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커 Staaker, 사고/분실 걱정 없는 대형 셀카드론
드론 시장에는 유행이 있습니다. 특정 시점의 기술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드론이 한정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선도자를 줄줄이 따라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요즘에는 ‘도비(Dobby)’나 ‘호버카메라(Hover camera)’ 같이 휴대가 간편하고 사용하기 쉬운 ‘미니 셀카드론’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팬텀(Phantom)’ 시리즈 형태의 촬영용 드론은 스테디셀러로서 여전히 위상이 굳건하지만요.
유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늘 살펴볼 ‘스타커(Staaker)’는 좀 심하게 말해서 ‘한물 간’ 형태의 제품입니다. 2014~15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중심으로 맹위를 떨쳤던 대형 셀카드론이기 때문인데요. 비슷한 성격을 가진 드론으로는 ‘에어도그(Airdog)’, ‘헥소플러스(Hexo+)’ 등이 있습니다. 높은 기대치에 비해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제품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커가 시장에 나왔다는 것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텐데요. 지금부터 스타커가 대체 어떤 녀석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타커의 최대 매력을 단 한 가지만 꼽으라면 저는 ‘강인함’을 고르겠습니다. 드론이 강인하냐는 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요?
드론 날리기의 최대 난적 중 하나인 날씨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움을 의미합니다.
스타커는 시속 30km(20마일) 정도의 바람에 견딜 수 있어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비나 눈이 올 때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폭우나 폭설을 견딜 정도는 아니지만요. 혹시 모를 구매자들의 반발을 의식했는지, 스타커의 제조사 측에서는 “(almost) any weather conditions”, 즉 “(거의) 모든 기상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괄호 친 부분이 귀엽지 않나요?
악천후에서 보여줄 스타커의 비행 성능이 기대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스타커가 개발되고 시험비행을 하고 있는 나라가 노르웨이이기 때문이에요. 물론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춥고 바람이 센 데다가 강수량도 많은 나라입니다. 험한 곳에서 단련된 녀석이니 보통의 환경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스타커의 조상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에어도그와 헥소플러스의 비행 가능 시간은 스펙 상으로 각각 18분과 15분입니다. 대형 셀카드론의 주요한 용도가 서핑, 클라이밍, 레이싱 등의 아웃도어 활동을 촬영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좀 짧다는 생각이 들죠.
반면 스타커의 비행 가능 시간은 30분으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용도를 불문하고 현재 취미용 드론을 통틀어 최상 수준인데요. 물론 출시 전 제품이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습니다만, 기존 제품의 약점은 제대로 파악한 듯 싶습니다. 배터리가 용량만 큰 것이 아니라 교체도 용이하도록 제작될 예정인데요.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데 5초면 된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답니다.
명색이 셀카드론인 만큼 조작법이 매우 간단합니다. 심지어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도 필요 없다고 하는데요. 조종을 위해서 손목에 차는 암밴드(Armband) 형태의 컨트롤러를 활용하는데, 트래킹(Tracking) 장치 역할도 겸합니다. 이 컨트롤러를 바탕으로 총 5가지의 비행 모드를 제공합니다.
① 팔로(Follow)
우리가 흔히 아는 팔로미(Follow Me) 기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컨트롤러를 추적하며 촬영합니다.
② 서클(Circle)
컨트롤러를 중심에 놓고 원을 그리며 촬영합니다. POI(Point of Interest) 모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③ 컴퍼스(Compass)
팔로 모드와 비슷한데 촬영 각도를 입맛대로 조절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영상을 얻도록 한 모드입니다.
④ 호버(Hover)
이름에서 바로 알 수 있죠? 사용자가 지정한 위치에 멈춰서 호버링하는 모드입니다. 단, 카메라가 컨트롤러를 계속 추적하며 촬영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⑤ 시너리(Scenery)
컨트롤러에 부착된 버튼을 통해 기체를 직접 조종하는 모드입니다. 해외 리뷰에 따르면 다른 모드에 비해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고 하는데요. 정식 출시 전까지 얼마나 보완될지 궁금합니다.
스타커는 팔로미 기능을 기반으로 한 드론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직접 조종을 하지 않죠. 따라서 ‘신호가 끊기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이 생기는데요. 다행히도 그 부분에 대해서 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연결에 문제가 생기면 일차적으로 기체가 제자리에서 호버링을 합니다.
그 상태로 신호가 회복되는 것을 기다리죠. 재연결이 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당초 비행하던 모드로 촬영을 계속합니다.
만약 일정 시간이 지나도 신호가 회복되지 않으면, 사용자의 설정에 따라 양자택일(①이륙 위치로 복귀 후 착륙, ②현재 위치에서 착륙)을 하게 됩니다. 이후에는 컨트롤러에 내장된 기체 위치 확인 기능을 통해 사용자와 감격의 상봉(?)이 이뤄지고요.
아웃도어 활동을 하면서 드론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사고나 기체 분실에 대한 우려를 경감했다는 점에서 스타커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네요.
눈에 띄는 장점이 많은 스타커지만, 아쉬운 점도 물론 있습니다. 드론스타팅의 날카로운 눈을 피해갈 수는 없죠!
서구권의 드론 제조사들 중 상당수가 갖고 있는 약점이 있습니다. 고프로(GoPro) 액션캠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습니다. 자체 카메라를 개발할 능력이 없는 건지, 의지가 부족한 건지, 아니면 고프로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는지, 그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요.
스타커 역시 고프로 액션캠에 최적화된 드론입니다. 물론 3축 짐벌(Gimbal)을 갖추고 있으므로 고프로 액션캠을 장착하면 좋은 영상을 얻을 수 있겠죠. 하지만 문제는 가격입니다.
현재 선주문 가격이 약 132만원(1195달러) 수준인데요.
카메라를 제외한 값입니다.
더 경악할 만한 사실은 선주문 가격이 파격할인가라는 것인데요. 이벤트가 끝나면 가격은 약 204만원(1845)달러까지 치솟을 예정입니다. 여전히 카메라는 빠져 있죠. 여기에 관부가세를 포함한다면? 한국인과 스타커는 인연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스타커에는 장애물 회피 기능이 없습니다.
선도기업과 비교하기는 미안하지만, DJI, 유닉(Yuneec), 제로테크(Zerotech) 등 중국의 드론 제조사들이 앞다퉈 장애물 회피가 가능한 드론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 대비되죠. 스타커는 카메라도 없고 장애물 회피 기능도 없지만 가격은 상기한 기업들의 제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쌉니다. 이것이 중국의 위엄!
아웃도어를 지향하는 스타커가 장애물을 못 피한다는 건 꽤나 아쉬운 점입니다. 제조사 측에서는 “많은 테스트를 통해 아웃도어 활동을 촬영하는 데 장애물 회피 기능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언뜻 생각해도 우거진 숲이나 산 속에서는 촬영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원경(遠景)만 찍을 수 있죠. 영화 <실미도>에서 설경구가 했던 명대사가 떠오르네요. “비겁한 변명입니다!”
스타커의 스펙, 표를 통해 확인하시죠.
스타커는 올 12월부터 배송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선주문 제품이라 일말의 불안감이 스치는데요.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애플과 고프로 제품의 제조사로 유명한 폭스콘(FoxConn)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점입니다(혹시 고프로 액션캠과 호환되는 이유?). 생산 능력만큼은 진짜배기인 기업과 함께 하므로, 이제 최후의 난관은 충분한 주문을 받아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과연 스타커가 멋진 모습으로 주문자의 품에 안길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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