일본은 언어·문화·역사에서 차이가 크며, 무엇보다 양국의 산업구조가 보완적이라기보다는 경쟁적이다. 반도체·자동차·정밀가공기계 등 양국 수출 주력 산업은 상당 부분 중첩되어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 여러 지표에서 드러난 결과에 따르면 한일 수출품목 상위 20개 품목 중 12개가 양국 모두 포함되어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단일시장 모델과 달리, 일본과 한국은 제도·통화·법률·언어 등이 통합된 공동체적 기반이 없다. 시장 확대는 단순히 규모만 키운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시장 확대” 담론은 상대적으로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고 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


(3) 지정학·안보의 결합 논리


최 회장은 “미중 대립 속에서 한일이 손잡으면 제4의 경제블록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미국-일본-한국 3국 동맹 및 여러 글로벌 공급망 구조 속에서 안보와 경제를 설계하고 있다. 일본과의 통합이 추가적인 안보적 이익을 보장한다는 구체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더욱이 최근 일본에서 취임한 타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본 우선(Japan First)”적 외교·안보 기조를 강조하며, 남한과의 역사 문제 및 외교관계에서 다소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화면 캡처 2025-10-28 170509.png 문제는 지금 일본 총리가 이 사람이다.


따라서 한국이 일본과의 경제통합을 통해 안보적 이익을 획득할 수 있다는 주장은 구조적 현실을 과소평가한 해석이자, [선생님, 어디서 그런 Hut소리 듣고 오셨어요?] 라고 반문하고 싶어지는 주장이다.


2. 한일 무역 구조의 현실: 비대칭적 의존


한국의 대일(對日) 무역적자는 2023년 기준 약 205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국의 핵심 위기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일본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19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당시 한국은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일본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90% 이상이었고, 그 이후 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일본산 소재의 점유율이 50~70% 수준이다.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태를 겪으면서 핵심소재의 국산화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그러하다.


이런 상태에서 한일 경제통합을 추진할 경우, 한국은 일본 소재산업의 안정적 수요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한국 첨단 제조업이 일본 기업들의 ‘하청시장’이 되는 구조적 위험도 존재한다. 이는 과거 식민지적·종속적 구조를 연상케 한다.


3. 역사 문제를 외면한 ‘경제만 분리’ 논리의 위험


최 회장은 “역사는 정치가 풀 일”이라며 경제와 역사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경제 통합은 제도적 안보·정치적 통합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이 단일시장으로 발전한 배경에는 통화연합, 인권체계, 법률제도 공유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일본은 여전히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한국·중국과의 역사문제 감정이 남아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논란이 존재하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사과 문제에서 한국측과의 인식 차이가 크다.


2883174.jpg 다시한 번 말하지만, 총리가 얘네라니까?


경제협력은 결국 신뢰 기반 위에서만 작동한다.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경제만 따로 흐른다”는 주장은 현실을 외면한 이상론이다.


4. 대안으로서 동유럽 전략: 실익·다변화·자주성


한국이 취해야 할 진정한 대안은 다변화와 자주적 선택지 확보에 있다. 여기서 동유럽 협력은 유의미한 사례다.


(1) 폴란드 방산 수출 협력

2022~2024년간 한국은 폴란드와 약 10조원에서 최대 20조원 규모의 방산 계약을 체결했다. K2 전차·K9 자주포·FA-50 경전투기 등이 해당된다. 이 계약은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한국 기술이 유럽 생산기지를 갖고 동유럽 시장으로 확장된다는 의미가 있다.

507955_107026_1840.jpg 로켓(새벽)배송 해드립니다, 폴란드 고객님.


(2) 상호보완적 산업구조


동유럽 국가들은 저임금 제조기지 및 EU시장 접근성을 제공하고, 한국은 기술력·자본을 제공한다. 이런 구조는 제로섬 경쟁이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이득을 제공하는 이른바 윈윈구조다.


(3) 역사적·정치적 부담이 적다


동유럽 국가들과 한국 사이에는 과거사나 민족감정이 일본과의 관계만큼 얽혀 있지 않다. 따라서 협력의 정치적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렇듯 실질적 현금 수익과 산업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한 동유럽 전략은, 한일 통합론에 비해 구체성과 실행력이 높다.


5. 재벌 대기업 이해관계와 국가이익의 충돌


최 회장의 주장은 또한 그의 기업집단인 SK그룹의 사업 구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일본 소재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깊이 맺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일본 배터리 기업들과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고 있다.


따라서 “한일 경제 통합”은 SK 입장에서는 일본 기업과의 제휴 리스크를 제도화하고 안정화하는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한 기업이나 재벌의 이해관계가 국가경제 전략을 좌우해서는 곤란하다. 국민경제는 특정 대기업의 리스크 회피 전략으로 구성되어서는 안 되며, 이는 성장의 수혜가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 구조를 반복할 우려가 있다.


6. 일본의 새 리더십, 타카이치 총리의 등장이 던지는 시사점


화면 캡처 2025-10-28 170344.png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현 일본 총리가 이 사람이라니까?


최근 일본에서는 타카이치 사나에가 자민당(LDP) 대표로 선출되고, 10월 21일 일본의 첫 여성 총리로 취임했다. 전통적인 ‘아베 계승’ 노선의 대표자로 평가되며, 외교안보 및 경제안보 강화에 강한 의지를 표명해 왔다.

이러한 리더십 변화는 한일 경제통합 논의에도 다음과 같은 함의를 던진다.


일본 내부 정치역학이 보수강경 노선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한일 협력의 조건이 과거보다 더 경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타카이치 리더십하에서 일본은 ‘경제안보 중심’ 정책과 함께 외국인 정책·이민정책을 보다 제약적으로 설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이 일본과의 경제통합을 논할 때는 상대국 변화된 정치지도부의 의도와 국내정치 동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7. 진정한 성장 동력: 자주적 혁신과 글로벌 다변화


최 회장은 “수출로는 못 산다”고 진단했지만, 실제로 한국은 2024년 기준 약 6,838억 달러의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기록했고, 약 518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이는 수출구조 자체가 여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어디로, 무엇을, 어떻게 수출하느냐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수다.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우주항공 등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


내수시장 활성화도 병행해야 한다. 소득불평등 해소, 복지 확대, 소비력 제고가 필요하다.


수출시장 다변화도 중요하다. 일본 하나에 경제를 맞춘 채로 세계경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와 같은 방향이야말로 “수출 의존 탈피”나 “한일 통합”이라는 포장된 해법보다는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이다.


8. ‘6·25 전쟁 특수’의 재현을 경계하라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일본은 한국전쟁에 뒤이어 UN군 후방 기지로서 막대한 전쟁 특수를 누렸다. 오늘날 미중갈등이라는 신냉전 구도 속에서, 일본이 다시 한국의 ‘후방기지’ 혹은 ‘플랫폼 국가’ 역할을 맡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만약 한국이 일본과의 경제통합 속에 종속적 역할을 맡는다면, 한국은 공급망·서비스·금융 등에서 의존적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자주적 경제강국으로 나아가야 할 길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마지막으로, 통합은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최태원 회장의 한일 경제통합론은 표면적으로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일본의 경제리스크 회피, 재벌의 제휴 안정화, 그리고 한국이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가 내재되어 있다.


한국경제의 진정한 미래는 일본 등 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혁신과 역량을 강화하며, 글로벌 다변화를 통해 여러 옵션을 확보하는 데 있다.


나름 정중하게 물어보고싶다. “누구를 위한 통합인가?” 한국 국민을 위한 것인가, 특정 대기업과 일본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한마디로 SK야? South Korea야? 우리 분명하게 하자고.


답은 분명해야 한다. 일본 등 특정 국가의 경제블럭에 종속되는 길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경제강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역사는 자주적 선택을 한 나라에게만 미래를 허락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트럼프에게 삥 뜯기느니, 그 돈 기업에 퍼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