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특유의 꼼꼼함과 독특함이 물씬 풍기는 유니크한 드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즐거움도 좋지만 아마존 같은 대형 인터넷 보따리상이 드론으로 물건을 건네준다고 했을 때,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택배 아저씨 대신 드론을 향해 밝은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달려가면 됩니다.
뭐 택배상자 하나에 호들갑이냐며 대륙의 드론 회사는 ‘사람 정도는 태워주마’ 합니다.
사람을 태울 드론은 중국에서만 도전하는 분야는 아닙니다.
그러니 그냥 타는 것도 아니고 누워서 탈 수 있는, 그것도 해먹에 누워 타는 드론 영상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설렜겠습니까?
그러던 어느 날, 눕기까지는 아니지만 앉아서라도 날아보자는 드론을 보고 다시 설레기 시작합니다.
이 뭔가 이상해 보이는 드론을 우리의 날뛰는 호기심을 달래고 이성적으로 살펴봐야겠습니다.
어떻게든 편하게 날아보고 싶은 드론스타팅이 만나는 오늘의 드론은 PRODRONE사의 PD-ANY 입니다.
서있기 조차 귀찮은데 PD-ANY의 의자 드론은 나름 참신합니다. 하지만 PD-ANY의 정체는 그보다 훨씬 참신합니다.
PD-ANY는 드론의 핵심인 모터와 프로펠러에 다른 부품을 모두 넣어서 어떤 물건에든 달아 드론으로 만드는 컨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PD-ANY는 프로펠러와 모터, 그리고 이것을 어딘가에 물려줄 빨래집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날아야 할 필요가 있는 무엇이 있다면 PD-ANY의 집게를 꽉 물리기만 하면 됩니다.
4개를 연결하면 쿼드콥터가 6개를 연결하면 헥사콥터가 됩니다.
너무 만화 같은 생각에 철 늦은 만우절 광고인가 의심도 샘솟지만, 나름 상세한 사양도 공개되었습니다.
상세한 스펙이 신빙성을 더해줍니다.
이 성능이 프로펠러 4개를 사용했을 때 성능인지, 6개를 사용했을 때 성능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15kg의 무게를 든다면 여기 앉아서 비행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겠습니다.
이 재미있는 컨셉은 생각보다 많은 기술이 동원됩니다.
일반적인 드론은 중앙에 위치한 제어장치(FC)가 균형을 감지해서 각각의 모터가 적절한 속도로 회전하도록 만듭니다.
하지만 별도의 FC가 없는 이 PD-ANY는 각각의 모터가 서로 연결되어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모터끼리 서로의 속도에 대한 정보를 사이좋게 교환하지 않으면, 가만히 떠 있는 호버링조차 큰일이 되어 버립니다.
아직은 어떤 물건에든 모터만 떡하니 붙여서 바로 나는 정도로 완성된 것은 아닌가 봅니다.
자세히 보면 각각의 모터가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마 의자 가운데에 FC와 다른 부품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작사인 PRODRONE는 동축 반전형 프로펠러들이 무선으로 연결되고, 자동으로 위치를 잡는 장치를 계속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주변에서 PD-ANY를 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단순히 독특함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상상을 이뤄주는 드론들도 있습니다.
PD-ANY를 세상에 소개한 PRODRONE은 독특한 산업용 드론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드론스타팅에서도 잠깐 소개했던 20kg을 들어 올리는 팔을 가진 PD68-AW-ARM도 PRODRONE의 작품입니다.
PRODRONE은 산업용 드론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기업으로, 최근에는 카메라로 유명한 Canon과 함께 제작한 Canon Drone으로도 많이 알려진 회사입니다.
Cannon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촬영 성능은 살짝 무섭기까지 합니다.
이 Canon Drone은 최고급 DSLR 카메라보다 7.5배나 더 크고 정밀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PRODRONE은 산업용 드론을 만드는 회사인 만큼, 얼마큼의 화물을 다룰 수 있는지 어떤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지에 맞는 드론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드론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중국과 프랑스 아니면 미국 정도가 떠오릅니다.
일본에서 개발한 드론이라니 왠지 생소합니다.
DJI가 대표하는 드론 강국 중국은 저렴하게 부품을 만들 수 있던 지역적인 특징과 많은 지원이 지금의 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중국 특유의 얼렁뚱땅 넘어가는 기질도 한몫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동작할지 안 할지의 문제도 얼렁뚱땅 넘겨 버리고 일단 만들기부터 합니다.
이런 모양새는 마치 순식간에 신제품 소개의 장이 되어 버린 Kickstarter나 Indiegogo와 닮아 있습니다.
드론계의 샤오미라고 불리기 시작한 Eachine사의 드론은 유명 드론의 디자인과 기술을 그냥 사용하고는 얼렁뚱땅 넘어가 버립니다.
하지만 일본은 철저한 장인정신에 입각해 필요 이상으로 꼼꼼하게 만들지 않으면 견디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 신제품이 소개되는 요즘, 일본 드론은 그 특유의 꼼꼼함에 발목을 잡힌 건 아닌지 일본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꼼꼼함이 기술 강국 일본을 만들었고, 그래서 안전과 깊이 관련된 자동차 산업 등에서는 여전히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PRODRONE의 드론을 보면 이런 일본 제품의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PRODRONE의 프로펠러 아래로 떨어지는 유체 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은 지금까지 다른 드론에서 볼 수 없는 그들의 꼼꼼함이 느껴집니다.
엉성하더라도 일단 먼저 만들어보는 것과 놓치는 것 없이 꼼꼼히 만드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최근 기업들이 좋아라하는 애자일(Agile) 방법론이나 Fast Work는 전자의 방법을 선호하는 듯 하지만, 안전과 직결된 드론이라면 얼렁뚱땅 넘어가기 보다는 일본의 자동차가 가진 그것처럼 꼼꼼함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자리한 한국은 그 위치처럼 문화적인 성격도 그 중간 어디쯤 있다고들 합니다.
거기에 빨리빨리 문화를 더한 우리나라는 일본을 제치고 더 거대한 기업들을 만들어 내기까지 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드론을 살펴보는 것도 우리가 드론 강국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이 PD-ANY 드론, 재미있는 컨셉이긴 한데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지 도통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네요.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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