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드론 입문, 대체 뭘 사야하나요?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려면 일단 사야합니다. 그 취미를 즐기기 위한 장비를 말이죠. 자전거 타기를 하려면 우선 자전거를 사면되고, 사진 찍기를 취미로 하려면 카메라를 사면됩니다. 흔한 독서가 취미라도 책은 있어야죠. 어떤 취미를 시작하든지 즐길 수 있는 시간과 얼마간의 비용이 들게 마련입니다.
드론도 마찬가지죠. 인터넷에서, 특히 드론스타팅 기사를 보시면 어떤 드론으로 이 새로운 취미를 시작할지 선택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저처럼 결정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극복할 수 있죠. 그것을 위해 드론스타팅이 있으니까요.
이 글을 읽고 결정 장애를 극복하세요 : 입문용 드론 추천 & 구매팁
'촬영용 드론'은 구매하고 설명서를 찬찬히 정독하면 됩니다. 비행 방법을 배우는 그 자체로 드론이라는 취미의 즐거움이 시작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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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레이싱 드론'을 취미로 시작하려면 왜인지 이 취미가 나를 별로 원하지 않는 듯 불친절합니다. 왜 이렇게 다른지는 이미 드론스타팅에서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답은 아직 저 멀리 아련합니다.
레이싱드론이 어려웠던 이유 : 레이싱드론, 왜 다를까?
그렇습니다. 그 고민을 이제 하나씩 풀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드론스타팅은 앞으로 2회에 걸쳐
① 레이싱 드론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불가결 물품을 살펴보고,
② 레이싱드론을 시작하려면 도대체 얼마의 예산을 승인받아야 하는지 조목조목 살펴봐야겠습니다.
레이싱 드론도 구매 후 바로 날릴 수 있는 RTF(Ready To Fly) 제품들이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하지만 레이싱 드론은 눈물과 함께한 추락 없이는 좀처럼 마음대로 날지 않는 새침한 그녀이기 때문에 대부분 직접 부품을 따로 구매해서 직접 만듭니다. RTF 레이싱 드론으로 시작한 첫 비행에서 추락하면 수리를 위한 부품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수리하는 것 자체도 대단한 일이 되기 때문이죠.
직접 만드는 드론이기 때문에 특수한 기능을 추가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단 입문이 우선이니 꼭 필요한 것들만 살펴보겠습니다.
프레임은 모터의 중심거리에 따라 250이나 210으로 불립니다. 요즘은 210급의 작은 크기가 인기지만 처음 하시는 분은 250급의 크기도 무난합니다. 잘 부서지지 않는 Pure Carbon 재질을 선택하세요. 익숙해지기 까지 다리(암(Arm) 한두 개 정도는 부러질 각오가 필요하니까 부러진 다리만 별도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모터의 2206-2600KV의 앞에 4개 숫자는 힘이 얼마나 센지, 뒤에 4개 숫자는 얼마나 빨리 도는지를 의미합니다. 처음은 2300KV 정도의 모터가 만드는 속도도 무서울 수 있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모터가 망가질 것을 생각해서 몇 개 더 구매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4개를 구매 목록에 넣으세요.
대부분의 모터는 프레임에 고정하는데 큰 문제가 없지만 작은 모터라면 프레임에 고정할 구멍이 없을 수도 있어서 프레임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모터의 속도를 조절하는 ESC는 20A, 30A라는 숫자가 이름에 붙어있기 마련입니다. 이 숫자는 얼마나 많은 전기를 모터에서 사용해도 견디는지 의미합니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나중에 업그레이드 할 것을 생각해서 30A를 구매하는 편이 고민을 덜어줍니다. 아직까지 그 이상 전기가 필요한 모터와 프로펠러는 흔하지 않거든요.
어떤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는지도 살펴봐야 하는데 BLHeli-S가 지원되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부분의 ESC 동작 소프트웨어가 다 지원되기 때문입니다. 모터가 4개 필요할테니 4개를 구매목록에 적어둡니다.
드론의 두뇌에 해당하는 FC는 Naze32나 CC3D 같은 F1급 FC랑 EVO 같은 F3 그리고 최근에는 F4까지 있습니다. 숫자가 클수록 성능이 좋다는 의미 입니다. 어떤 FC를 선택해도 좋지만 F3을 선택하시면 성능의 아쉬움을 느끼지는 못하실 거예요.
조종기의 신호를 수신하는 장치입니다. 이 수신기는 조종기와 쌍을 이뤄야 합니다. 불행히도 조종기 회사마다 다 다른 방식을 사용합니다. 조종기를 먼저 선택하시고 거기 맞는 제품을 선택하세요. 어떤 수신기를 선택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수신기와 FC가 SBUS라는 방법으로 연결되는 제품을 추천 드립니다. 이게 가장 빠르거든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몇 개나 필요할까요? 1500mAh 정도의 배터리라면 3~5분정도, 2200mAh 용량의 배터리라면 8~10분 정도 비행할 수 있습니다. 한 시간을 비행할 계획이라면 2200mAh 용량의 배터리 6개 정도를 구매목록에 써두어야 합니다.
방전율을 의미하는 C는 예산 안에서 가능한 큰 숫자를 가진 것으로 선택하세요. 전압을 의미하는 3s나 4s는 드론의 출력을 좌우합니다. 처음 시작하는 분은 3s를 추천 받지만 처음부터 4s를 선택하는 것도 나중에 출력을 올리기 위한 비용이 들지 않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배터리는 가장 비싼 소모품이거든요.
다양한 프로펠러가 각각 다른 성능을 가지고 있어서 입문에 이 프로펠러입니다 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처음이라면 그래도 날개가 2장인 2엽 프로펠러가 힘이 좀 약해서 조종이 편합니다. 프로펠러는 한 번에 추락에도 부서져 버릴 수 있으니까 4개씩 10세트 이상 준비하세요.
자외선에 강한가 (IR Block) 아니면 야간에도 잘 보이나 (IR Sensitive) 하는 선택에 폭이 있지만 어떤 렌즈를 사용하는지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몇 mm 렌즈가 사용되느냐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데 숫자가 작을수록 넓게 클수록 좁게 보입니다. 넓게 볼수록 좋지만 마치 물고기가 보는 세상 같이 왜곡되어 보이는 단점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5mm를 추천 드립니다.
FPV 카메라의 영상을 보내주는 장치입니다. 영상 송신기는 방송국처럼 FPV 영상을 방송할 채널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Race Band가 지원되는 제품을 선택하세요. 기술적으로 다른 채널보다 간섭이 적고 국내 대회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배터리와 드론을 연결하는 커넥터 입니다. 프레임 사면 주지 않나 싶지만 안 들어 있습니다. 따로 사셔야 합니다. XT60 커넥터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배터리를 드론에 고정하는 밸크로 끈입니다. 프레임에 같이 들어 있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없으면 애써 드론을 만들고도 날려볼 수 없는 슬픈 일이 생깁니다.
드론의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너무 전압이 낮아져도 (2.8V 이하) 너무 전압이 높아져도 (4.2V 이상) 안 되는 까탈스러운 녀석입니다. 섬세한 관리가 가능한 리튬폴리머 전용 충전기가 필요합니다. 한번 구매하면 좀처럼 바꾸기 쉽지 않은 제품이라 넉넉한 마음으로 조금 고급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좋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꼭 필요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품들 입니다. 앞서 설명한 부품 중에는 아래 기능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BEC는 앞에 나열한 부품들이 동작하기 적당한 전압으로 만들어 주는 장치입니다. 배터리의 높은 전압을 바로 연결하면 불꽃과 연기의 쑈를 보게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품 이었지만 요즘은 어떤 전압이 바로 들어가도 동작하는 부품들이 많아져서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FC나 영상송출기 설명서에 동작하는 전압을 살펴보세요. 배터리의 전압을 바로 사용해도 좋다면 BEC는 필요 없습니다.
PDB는 복잡한 드론 배선을 간결하게 해주는 전자 기판입니다. 조립할 때 편리하지만 없어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간단한 PDB는 프레임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앞서 설명한 BEC가 내장되어 있는 PDB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배터리의 전압을 확인하기 위한 OSD나 부저 같은 장치나 FPV 영상을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전용 안테나도 있지만 없어도 당장 비행하는 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간 반드시 사게 되실 겁니다. 후후후.
레이싱드론은 만들어야 하지만 다행이 조종기는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조종기만 산다고 다 되는 게 아닙니다.
드론의 기능을 몇 개나 조종할 수 있는지는 조종기가 몇 개 채널을 지원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8채널 조종기라면 조종에 필요한 4개 채널 외에 4개의 스위치가 더 있다는 뜻입니다. 채널이 많을수록 좋고 비쌉니다. 선택하실 때 꼭 자신에게 맞는 조종기 모드를 선택하세요. (대부분의 완구용 드론은 모드2 입니다)
조종기에 내장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별도로 선택할 수 있는 조종기도 있습니다. 따로 구매하면 다른 수신기를 가지고 있는 드론을 날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조종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다 준비되었는데 조종기가 동작하지 않으면 속상하니까 구입 목록에서 빠지지 않도록 확인하세요. 드론 배터리 충전기로 대부분의 배터리가 충전되기 때문에 조종기 배터리 충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조종기에 FPV 영상을 수신할 수 있는 모니터가 포함된 제품도 있지만 FPV 영상 수신 장치는 특히 고글은 일반 드론과 레이싱드론을 구별하는 중요한 장비가 아닐까요?
FPV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장비가 필요하지만 최근 제품은 영상 수신기가 일체형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배터리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FPV 고글 제품 구매만으로 모든 고민이 해결됩니다. 하지만 기능에 욕심을 부리다보면 큰 출혈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굳은 의지가 요구되는 장비입니다.
FPV 고글 구매 완전 정복(1) 고글 구매 전 알아야 할 것들
FPV 고글 구매 완전정복(2) 고글 10종 스펙 비교
안경 때문에 FPV 고글을 쓰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렌즈도 있습니다.
시력을 보정하는 디옵터 렌즈가 FPV 고글 구매 시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추가로 구매한다면 안경점에 자신의 안경에 맞춰 가공해 달라고 주문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쓰는 안경을 FPV 고글에 맞춰서 가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콘택트렌즈를 쓰시는 분은 관계없겠군요.
여기까지 구매 목록을 작성하셨다면 필요한 재료는 다 모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조금 더 남아 있습니다. 레이싱드론은 직접 만들고, 고장을 정비할 도구가 필요합니다. 공구는 잠시 빌려서 사용할 수 있지만 레이싱드론의 추락은 생각하는 것보다 자주 일어나고 걱정한 것보다 산산이 부서질 수 있습니다. 모처럼 나간 비행장에서 비행시간보다 수리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때도 있으니까요.
최소한 전기인두, 실납, 인두 스탠드가 있어야 레이싱드론을 조립할 수 있습니다. 납땜은 400도 이상의 온도로 납을 녹여서 전기가 통해야 하는 금속을 붙이는 기술입니다. 소소한 취미에 400도라는 엄청난 온도까지 동원해야 하나 살짝 고민이 되지만 라이터 불은 1000도가 넘는 것을 생각하고 도전해 봅시다. 전기인두 중에는 배터리로 동작하는 것도 있습니다. 어디서든 수리를 할 수 있죠.
전선도 자르고 케이블 타이로 고정하고 남은 부분을 잘라야 할 때 유용합니다. 가위를 사용해도 좋지만 가위는 자르는 부분이 길어서 불편합니다. 그리고 뭔가 전문적으로 보이기도 하죠.
레이싱드론의 프레임은 6각볼트와 너트로 고정합니다. 6각볼트를 조이기 위한 6각 렌치와 너트를 조일 소켓 렌치가 필요합니다. 프로펠러를 너트로 고정하는 모터는 프로펠러 고정 너트에 맞는 소켓 렌치도 필요합니다.
그 밖에도 부품을 고정하기 위해 순간접착제나 글루건, 양면테이프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케이블 타이로 단단히 묶거나 검은 절연 테이프로 전선을 감을 때도 있습니다. 추락한 레이싱드론이 어느 부분이 고장인지 찾기 위해 테스터기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고장을 찾다가 전기 전자 기초를 익히기도 하니까요. 사실 필요한 공구는 정답이 없습니다. 아무리 심하게 추락한 레이싱드론도 적당한 테이프 하나로 고칠 때도 있으니까요.
여기 소개한 부품들과 장비들은 최소한 필요한 것들입니다. 이 밖에도 레이싱 드론에 도움이 될 만한 액세서리들은 이보다 훨씬 많이 있기 때문에 우선은 이 정도로 구매 목록을 작성해 보세요. 그래도 여기 필요한 목록은 모두 필요합니다. 만약 실수로 한두 가지 목록에서 빠진다면 추가로 주문하면 그만이지만 그 때는 절대 그것만 구매하지 않고 기왕 주문하는 거 이것도 주문해 볼까 한두 가지 장바구니에 더 넣게 됩니다.
"RC (Radio Control) 취미에서
가장 돈이 적게 드는 분야가 레이싱 드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기왕에 주문하는 것 이참에 이것도 같이 장바구니에 넣어보자 하다보면 새하얗게 불태운 건조한 통장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 구매 목록을 작성했으니 다음 시간엔 이번시간에 확인한 구매 목록으로 정말 얼마가 드는지 꼼꼼히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때까지 통장 잔고 충전에 힘써보겠습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