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다시 시작하게 된 펜싱
그렇게 '플뢰레'라는 종목을 펜싱을 결국은 관두었던 나는 또다시 어떤 운동을 시작할 지 고민하는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펜싱이라는 운동이 주었던 즐거움과 그 때 늘었던 체력의 기억이 있었지만 어차피 같은 이유로 관두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주저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펜싱을 그만 둔 사이 내 신변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 펜싱을 다닐 때에는 대학병원 앞 문전 약국의 근무 약사로 지내고 있었으나, 그만두고 파트타임 약사로 잠시 있다가 예전에 다녔던 병원 약사의 삶을 다시 살아볼까 하는 생각에 대학 병원에 입사하게 되었다. 처음 입사하였을 때는 새로운 직장이다 보니 익혀야 할 일도 많고 해서 아무 생각이 안났으나, 조금씩 적응하게 되자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병원 약사의 삶에서 다시금 운동에 대한 욕구가 서서히 올라왔다. 대학병원에서의 일의 강도 자체는 전에 다니던 병원보다 덜 했지만, 그 때에 비하여 나이를 먹었다 보니 역시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금 들었던 생각이 역시 체력 올리는 데는 펜싱만한 것이 없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파리올림픽 사브르 펜싱 경기를 보게 되었고, 펜싱을 다시 하고 싶다라는 마음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다니게 될 펜싱은 지난 번과 같은 이유로 관두고 싶지 않아서 일단은 연식이 오래 되지 않은 클럽 위주로 찾게 되었다. 마침 새로 생기는 펜싱 클럽이 있었고, 전에 다니던 펜싱 클럽 보다는 거리가 조금 더 멀었지만 그래도 또 못갈 정도로 멀지는 않아서 한번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 보게 되었다. 이번엔 '사브르'라는 종목을 하는 클럽으로 기존에 배웠던 종목과 달랐는데, 파리 올림픽에서 보던 역동적인 경기 장면들이 나의 흥미를 불러 일으켜서 종목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 찬 채로 클럽에 방문 하였다.
방문한 클럽은 '가오픈' 중으로 아직 시스템은 정비되지 않았으나, 코치님이나 감독님 등 운영하시는 분들이 친절하게 맞아 주셨고, 원데이 클래스에서 알려주는 부분들이 만족스러웠다. 성격이 급한 나는 서로 견제를 하면서 칼이 오고가는 '플뢰레'가 견제 하는 동안도 지치는 느낌이라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사브르'는 경기 시간이 매우 짧고 순간적으로 공방이 오고 가고 경기 시간 자체가 엄청 짧아서 성격과 잘 맞고 재미가 있었다. 만족스럽게 원데이 클래스를 끝내고 정규 클래스를 등록하게 되었는데, 자세히 알아갈 수로 기존 '플뢰레'와든 세세하게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플뢰레'는 일단 공격하는 부위의 범위가 몸통으로 좁다 보니 손목을 좀 더 많이 움직여서 운동을 할 때 손목에 좀 더 부담이 되는 것 같았고, 칼을 쥐는 방법도 '플레뢰'쪽이 손가락에 좀 더 무리가 가는 것 같았다. '사브르'는 순간적인 폭발력이 중요한 종목이다 보니 빠르게 순간적으로 강하게 하체를 많이 쓰는 경우가 많았고, 하체 쪽에 운동 부하가 더 걸리는 것 같았다. 앙가르드(En garde)라고 하는 게임 시작 전 준비 동작부터 사브르와 플뢰레는 차이가 있었다. 게임 운영면에서는 '플뢰레'와 '사브르' 둘 다 공격권 개념이 있었으나, 이전에 '플뢰레'를 배울 당시에도 공격권의 개념에 힘들어 하며 완전히 숙지하지 못한 채로 그만둬 버렸기 때문에 '사브르'를 배울 때도 시작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가오픈 중인 새로 시작하는 클럽이라 이제 막 펜싱을 시작하신 회원 분들이 많은 편이었고, 기존에 펜싱을 어느 정도 하시다가 종목을 바꾸시는 분이나 집 근처 가까운데 생겨 옮기게 되시는 분 등 다양한 실력의 회원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사브르'라는 펜싱 종목으로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펜싱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