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팬텀 3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줄 컨버전 킷
알게 모르게 우리는 예부터 접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두루마리에 글자를 적던 시절을 넘어 접은 종이로 책을 만들어 문명을 가속화 시켰고, 벽돌에서 디자인의 모티브를 얻었음에 틀림없는 휴대 전화가 접혔을 때, 우리는 다시 열광했습니다.
'접기'는 인류 문명의 진화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리를 접어 버리는 드론 매빅을 만났을 때, 다시 진보의 바퀴가 돌고 있음을 실감하고 열광했습니다.
사실 다리가 접히는 드론은 지금까지 많이 있어 왔습니다.
휴대하기엔 슬프도록 가늘고 긴 다리, 그것도 프로펠러까지 겸비한 그것은 여간 눈에 거슬리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깔끔히 접혀 들어가는 다리를 가진 매빅은 선망의 대상입니다.
하물며 고성능 팬텀 4의 라인업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앙증맞은 컬러의 스파크가 셀카를 주름잡고 있는 지금, 언제 할부로 구매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팬텀 3가 하찮게 느껴진다면 여기 당신의 팬텀 3에게 다시 날개를 달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매빅의 접히는 다리를 팬텀 3로 옮겨 담을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드론스타팅이 살펴보는 오늘의 이야기는 팬텀 3의 대 개조 키트 Phavic입니다.
썩 괜찮다 싶은 이름의 팬텀 3 개조 키트 Phavic은 팬텀(Phantom)에 매빅(Mavic)을 합친 이름인 듯 합니다.
짝퉁에 짝퉁을 더해 새로운 것을 잘도 만들어내는 중국답게 Phavic이라는 이름에서 대륙의 거칠 것 없는 대범함(뻔뻔함)이 돋보입니다.
아무리 짝퉁이 난무하는 중국 드론 시장이라고 해도 정품 DJI 제품을 짝퉁 매빅으로 바꿔버릴 만큼, 접히는 다리는 그만한 매력이 있습니다.
팬텀 3의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리를 모두 폈을 때의 Phavic은 본래 팬텀 3보다 크기가 더 커집니다. 덕분에 변신 전보다 더 안정적인 비행 성능을 가집니다.
비행 시 발생하는 소음도 줄어드는데, 모터와의 간격이 넓어지면서 각각의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후류가 다른 프로펠러에 영향을 덜 미치기 때문인 듯합니다.
물론 이런 아름다움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크기가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143g 정도 무거워 지는 것은 눈감아 줘야 합니다.
대신 복잡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단단해서 차가 밟고 지나가도 쉽게 파손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록 어떤 차로 실험했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말이죠.
무게가 늘어나는 만큼 당연히 비행시간도 줄어듭니다.
팬텀의 기본 배터리를 사용하면 비행시간은 15분에서 16분 정도로 줄어들고 맙니다.
25분이나 날던 팬텀 3가 초라해져 버립니다. 예쁨을 위해서는 도리가 없습니다.
Phavic은 개조 키트지만 다리가 접히는 경첩 부분도 신경을 썼습니다.
다리를 펴고 접는데 고급스럽게 고정됩니다. 알리바바(alibaba.com)를 통해 도매로 판매되는 가격은 49불입니다.
Phavic은 팬텀 3 스텐다드나 어드벤스드, 프로페셔널을 가리지 않고 개조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 개조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팬텀 3를 완전히 분해(부수는 것이 아니라 분해입니다.)할 각오와 DJI의 보증 기간이나 서비스 따위 던져 버릴 쏘쿨함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조에 실패하더라도 DJI와 Phavic 제조사는 눈꼽만큼의 자비도 보여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어공주 에리얼도 자신의 시그니처인 목소리를 굿딜하면서 까지 얻고 싶었던 다리입니다. 그만큼의 각오가 필요합니다.
Phavic으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납을 녹여 회로를 연결하는 납땜(Soldering) 기술이 필요할지도, 기본적인 전자 기술의 이해가 필요할지 모릅니다.
드론을 정비하고 조립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여기를 참고해 보세요.
게다가 더 무서운 것은 이 대 개조를 위한 설명서 따위 없기 때문에 유튜브 시청에 의지해야 합니다.
팬텀 3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준비된 용자들은 다음의 단계를 따르면 됩니다.
일단 육체와 정신을 안정시킬 깊은 심호흡을 하세요.
영영 헤어질 각오를 다지고 추억을 되새길 팬텀 3 사진을 찍어 둡니다. 드론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사진을 흔히 영정 사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팬텀 3를 간장 게장을 열 듯 껍데기를 벗깁니다. 모든 작업은 강하지만 부드러워야 합니다.
각각의 부품을 조심스레 떼어 놓습니다. 부품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넓은 작업 책상을 미리 구매하도록 합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봅시다. Phavic에 지금까지 적출한 부품을 넣어봅니다.
축하합니다. 여기까지 따라 온 여러분은 항상 똑같은 심심한 디자인에 가지고 다니기 불편했던 팬텀 3에서 매빅처럼 다리가 접히는 Phavic을 만나게 됩니다.
추가로 중국의 드론 생산라인의 경험치도 덤으로 얻게 됩니다.
초기의 DJI는 신제품에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욱여넣은 듯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때 부터인가 납득이 가는 성능과 함께 타협점이 느껴지는 아쉬운 점도 남겨두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매빅으로 드론 시장의 도전자 고프로 카르마를 무찌른 이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DJI는 비교적 저렴한 드론인 셀카 시장도 장악하려고 스파크를 출시합니다.
스파크는 손짓으로 조종이 가능한 기능(팜 컨트롤, Palm Control)을 가졌지만, 3축이 아닌 2축 짐벌을 가진데 조금 실망했고, 이미 충분히 작지만 휴대성을 더 강화하기 위해 매빅처럼 접히는 다리를 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습니다.(DJI 설계 엔지니어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요.)
셀카 드론까지 시장을 넓힌 DJI가 앞으로 더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제 더 이상 그들에게 아쉬울 것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Phavic처럼 DJI 드론이 아닌 DJI 드론 자작 키트의 발견은 큰 즐거움입니다.
스마트폰 신제품이 아쉽다면 해킹의 두려움도 불사하고 탈옥(Jailbreak, 제조사가 만든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것)을 감행하던 우리입니다.
드론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로 막은 비행 금지 구역이나 고도 제한에 대해 탈옥을 하는 것이죠.
물론 안전을 위한 조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막무가내로 비행하다가는 이런 식으로 잡혀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내가 소유한 물건에 대해 제조사가 여전히 제약을 건다는 점은 썩 맘에 들지는 않습니다.
누가 옳은지 판단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더라도 제조사가 소비자의 간을 보려고 한다면 떠나가 버릴 수 있을 만큼 우리는 이제 드론에 해박합니다.
아쉬우면 Phavic처럼 직접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DJI가 레저용 촬영 드론 시장을 잠식하더라도 이렇게 드론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접는 다리를 가진 매빅 향기가 나는 스파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마 이름은 SPAVIC이 되겠죠.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