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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몬트 Feb 09. 2024

지속하는 마음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하

1월에 소위 말하는 "번-아웃"이 잠깐 찾아왔었다. 2023년 한 해 동안 신경 쓰고 공들였던 회사일이 새해 초 드디어 결실을 맺는가 했더니 그 기쁨도 잠시, 또 후속업무를 해야만 했다. 이건 또 올해 상반기 중요한 일이겠거니 싶어서 일을 하다 보니 결실을 맺은 것에 대한 잠깐의 뿌듯한 마음과 커리어에 한 줄 쓸 거리 생겼다는 것 외엔 그래서 뭐가 달라졌지 싶은 헛헛함이 더 컸다. 그래서인지 연초에 이어진 신년회식을 하며 사람들이 던지는 다짐과 포부들이 공허하게만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연말정산(2023년 리뷰)과 새해 다짐도 세웠지만 2024년 1월 1일도 사실 2023년 12월 31일에서 하루 더 이어진 날이었고 여전히 추웠다.


그래도 새해다짐에 걸맞게 독서를 하다 보니 우연히 내게 딱 필요했던 대목을 찾게 되었다. 최인하 작가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책 제목 빼곤 하나같이 공감 가고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라는 책 내용의 일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을 칭송할 때 무엇보다 그들의 열정을 강조한다. 그런데 열정이란 단어는 '뜨거울 열'자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인파이터의 폭발적 에너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현실은 마라톤에 가깝고 일터에서의 성취는 시간과의 싸움일 때가 많다. 많은 경우 어떤 일을 시작하는 계기는 '좋아하는 마음'이지만, 좋아서 시작한 일을 지속해 끝내 열매 맺게 하는 것의 이면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의무를 다하고, 약속을 지키고, 폐를 끼치지 않으며, 하기로 한 건 어떻게든 해내려는 마음. 또 동료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고 조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이렇듯 좋아하는 마음 이면의 "지속하는 마음"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목을 보고 내가 이룬 작은 성취를 보느라 그 과정에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지속하는 마음을 돌보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기도 하고 엄청난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래, 다시 지속하자!"까지의 빠이팅은 아니더라도 다시 묵묵히 내가 할 일을 해가면, 날실과 씨실이 촘촘하게 엮이듯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번아웃이 오더라도 심지가 남아있으면 다시 잔잔한 불씨를 살리면 되는 것이고, 진작에 불씨가 없는 LED였다면 낮은 조도에서부터 서서히 밝아지면 되는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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