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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록펜 Jul 25. 2023

의도는 좋았다구요?

책임지는 사람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말

    최근에 리더가 할 수 있는 최악의 말들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헛웃음이 끊이지 않는 대화였다. 거기서 들은 주옥같은 말이 많았는데, 쟁쟁한 후보들 중 으뜸은 이것이었다.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책임과 권한을 가진 이의 입에서 저 말이 나온다는 건, 그 조직이 위험하다는 신호라고 나는 믿는다. 리더가 나쁜 결과 앞에서 좋은 의도 뒤에 숨는 건, "나는 비겁함과 무능함을 모두 갖춘 사람이에요" 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둘 중 하나만 갖춘 리더는 썩 괜찮은 리더일지도 모른다). 


나쁜 의도는 없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나쁜 의도라는 게 있나? 나쁜 결과를 바라는 범죄자나 사기꾼, 테러범 또는 선악/호오에 대한 인지판단이 되지 않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이런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나쁜 의도를 가졌다고 할 만한 경우가 있을까. 누구나 의도는 좋다. 의도는 나쁘기 힘들다. 


다만, 그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은 좋은 의도를 좋은 결과로 실현시키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의도와 결과 사이에 전략과 전술이 있고 계획과 실행이 있다. 의도는 좋았다는 말은, 의도 이외의 것들-전략/전술/계획/실행-로 평가받지 않겠다는 도망과 다름없다고 본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의도 이외의 것들을 잘 못한다는 고백과 다르지 않다.


뉴스를 조금만 보면 알 수 있다. "의도는 그렇지 않았는데"라는 말은 흔하다. 거의 모든 잘 못 쓴 사과문에서 찾을 수 있다. 쓸데없는 사족이다. 오히려 의도와 결과를 더 나쁘게 만드는 말일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이 의도 뒤에 숨을 때, 나쁜 결과에 맞서는 사람이고 싶다. 의도와 결과 사이의 것들을 깊게 파고들어서, 결과를 덜 나쁘게 만드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이 글이 그 선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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