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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몬트 Mar 03. 2024

파묘

스포주의

<12번째 보조사제>라는 단편 이후 <검은 사제들>, <사바하>라는 장편영화로 오컬트라는 장르영화를 밀고 있는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인 <파묘>를 보고 왔다.


스토리는 생략하고 느낀 점 위주로.


1. 오컬트와 무속신앙

오컬트(Occult)는 서양에서 주술이나 유령 등 영적 형상을 탐구하고 이에 대한 원리를 연구하거나 이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인데, 장재현 감독은 한국적 오컬트인 음양오행, 묫바람, 동티 등을 차용한다. 아니면 오히려 이렇게 볼 수도 있다. 서양에 오컬트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풍수지리가 있다! 검은 사제들에서는 기독교와 천주교의 힘, 사바하에서는 불교, 기독교, 사이비종교 등을 데려왔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무속신앙과 풍수지리사상을 들고 와 반가웠다.


2. 항일영화

그런데 이번영화 <파묘>는 오컬트 항일영화에 가까웠다. 기순애라는 일본에서 온 여우음양사가 범의 허리를 끊기 위해 죽은 다이묘를 말뚝 대신 박아두고, 뱀요괴인 누레온나도 심어 두고, 그걸로도 모자라 친일파 고관대작의 묘를 그 위에 첩장 했다. 리고 한반도에 잘 없는 여우들까지 그 자리를 지키다니 기순애 이새끼는 여간 치밀한 놈이 아니다. 기순애는 메종드키츠네에서 알 수 있는 키츠네(Kitsune), 즉 일본어로 여우이다.

개소름

이에 대항하는 우리 주인공들의 이름은 모두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에서 차용했고, 보국사 또한 나라를 지킨다는 뜻에 그 절을 지은 원봉스님도 김원봉에서 따왔으리라.


반일이 아닌 항일영화라는 점에서 3.1절 일주일 전에 개봉하여 입소문을 타고 이번 연휴에 500만을 찍은건 마케팅의 승리.


덧) 플라자호텔의 경치는 원래 좋은데 거기는 예전에 조선총독부가 있던 자리였다. 그리고 또 야경으로 보이는 서울신문은 1904년 창립한 대한매일신보가 전신이다.


3. 배우들의 열연, 아쉬운 분장

최민식과 유해진은 있는 그대로 지관과 장의사였다. 그런데 김고은과 이도현은 뭐람. 컨버스 신고 힙하게 움직이는 굿판에선 춤추던 김고은이 장구잡고 헤드뱅잉까지 해주시고, 두탕 뛰던날 영안실에서 김고은이 읊는 법경은 노래처럼 아름다웠다. 이도현도 일본정령에 지배되어 병실에서 부하로 빙의된 장면 소름돋게 잘하더라고.. 전역하고 나서도 여기저기 많이 나와주쇼! (근데 여기선 정체를 잘 모르겠더라. 부하면 부하행세만 하지 감히 왜 상사가 은어 드시는데 같이 짭짭대냐)

아, 참고로 오다 노부나가는 은어를, 도쿠가와 이예야스는 참외는 좋아했단다.


360도 목돌리기 유연성과 칼각 충성을 보여주던 의뢰인 박지용역 김재철도 훌륭(영화 <바람>에서 몬스타 3학년 대빵으로 중국집 장면 한가운데 계셨었음)하였고, 무당친구들인 김선영과 김지안도 영화에 감초역할을 해주었다. (교촌은 잘 묵드만ㅋㅋㅋ)


그런데 이 무슨 전설의고향 일본요괴편이요 갑자기! 150cm 난쟁이 사무라이 시절에 이 무슨 최홍만이오! 특촬물 저리가라으아.... 만명을 벤 장수도 우리 할매는 못이긴다으아아ㅏ..




총평하자면

감독의 의도가 있었을지언정 1~3부와 4~6부가 범 허리 끊기듯 끊어졌고 초반에 무덤 나올때 '야 ㅈ댔다' 싶었고(미술팀 respect) 보국사 스님 유령될때까지 두려움을 감출 수 없었건만.. 사실 난 도깨비불도 오케이인데 다이묘는 너무 특촬물 요괴아니니.. 아쉽다. 일본요괴는 꼭 물리적 실체가 있어야 해야 해서 저런 설정을 했나.(그래도 우리 보국사 진돗개 지켜줘서 고맙습니다.. RIP 반달곰)

그리고 내 발작포인트인 <상록수>식 계몽영화느낌이 갑자기 들었다. "누가 하지요?? 우리가 하지요!!!" 우린 죽더라도 자손들은 영우ㅏ언하르아아 무르팍무르팍팍... 이장면에서 개시무룩해짐.


 계속 심리적으로 몰아가던 초반이 4.5점이었다면 중반 이후는 3점대 초반이었다. 그래서 최종 3.6 정도. 그래도 장르의 힘을 계속 이용해 주길!




 그런데 <랑종>때도 그렇고 결국 요런 장르 보고나면 다시 보고픈게 오컬트심리코미디 <곡성>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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