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와 매빅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드론
나뭇가지 한 다발을 꺾어보라는 아버지의 명에 아무리 용을 써봐도 형제는 좀처럼 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뭐든 뭉쳐야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전 지구적 위협에서 인류를 지키던 분들은 비록 원색 찬란한 쫄쫄이를 입어도 5명이 함께였고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한 그분들의 최종병기도 함께 결합했을 때야 비로소 악의 무리를 소탕할 수 있었습니다.
여튼 뭉쳤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일은 비단 지구 평화 수호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드론을 살펴보면 휴대용 드론의 최강자 DJI 매빅의 약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드론이 DJI를 타도하고자 힘겹게 다리를 접거나
뭉쳐야 산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DJI에 도전하는 드론을 만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지고 다니기 편한데다가 3축 짐벌에 4K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드론 GDU O2 입니다.
드론은 가지고 다니기가 썩 불편한 물건입니다.
날카로운 프로펠러는 4개 이상인데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가방 안에서 이리저리 돌면서 다른 물건을 공격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빼는 것이 속편하기도 합니다.
조종기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조종기의 스틱은 나의 섬세하고 예민한 피부 따위 관심 밖이라는 듯 날카롭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방에 이런 저런 물건과 함께 넣었다가는 부러져 버리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참 곤란한 이 드론을 조종기에 넣어볼까 하는 시도가 작은 완구형 드론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곤 했었습니다.
본격적인 촬영용 드론은 비행의 안정성을 위한 덩치와 촬영의 안정성을 위한 짐벌 정도는 기본이기 때문에 드론을 조종기 속에 넣어 보자는 창의력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GDU O2의 협력정신은 여기서 광채를 발하기 시작합니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같이 붙여서 가지고 다니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생각입니다.
이미 뚜껑이 달린 컵라면에서 우리는 공허한 위장을 충족시키는 그 조합에 경탄해왔으니까요.
드론과 조종기의 결합도 이 컵라면에 못지않습니다.
조종기는 드론과의 결합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옆으로 늘어나는 구조는 스마트폰을 품을 만큼 넉넉합니다.
GDU O2는 DJI의 스파크처럼 스마트폰 앱만으로 조종이 가능하지만 모처럼 힘들게 결합하는 조종기가 있으니 그런 성의 없는 터치스크린 컨트롤은 조종기 충전을 잊어 사용하지 못하는 비상시에나 생각해 봅시다.
GDU O2는 조종기와 온전한 결합을 위해 또 다른 부분에서도 고민했습니다.
조종기에 맞게 결합이 되려면 휴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다리를 어떻게든 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드론이 접히는 다리에 대한 고민을 해왔습니다.
매빅 뿐만이 아닙니다. Eachine의 완구급 드론 조차도 다리 접기에 열광했습니다.
사실 GDU 사는 다리를 접는 드론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남들이 긴 다리의 무릎을 꺾을 때, GDU O2는 자랑인 항공기 등급의 알루미늄 다리의 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 스르륵 몸 안으로 숨어드는 구조를 선택합니다.
어떻게든 다리를 넣고 싶은 GDU O2는 1806-2080kv 출력의 납작한 모터를 채용했습니다.
출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54km/h의 최대 비행속도는 레이싱을 고려하지 않는 이상 걱정할 만한 속도는 아닌 듯합니다.
독특한 다리에 정신이 팔려 GDU O2의 3축 짐벌의 카메라를 무시하면 안 됩니다.
작은 크기의 짐벌이지만 전시회에서 공개된 리뷰들은 상당히 좋은 평가들입니다.
이 리뷰들에서 결합 합체를 위해 초소형 짐벌까지 개발한 GDU의 집념을 느낄 수 있습니다.
GDU O2는 안전한 비행을 위한 기능도 충실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 최신 드론들과 같이 위치 정보를 얻기 위해 GPS와 GLONASS 위성을 모두 사용하지만, 그것도 쓰기 어려운 실내를 위해 기체 하단에 비전 센서와 초음파 센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촬영을 위한 자동 비행 모드도 꼼꼼히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래는 GDU O2의 다양한 기능들입니다.
그밖에 자동으로 출발한 장소를 찾아오는 기능과 제스처를 인식하고 촬영하는 등 소프트웨어에도 상당히 공을 들인 듯합니다.
특히 4,000mAh의 배터리도 독특한데 조종기를 충전하거나 심지어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USB 포트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제품 출시 전으로 사용 후기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GDU O2를 소개하는 해외 언론은 대부분 이 드론을 매빅 대항마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DJI의 독주가 이제 슬슬 지루해 지기도 했고, 그래서 더 새로운 드론이 반가운 것도 사실입니다.
3축 짐벌에 4K 카메라를 가진 GDU O2인 만큼 사양에서는 DJI의 스파크보다 매빅에 대항마로 비교해 보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GDU O2가 휴대성에 고민한 덕인지 접었을 때 크기나 무게는 매빅보다 뛰어납니다.
영상 해상도는 프레임 수에서 약간 떨어져도 1/3인치 소니 CMOS 덕분에 미묘하게 높은 사진 해상도를 가집니다.
그러나 최고 비행 속도나 비행시간에서는 아쉽게도 매빅을 능가하지는 못합니다.
그 정도의 단점 정도는 합체의 힘으로 얻은 휴대성을 장점으로 내세우면 매빅과 견줘볼 만하지 않겠냐 싶지만, 매빅의 터무니없는 비행거리와 비교했을 때 16배나 차이가 나 버립니다.
이쯤이면 GDU O2가 아쉬운 게 아니라 매빅이 이상하게 보일 지경입니다.
조종기와 합체, 슬라이딩 방식으로 수납하는 다리, GDU에게는 아직 남은 필살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가격입니다.
관세를 더해 842불로 환율을 감안하면 96만원입니다. 가격 면에서는 123만원인 매빅보다는 87만원인 스파크에 가깝습니다.
가격을 기준으로 스파크와 비교한다면 월등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GDU O2의 마지막 필살기인 가격은 확실히 매력적입니다.
거기에 GDU O2의 최대 단점인 비행거리를 보강한 O2 PLUS 모델을 10월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O2 PLUS의 강화된 비행거리도 매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6.4km의 비행거리도 우리가 즐기기엔 너무 넓은 공역입니다.
출시 예정가격은 약 850불 정도로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처럼 GDU O2는 DJI 매빅에 대항하기보다 DJI가 가지 못한 틈새 영역의 드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DJI가 모든 종류의 드론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만큼, 전에 없던 영역에서 GDU O2와 같은 완성도 높은 드론은 무척 반갑습니다.
마치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매연과 회색 나방만 보이던 세상에 어느 날 붉은 날개를 가진 꽃매미를 발견한 기분입니다.
GDU O2도 꽃매미처럼 숨겨왔던 나의 소중한 지갑을 좀먹기는 마찬가지만, 스파크와 매빅 사이에서 방황하는 마음을 다잡아 주기 충분해 보입니다.
배송이 시작되는 다음달 18일을 기대해 봅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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