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비전은 왜 중요하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스타트업은 모든 것이 모자란 조직이다. 사람도 적고, 돈도, 고객도, 네트워크도, 보이지 않는 지적 자원마저 적을지도 모른다. 사실 당연하다. 부유하게, 넉넉하게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없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은 스타트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모자라면 안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나는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다른 자원이 모자라기 때문에 다른 조직보다 비전의 중요성이 더 클지도 모른다. 명확하고 강력한 비전이 있어야 눈앞에 놓인 불확실성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원은 적거나 없고 위험은 큰 환경에서, 비전만이 스타트업의 유일한 무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이 무기를 활용해서 경영자 스스로를 다독이고, 동료 직원의 관심과 에너지를 모으고, 외부로부터 자원을 끌어와 기회를 잡기 위한 동력을 만든다.
비전이 빈곤한 스타트업은 생존과 성장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비전이 빈곤한 스타트업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 조금 더 격하게 표현하자면, 비전마저 빈곤한 스타트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나는 믿는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의 비전이 빈곤한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두 방법은 상호보완적이다.
방법 1) 질문
가장 단순한 방법은 질문하는 것이다. 그 조직에서 가장 큰 책임을 가지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대주주, 대표. 당연한 이야기지만, 비전은 그(들)에게서 나온다. 비전은 위임할 수가 없다. 그러니 물어보자. 당신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회사가 가진 비전은 무엇입니까? 라고.
방법 2) 관찰
두 번째 방법은 관찰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의 대상, 질문의 대상인 그들을 관찰해보라. 그들이 내리는 의사결정을 살펴라. 그들이 회사 내/외부 요소-직원, 시장, 투자자, 경쟁사 등-를 어떻게 인식/해석하고 그(것)들과 상호작용하는지 보라. 반복 안에서 패턴이 보일 것이다. 그 패턴에서 이 스타트업의 책임자는 어떤 사람이고, 이 스타트업은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거칠게 요약하면, ‘최고 책임자(경영자)의 말과 행동을 보라’는 조금은 무책임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 더 나은 방법이 나는 떠오르지 않는데, 왜냐하면 비전은 위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명의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다. 운영, 개발, 사업, 마케팅, 영업, 재무 등. 하나의 회사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일을 해야 하고, 경영자가 모든 것을 다 할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각각의 일에 필요한 사람을 고용한다. 다시말해 돈 주고 사람 뽑아서 맡기면 된다. 비전은 그렇지 않다. 비전은 오롯이 경영자에게서만 나올 수 있으며, 그래야만 한다.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의 비전을 알고 싶거든 경영자의 말과 행동을 보라고 했다. 스타트업의 비전은 경영자에게서, 사람에게서 나온다. 한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가치관, 세계관, 인성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으뜸은 ‘욕심’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욕심이 비전과 같은 의미를 띄는 말이 아닐까. 그러니까, 스타트업의 비전은 그 경영자가 어떤 욕심을 가졌는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욕심은 따를만한 것인가 아닌가가, 당신이 그 스타트업에 다닐 이유를 설명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