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과 나

3. 앙가르드(En garde)

by 류시

펜싱의 준비 자세인 앙가르드는 펜싱 게임 시작 전에 취하는 자세이다. 이 자세에서 부터 개개인 마다 다른 양상을 보인다. 어떤 사람은 몸이 앞으로 기울어져 있고, 어떤 사람은 중심이 딱 잘 잡혀 있기도 하며 단단하고 경직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연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펜싱은 복합적인 요소가 반영되는 경기이다 보니 한번 경기를 하면 그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인 특성을 느낄 수 있다. 칼로 하는 대화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한 번 한 번의 칼이 강력하고, 단단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칼과 몸을 다루는 사람들이 서로 점수가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게임을 보고 있으면, 삶이나 펜싱이나 삶에 있어서 주어진 규칙이나 법규는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에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싱의 기본이 잘 되어있는 사람은 앙가르드 자세부터 안정적이고, 막 시작하는 초보자는 아직 이 자세부터 자리가 잡혀있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습득력이 좋은 사람은 기본기를 배운 것을 빠르게 흡수하여 안정된 앙가르드 자세를 보인다. 얼마 전 클럽에 새로 온 사람 중에 한명은 너무나 탄탄하고 안정된 앙가르드 자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룰 자체를 아직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의아 했었는데, 얼마 지난 후 알고보니 다른 종목을 오래 하셨던 분이라 기본적인 자세나 체력, 근력은 갖추었으나 새로운 종목에 아직 익숙하지 않으셔서 게임 운영에서는 미흡한 모습을 보이셨던 걸 알고는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고작 잠깐의 준비 자세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부분을 알게 해주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코치님들이 주로 하시는 말씀이 앙가르드 때부터 어떤 것을 할지 시작해 두라고 말씀을 하신다. 적극적인 공격을 펼칠지 아니면 상대를 보고 대응하는 방법으로 게임을 시작할지를 정해 두라고 하는데,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자세가 나와버리고 결국 실점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앙가르드를 하고 게임이 이어지면 실점을 하고 심판을 보시던 코치님들이 항상 물어보신다. 뭘 하려고 했냐고 그러면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실토한다. 찰나의 게임에서 조차 아무생각 없이 하는 것은 티가 나기 마련인데, 무언가를 이루고자 할 때 무작정 아무 생각 없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태도로 시작을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국을 운영한다는 큰 결심을 하고 준비를 하면서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대응하는 부분에서는 결국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약국 운영에서도 앙가르드는 중요하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고객을 대하고 궁극적으로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 인지에 대한 명확한 자세가 없다면 펜싱에서 실점을 하듯이 약국 운영에 있어서도 길을 잃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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