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여행기3
우붓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구글지도를 열고 버스 노선을 확인해본다. 우붓까지는 2시간 30분 가량 소요된다. 한 번 갈아타고, 많이 걸어야 한다. 여행을 가면 최대한 그 지역의 버스나 기차를 타려 한다. 몇 일 다녀가는 여행자일 뿐이지만, 현지인 삶의 방식을 일부라도 경험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기에는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다. 마침 하이타이 냄새나는 이 숙소 주변에 오토바이 대여점이 있다. 가보자.
조그마한 가게에 히잡을 두른 여성이 앉아 있다. 오토바이는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잘못 들어왔나 생각하는 순간 오토바이 사진을 내민다. 요금표도 같이 내민다. 꽤 체계화되어 있는 오토바이 대여점이라는 인상을 갖게 한다. 하루 대여료는 75K(약 6,400원)다. 음.. 어제 오토바이 호객꾼 아저씨가 잠깐 태워주고 200K를 받은 것은 엄청 비싸게 받은 거구나.
이제 이동의 자유가 생겼다. 이 오토바이를 타고 발리섬 어디든 돌아 다닐 수 있다. 바람을 가르고 시원하게 달린다. 가끔 매연을 내뿜는 트럭 뒤를 따를 때면 숨을 참아야 하지만, 발리의 공기는 아주 쾌적하다. 이국적 풍경이 여행을 떠나왔음을 실감케 한다. 차를 타고 그냥 지났쳤을 거리의 풍경도 오토바이 여행에서는 하나의 일정이다.
발리에는 신호등이 없다. 전혀 없는건 아니지만 공항 주변 도심을 제외하곤 조금만 벗어나도 신호등이 없다. 중앙선도 있지만 역주행이 일상이다. 교통체증이 심할 땐 인도로 달리는 오토바이도 다반사다. 그야말로 카오스다. 20년 만에 타는 오토바이인데 사고 없이 잘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이 안에 나름의 질서가 있다. 차와 오토바이가 뒤엉켜 혼돈스럽지만 양보와 배려가 있다. 애초에 신호등이 없고 길이 좁으니 내 신호, 내 차선에 대한 권리의식 같은게 없다. 그저 물 흐르듯 각자의 길을 간다. 내버려 두어도 이렇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사람들을 규제하려 하는 것일까? 규칙를 만들고 그것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