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드론이 아직 부담스럽다면, 내 미니드론으로 대리만족을!
미니 드론의 계절, 겨울을 맞이하여 지난 2회에 걸쳐 요즘 가장 핫한 미니 레이싱 드론 Tiny Whoop와 QX90을 살펴보았습니다.
1편 : 미니 레이싱 드론 TINY WHOOP : 방의 구석에서 비행을 외치다
2편 : Eachine QX, 미니 레이싱 드론의 왕좌를 차지할 것인가
두 기체는 레이싱 드론 특유의 반응이 빠르고 매뉴얼 조종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완구용 드론으로 재미를 붙인 입문자에게 매뉴얼 조종이란, 2종 자동 운전면허를 방금 딴 초보가 수동 기어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일 만큼이나 어려울 것입니다.
처음 운전하는 사람에게 맞는 자동차가 있듯 처음 시작하는 분이 입문하기 좋은 레이싱 드론은 없을까요? 레이싱 드론이 본래 비행 기능에 충실한 드론에 FPV 기능을 더한 것이라는 사실을 미루어 본다면, 지금 내가 가진 완구형 드론에 FPV 모듈을 연결해 나만의 레이싱 드론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미니 드론 블록버스터 트롤리지 완결편, 쉽고 간단하게 미니 레이싱 드론 만들기를 시작합니다. 어려울 것 같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난이도는 양면테이프만 붙이면 되는(?) 수준일 테니까요.
레이싱 드론에서 FPV 모듈은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주문한 햄버거의 쇠고기 패티입니다. 그만큼 핵심적인 부분이지요. 이미 Wifi를 이용하여 드론의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기능이 있는 드론도 소개되었지만 카메라 앞에 화면과 모니터 화면에 시간차(Latency, 영상의 시간 지연 현상)가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레이싱 드론은 NTSC (National Television System Committee)와 PAL(Phase Alternation by Line)이라는 영상 송신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 두 단어가 어디선가 낯익은 분이 계시나요? 화면이 도톰한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당연하던 시절 전 세계 영상 송신은 이 두 가지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NTSC는 우리나라나, 미국, 일본에서 사용했었고 PAL 방식은 유럽에서 사용하던 방식이었죠.
지금의 레이싱 드론은 이 잊혀진 영상 전송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레이싱 드론에서도 디지털 영상 송신 방식이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 풀지 못한 기술적인 문제가 남아 있어서 이 추억의 방식이 최첨단 드론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DJI의 신작, 인스파이어2 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세상에 브라운관 텔레비전 방식이 웬 말이냐 하시겠지만 레이싱 드론의 FPV 장치는 그 시절 카메라, 영상 조정기, 전파 송출기 등의 기능을 하던 방송국 건물 하나를 손바닥 위에 올라갈 수 있는 크기로 만든 것입니다.
거기서 한발 앞서 미니 레이싱 드론의 FPV 모듈은 그것을 손가락 한마디 안에 몽땅 집어넣은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방안에서 비행을 즐길 수 있는 미니 드론이 등장한 것입니다. 우리 지갑을 유혹하면서요. 그럼 이 FPV 모듈 가격이 궁금해집니다.
여기서 지갑에 아껴준 반짝이는 직구 전용 카드를 꺼내시면 됩니다.
이쯤에서 벌써 "아! 내 드론에 이 FPV 모듈을 붙이면 되겠구나." 감을 잡으신 분들이 급히 인터넷을 찾아 주문을 하시기 전에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우선 확인해야 할 FPV 드론의 자질 첫 번째는 내 드론이 몇 볼트(V)의 전압으로 구동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완구형 미니 드론이 사용하는 1s의 3.7V 배터리를 사용하는 드론이라면 OK입니다. 만약 더 높은 출력을 내는 2s의 7.4V 이상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드론이라면 FPV 모듈에 바로 연결해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전압을 낮추는 장치를 달면 되겠지만 그쯤 되면 레이싱 드론을 만들 만큼의 기술을 소환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지 말고 1s 소형 배터리도 하나 장바구니에 넣어 봅시다.
FPV 드론의 두 번째 자질은 힘입니다. 미니 드론은 작으니까 미니 드론입니다. 당연히 힘도 미니입니다. FPV 카메라를 준비했는데 이걸 달고 날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내 드론이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앞서 소개한 FPV 모듈의 무게는
- FX797T : 4.5g
- TX01 : 4.5g
- TX02 : 4.6g
입니다. 백 원짜리 동전의 무게가 5.42g 이니까 드론 위에다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얹고 날 수 있으면 됩니다. 전보다 힘겹기는 하지만 만족할 정도의 비행 성능이 나온다면 이제는 장바구니를 배송 중으로 바꾸실 때입니다.
미니 드론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100원 만큼의 삶의 무게가 누르고 있어 전보다 비행이 힘 듭니다. FPV 모듈을 설치하면 비슷한 비행성능을 가지게 될 테니 택배아저씨의 반가운 초인종소리가 들릴 때까지 이 상태로 비행하는 것을 연습해 봅시다. 만약 전압이 맞지 않아 추가 배터리가 필요하다면 배터리 무게도 고려해야겠죠. 1s에 피코 커넥터(Pico Connector)를 가진 소형 배터리는 5.7g 정도니까 100원짜리 동전 2개 정도 무게를 업고 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막 배달된 FPV 모듈 포장을 뜯고 FPV 모듈을 나의 완구형 드론에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적당히 양면테이프로 드론 중심에 붙입니다. 프로펠러가 화면을 가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드론 앞에 붙일 수도 있지만 드론은 어느 방향으로도 무게 중심이 가운데 있는 것이 이상적이기 때문에 가운데에 FPV 모듈을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FPV 모듈에 전원을 공급할 차례입니다. FPV 모듈을 위한 별도의 배터리를 사용하시는 분은 여기서 FPV 미니 드론이 완성되었지만, 미니 드론의 전원을 FPV와 나눠 쓰려면 약간의 작업이 더 남아 있습니다.
완구형 드론의 배터리는 A) 커넥터가 전선으로 연결되어 밖으로 나와 있는 경우와 B) 기체에 배터리를 연결하는 커넥터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완구형 드론은 드론 커버를 열어도 전자 기판에서 배터리 커넥터가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지만(A) 더 작은 드론의 경우 배터리 커넥터가 전자 기판에 붙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B)
A) 전선이 나와 있는 경우는 전선의 (+)와 (-)를 잘 구별해서 FPV 모듈의 전원을 연결하면 됩니다. B) 커넥터가 기체에 붙어 있는 경우는 전원을 연결하기 위해 개복 수술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배터리가 연결되는 커넥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전자 기판에 납땜이 되어있습니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이 환자를 도울 수 없다는 심정의 레지던트 의사처럼 이 연결된 납땜에 FPV 모듈의 전원 선을 (+)와 (-)를 구별해서 붙이면 됩니다.
이제 마지막 단계는 깊은 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앞에 고글 화면에만 집중하여 호버링을 합니다. 그리고 안방에서 거실을 지나 다시 안방으로 돌아 오시면 됩니다. 주방 비행은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비행이 익숙해 지기 전까지 삼가합니다. 주방에서의 비행 실패는 등짝 스메쉬를 부르기 때문입니다.
사실 FPV 레이싱 드론은 FPV 화면을 볼 수 있는 고글이 더 필요합니다. FPV 고글은 레이싱 드론 입문에 가장 큰 지출 품목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번 구입하면 신제품에 대한 물욕이 동하지 않는 한 계속 사용하기 때문에 (나만 죽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구매를 추천 드립니다.
지금까지 총 3회에 걸쳐 미니 레이싱 드론에 대해 소개해 드렸는데요. 어떠셨나요? 한번 날려보고 싶은 생각이 드시나요?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초소형 드론의 눈으로 집안을 여행하는 것만으로 미니 레이싱 드론은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매력에 빠져 미니 레이싱 드론을 날리기 시작하면서 짬짬이 비행을 즐기던 저도 (레이싱 드론 동호회에서는 이것을 ‘짬비’라고 합니다.) 비행시간이 늘고 덕분에 비행 감각도 좋아 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는 아직 충분한 비행시간과 비행 공간이 주어진 적이 없었지 않았나 생각이 미칩니다.
모든 드론을 즐기는 분들의 공통적인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마땅한 비행 장소에 있습니다. 유튜브나 해외 동영상에 보이는 멋진 들판과 숲은 우리에게는 그저 이국적인 풍경일 뿐 드론을 즐길만한 넓은 공간을 찾으려면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도심 외곽을 한참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에게 드론은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있는데 정작 날릴 수 있는 공간은 멀리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정한 트랙을 빠른 시간에 달리는 레이싱 드론은 운동장 정도의 공간으로 레이싱을 즐기기 충분합니다. 심지어 미니 레이싱 드론이라면 작은 실내 체육관 정도의 공간이면 일몰 시간 후에도 얼마든지 경기가 가능합니다. 크기가 작아지는 만큼 사고의 위험도 줄어듭니다. 도시 인구 밀집률이 세계 상위를 다투는 우리나라에서는 어쩌면 미니 레이싱 드론이 최적의 선택지가 아닐까요? DC 모터를 사용하는 미니 레이싱 드론으로는 대회를 개최할 만큼의 만족할 만한 출력이 나오지 않는다고요?
DC 모터는 작지만 힘이 약하고 수명이 짧아 주로 완구용 드론에 사용됩니다. 그래소 일반적인 드론은 수명이 길고 강한 출력을 가진 BLDC 모터를 선호하지만 크기 때문에 미니 레이싱 드론에는 적용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BLDC 모터가 적용된 고출력 미니 드론 제작 방법이 부품과 함께 인터넷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트렌드를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레이싱 드론 시장에서 BLDC 모터의 미니 레이싱 드론도 가까운 시일에 우리 곁에 다가올 것입니다.
모든 레이싱 드론 애호가들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고민이 미니 레이싱 드론으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 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장바구니에 미니 BLDC 레이싱 드론 부품을 주문하고 있는 저를 누가 좀 말려 주었으면 기대해 봅니다.
초보자를 위한 드론 전문 웹진, 드론스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