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과 나

1. 펜싱을 시작하다

by 류시

몇 년 전 새로운 운동을 탐색하던 중이었다. 다양한 운동을 찔러보기만 했던 나는 은근 운동 선택의 기준이 까다로웠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가 있을 것. 사실 헬스나 요가와 같은 운동들은 허약하고 뻣뻣한 내 몸에 필요한 운동이었지만, 원래 필요한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른 법인지라 시도를 해 보았지만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열심히 탐색을 하던 중에, 올림픽 때 한번씩 이슈가 되는 '펜싱'이라는 운동이 나의 흥미를 끌었다. 서울 살이의 큰 이점 중 하나는 정말 다양한 종목의 취미를 가까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인데, 흔한 운동이아닌 펜싱도 역시 서울에는 할 수 있는 곳이 굉장히 많았다. 펜싱에 대하여 자세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단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연락을 해서 가보기로 했다. 처음엔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해 보았는데, 내 성격상 원데이 클래스까지 등록한 경우는 대부분 정규 등록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역시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하고, 이 운동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라는 생각에 정규 등록을 하였는데, 방문한 펜싱 클럽이 펜싱의 세 종류인 '플뢰레', '에페', '사브르' 중 플레뢰를 가르치는 클럽이라서 나의 첫 펜싱 시작은 이렇게 '플뢰레' 종목이 되었다.


펜싱의 세 종류의 분류는 공격 부위와 공격권 유무에 따라 분류가 되게 되는데, 내가 시작한 '플뢰레' 종목은 몸통 부위만 공격이 가능하고, '공격권' 이라는 개념이 있는 종목이었고, '에페' 종목은 전신 공격이 가능하고, 공격권 개념이 없는 종목이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최근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었던 '사브르'라는 종목은 상체가 공격부위고, 공격권 개념이 있는 종목이고 찌르기만이 가능한 다른 종목들에 비해 베기도 가능하여 역동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종목별 특징이 다르다 보니, 도복이나 칼 등도 각각 조금씩 차이가 있다.


내가 다니게 된 클럽의 코치님과 감독님은 모두 굉장히 친절하셨으나, 클럽 자체가 수 년간 운영을 하던 중이다보니 소위 '고인물' 분들이 많았고, 텃세나 이런 것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펜싱의 '펜'자도 모르던 나와 오래 하신 분들과의 실력과 체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그 갭을 줄여보고자 오래 다니신 분들 처럼 매일같이 나가서 운동하고, 몇 시간 씩 해보기도 하였으나 역시나 오래하신 분들의 발끝에 조차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펜싱의 큰 이점 중에 하나는 꽤나 고강도 운동이다 보니 생활 체력이 빠르게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클럽 다니던 중 회원분 한 분이 본인의 한계를 모르고 무리하게 하다가 호흡곤란이 와서 119를 부른 적도 한 번 있긴 했으나, 클럽 코치님들이나 감독님들은 기본적으로 나 같이 일반인들이 운동을 시작할 때 힘들면 언제든지 쉬게 해주시고 무리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 주신다. 이러한 생활 체력의 증가는 운동을 쉴 때 더 잘 느껴지는데, 펜싱을 다니다가 쉬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펜싱 다닐 때의 평소 넘치는 에너지가 그리워 져서 결국 다시 돌아가곤 했다.


고민 속에 다니다가 말다가하며 결국 기존 클럽에서의 소위 '고인물' 회원님들과의 실력 및 체력 차이 때문에 뭘 해보려도 안된다는 좌절감은 점차 운동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게 하였다. 새로 시작하는 회원님들도 가끔 오시긴 했으나, 오래 다니는 분들은 별로 없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어렵고 해서 결국엔 아예 나가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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