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승과 패
펜싱은 상대가 있고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다 보니 이기고 지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 나도 아무리 초연해 지려고 해도 나보다 한참 늦게 시작한 사람한테 지거나,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만나게 되면 좌절하고 우울한 마음이 든다. 동호인으로 몇년씩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들게 된다. 같이 하는 동호인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만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다'라고 하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동일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승부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덜고 싶은 마음에 좀 더 자기 수양의 방향으로 노선을 정하기로 했다.
어떤 운동이라도 반복된 훈련으로 그 부위의 근육이나 자세가 자리잡히고 나서야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걸 우리는 '기본기'라 부른다. 이 기본기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이겨봤자 의미가 없다라는 것이 코치님들이 항상 강조하시는 부분이다. 이 기본기 조차 신체 조건에 따라 누구는 쉽게 익히고, 누구는 더디게 익혀지게 마련인데, 기본기 익히는 것도 느리고 승부에서도 좀처럼 이기지 못하면 그 종목을 금방 포기하게 된다. 심지어 우리는 동호인이라 아마추어인데 계속되는 좌절감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수련으로의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프로는 결국 성적이 가장 중요하고 성적을 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결과 지향적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지만, 아마추어의 성적은 사실 내 마음에 영향을 끼칠 뿐 그 외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꺾이고 부서지는 때로는 버텨야만 하는 다양한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펜싱을 하면 매 게임마다 부서지고 부서지고 패하고 뜻대로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래도 다시 마음을 잡고 도전하는 연습을 펜싱을 통해서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기본기가 잘 닦여 있지 않으면, 운에 따른 승리의 횟수가 많아지게 되고, 이 승리는 결국 펜싱이라는 분야에 나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그 한계 또한 명확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하나의 승리보다 하나의 정확하고 완전한 동작을 위한 연습을 하려고 한다. 이 과정을 거쳐 변화할 나의 모습이 벌써 기대가 된다. 만약 큰 변화를 보이지 못하더라도 펜싱에 있어서 어제의 나 보다는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