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드론과 4k 촬영용 드론,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드론 커뮤니티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질문이 바로 ‘어떤 드론을 살까요?’입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에 꼭 달리는 댓글이 있죠. “어디에 쓰실 건데요? 용도를 알아야 추천해드릴 수 있어요.”
취미용 드론의 세분화는 이제 거의 완료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 덕에 부담없이 날릴 수 있는 완구용 드론, 안정적인 비행성능과 고화질 카메라를 갖춘 촬영용 드론, 압도적인 스피드와 손맛을 자랑하는 레이싱드론, 조작이 쉽고 휴대성이 뛰어난 ‘미니 셀카드론’ 등이 그것이죠.
그런데 오늘 살펴볼 제품은 아주 특이한 녀석입니다. 과장 조금 섞어서 레이싱드론의 스피드와 촬영용 드론의 카메라를 결합했다고나 할까요?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괴이한 ‘변종 드론’의 개발자가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다는 점입니다. 조지 마터스(George Matus)라는 이름의 18세 소년이 그 주인공인데요. 마터스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틸(Teal)’이라는 이름의 드론 스타트업을 설립했습니다. 개발한 드론의 이름도 회사명과 같은 틸인데요.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페이팔(Paypal)의 공동창립자이자 벤처 투자가로 유명한 피터 틸(Peter Thiel)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성능부터 개발자에 이르기까지 눈에 띄는 점이 한두 개가 아닌 틸, 도대체 어떤 녀석인지 궁금하시죠? 지금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틸의 최고 속력은 시속 112km(70마일)에 달합니다.
웬만한 레이싱드론 저리가라 할 수준이죠. 단순히 속력이 빠를 뿐만 아니라 가속 수준도 상당한데요. ‘제로백(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1초에 불과합니다.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죠?
뿐만 아니라 360도 플립 등의 곡예비행도 가능한데요. 빠르고 재주도 많으니 날리는 재미가 상당할 것 같습니다.
틸은 그렇게 덩치가 큰 드론은 아닙니다. 모터를 대각선으로 연결한 길이가 26cm 정도이며 무게도 730g으로 1kg가 채 되지 않죠.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바람에 견디는 힘이 상당하거든요.
시속 64km(40마일)로 부는 강풍 속에서도 비행이 가능합니다.
실외에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죠. 물론 모터의 출력이 받쳐 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앞서 틸이 “레이싱드론의 스피드와 촬영용 드론의 카메라를 결합”한 제품이라고 설명드렸죠?
틸의 카메라는 무려 4K 촬영이 가능합니다.
화소 수는 1300만개에 달하죠. 패럿(Parrot)의 ‘비밥드론(Bebop Drone)’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전자적 처리를 통해 화면의 흔들림을 잡아 주도록 설계됐습니다.
눈에 보이는 짐벌이 없지만 짐벌이 있는 것과 비슷한 성능을 내는 것이죠. 물론 영상만 생각하면 그래도 짐벌이 있는 편이 좋지만, 휴대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답니다.
좋은 카메라를 갖췄는데 FPV(First Person View)가 안 된다면 서운하겠죠? 당연히 됩니다. 그것도 720p의 HD급 화질로 말이죠. FPV 고글이나 헤드셋과도 연동한다고 하니 더 실감나는 영상을 즐길 수 있을 듯합니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진 분들이라면 틸이 좋은 ‘장난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SDK(Software Development Kit)을 공개할 예정이기 때문인데요. 이를 통해 틸의 조종 앱을 입맛대로 손볼 수 있습니다. 앱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자체도 손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고 하니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희소식이겠네요.
비록 대부분의 드론이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현실이지만, 아직까지 중국산 제품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틸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제품이에요. 제조 과정의 철저한 관리와 균등한 품질을 위해서 제품 전량을 미국 텍사스 주에서 만든다고 해요. 해외보다는 국내(미국 내) 고객을 잡기 위한 마케팅 포인트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틸의 매력과 장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드론은 없는 법이니 아쉬운 점도 물론 있겠죠?
틸은 와이파이(Wi-fi)를 기반으로 한 제품입니다. 따라서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어요. 인식 거리 문제가 그것입니다. 기본 버전의 인식 거리가 91m(300피트)에 불과해요. 물론 와이파이를 확장하거나 2.4GHz 버전을 구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만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 와이파이기반? 2.4GHz? 주파수와 전파법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더군다나 틸은 FPV까지 지원하므로 실질적인 인식 거리는 더 짧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종은 가능하더라도 실시간 영상이 심하게 끊긴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스포츠에서 여러 가지를 다 할 줄 아는 선수를 가리켜 ‘올어라운드 플레이어(All-around Player)’라고 하는데요.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는 자칫하면 뚜렷한 장점이 없는 선수로 전락할 우려도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틸의 성능을 냉정하게 평가하면 ‘무장점 드론’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물론 틸의 속도가 빠르기는 하지만
진짜배기 레이싱드론에 비하면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또 약 145만원(1300달러)에 달하는 가격을 생각하면
풀 스피드로 날리기 쉽지 않죠.
같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촬영용 드론과 비교해볼까요? 카메라는 차치하고라도 체급으로 인한 기본적인 비행안정성 차이가 있습니다. 촬영 결과물은 아무래도 촬영용 드론 쪽이 우월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휴대성은 틸 쪽이 뛰어납니다만, 그 분야에는 요즘 뜨는 미니 셀카드론이 버티고 있죠. 부담 없이 날리다가 간단하게 촬영하는 용도라면 미니 셀카드론이 틸보다 낫습니다. 가격도 더 저렴하고요.
지금까지 틸의 장단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제 틸의 스펙을 표로 정리해서 보여드릴게요!
틸은 아직 출시되지 않은 드론입니다. 현재 선주문을 받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는 선주문을 할 때 결제까지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틸은 특이하게도 예약만 해놓고 배송할 때 결제를 하는 시스템을 채택했습니다. 개발과 제조에 필요한 자금이 충분하기에 가능한 방법이겠죠? ‘자노(Zano)’와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틸은 올 연말 크리스마스 쯤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과연 광고한 대로 멋진 제품이 나오게 될지 기대가 되는데요. 틸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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