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만물상, 가성비로 촬영용 드론에 도전하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폰이 자기가 진정한 스마트폰이라며 다툼을 계속할 때,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모든 제품에 '스마트' 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합니다.
그때 중국에서 좁쌀죽을 먹다가 창업했다는 전설적인 만물상은, 만보기를 스마트폰에 연결하기도 하고 미려하게 포장된 외장배터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합니다.
좁쌀이라는 뜻의 샤오미는 이 농경스런 이름 덕에 창업 당시 중국 등기소에 농업으로 분류되어 등록될 뻔 했다지만, 중국에서는 가성비 높은 스마트폰 제조사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애플과는 다르게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빈곤한 전자제품 마니아의 주머니를 야금야금 털어가더니, TV에서 가방, 자전거, 침대 매트리스, 카메라, 빔 프로젝터 심지어 알록달록한 배터리까지 대륙의 잡화상으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합니다.
비슷한 사양을 가진 제품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신제품을 소개하는 덕분에, 항상 주목받던 샤오미는 많은 사람의 예상처럼 드론을 소개해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습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샤오미의 드론은 좀처럼 국내에 상세하게 소개되지 않아 이상해 하고 있던 지난 블랙프라이데이, 뜬금없이 샤오미의 미드론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합니다.
일 년간 전자제품 구매 충동을 견딘 인내를 표출하는 블프를 맞아, 세일에 세일을 더해 최저가로 돌아온 샤오미의 미드론을 꼼꼼히 살펴봐야겠습니다.
정말 가성비가 그렇게 뛰어나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죠.
사실 미드론이 처음 소개된 것은 지난 2016년 5월 26일이었습니다.
샤오미답게 1080p 카메라를 가진 제품이 $380(약 41만 원), 4k 카메라를 가진 제품이 $460(약 50만 원)으로 촬영용 드론으로는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이었습니다.
어느 틈인가 샤오미의 미드론은 이 치열한 드론 시장에서 교실에 말없는 뒷자리 친구처럼 그렇게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샤오미는 미드론은 이제 잘 모르겠다는 듯, 2017년 CES에서 에리다(Erida)라는 트라이콥터를 소개합니다.
그러나 샤오미는 미드론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초기 모터 문제로 리콜 이야기도 오갔지만, 지난 3월 결국 4K 카메라를 가진 고급 모델이 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DJI의 매빅이 고프로의 카르마를 가볍게 무찌르고, 가장 많은 사랑을 받던 시기였고 곧이어 셀피드론 스파크 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렇게 2017년은 DJI의 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샤오미는 살벌한 드론 시장에서 한발 물러서 항상 그렇듯, 로봇청소기부터 공기청정기까지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품목을 늘려가는 듯 보였습니다.
그렇게 2017년을 조용히 보내는가 싶던 미드론은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더 저렴해진 가격으로 우리의 지갑을 공격합니다.
바로 할인에 쿠폰 신공을 더하여, 미드론 4K 모델이 $356(약 38만 원)이라는 지나치기 어려운 가격이었습니다.
블프를 위해 아껴둔 비상금을 비디오 게임기로 탕진한 후에야, 미드론 4K의 파격적인 할인을 눈치 채고 부랴부랴 방문한 사이트는 그만, $400(약 43만 원) 초반의 매정한 가격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물론 초기 출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지만, 할인을 놓쳐 상한 마음은 처마 밑 고드름처럼 차갑기만 합니다.
‘싼 게 비지떡일 거야’란 옛 성현들의 말씀을 되새기기 위해 스펙을 살펴봅시다.
DJI의 매빅과 스파크 사이에 넣어 비교합니다. 팬텀과 비교하기는 좀 미안하니까요.
미드론은 가장 저렴하지만, 세 드론 중에서 가장 거대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심지어 팬텀보다 더 큽니다.
비행성능은 클수록 좋기 때문에 가장 유리한 구조라고 해도 좋습니다.
다리를 접은 매빅과 몸집을 줄인 스파크의 휴대성에 대해 미드론은 의연합니다.
하지만 다른 드론들이 어떻게든 접고 작아지려고 노력할 때, 미드론은 상하로 납작해집니다.
4K 카메라를 가진 짐벌이 당당히 아래 달려있지만, DJI 드론들과 다르게 탈착이 가능합니다.
다리를 접고 짐벌을 빼면 쉽게 가방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의외로 휴대성이 좋습니다.
물론 가방에 넣기엔 날카로운 프로펠러는 따로 뒀다가 날리기 전에 끼우면 됩니다.
미드론 전용 가방도 있지만 뭐든 파는 샤오미는 가방도 종류별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샤오미 가방을 미드론을 위해 구입해 줍시다.
샤오미도 공식적으로 미드론을 위한 가방으로 그들의 비즈니스 백팩을 추천하는데, 사실 일반 가방이기 때문에 드론을 보호하기에는 미덥지 못합니다.
특히 예민하기 그지없는 4K 짐벌과 조종기 스틱을 보호할 작은 가방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드론을 보호할 더 좋은 가방도 많이 있으니까, 마침 열린 지갑을 마지막까지 혹사 시켜도 좋습니다.
비정상적으로 먼 비행거리를 자랑하는 매빅에 비해선 짧지만 2km까지 비행이 가능합니다.
비슷한 가격대 드론이 1km 정도의 비행거리를 가진 것과 비교하면 높이 평가 할 만합니다.
조종기는 팬텀의 그것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안테나를 아래로 내리면 전방으로 비행할 때 최적의 조종성을 가집니다.
비행을 할 수 없는 구역이나 수신거리를 넘어서는 비행을 방지하기 위한 지오펜스 기능과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리턴홈 기능은 배터리가 부족한 경우에도 동작합니다.
비행속도와 비행시간은 매빅과 동일합니다. 비행 환경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27분이라는 비행은 정말 긴 시간입니다.
드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얼마나 오래 날아요?'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최고 수준이라고 답해줄 만합니다.
30fps의 4K를 지원하는 카메라는 3축 짐벌을 가지고 있습니다. 94도 광각 렌즈는 풍경 촬영에 적합합니다.
카메라 사양만으로 어떤 드론과도 대등히 비교할 만 하지만, 진동에 의해 영상이 미세하게 왜곡되는 경우도 확인됩니다.
호버링 중에도 눈에 보이는 진동을 가진 경우도 있는데, 이상한 바람 소리를 근거로 프로펠러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생긴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미드론은 DJI의 드론보다 뒤떨어지지 않지만, 최강의 가성비 드론으로 남기 위해서는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아쉽게도 벽이나 나무로부터 자신의 처지를 보살필 비전 센서는 없습니다.
건물이나 나무 가까이 하는 비행을 즐기지 않으신다면 쿨하게 못본 척 합시다.
미드론의 가격은 $410(44만 원)이니까요.
저렴하게 만날 수 있는 덕분에 미드론은 액세서리에도 조금 더 지출의 여유가 있습니다.
DJI처럼 국내 유통사가 확실하지 않아 직구에서 생기는 AS의 불안도
미드론은 촬영용 드론에 입문하고 싶지만 덜컥 고가에 드론을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사람들뿐만 아니라 저렴하게 항공 촬영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은 선택지입니다.
DJI만큼 다양한 촬영모드와 안전을 위한 더 많은 센서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밀리지 않는 성능의 4K 카메라에 관심 지점을 선회하며 촬영하는(POI) 등의 기본적인 촬영 기능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샤오미의 미드론이 소개된 지 1년이 지나갔습니다.
당시 드론 업계는 특이할 것 없는 저가 드론으로 치부했고, 소비자에게도 또 하나의 평범한 드론이 등장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미드론은 상당히 낮게 평가 받았다는 인상입니다.
하지만 샤오미가 이야기 했듯 미드론은 부자들만 비행할 수 있는 하늘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하늘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일 년에 한 번 블프에 열리는 비상금은 비디오 게임기에 탕진했지만, 한 번 세일을 하면 계속해서 최저가를 노출하는 중국 직구 사이트의 특성상 다시 한 번 비상금을 모아 봐야겠습니다.
추운 겨울은 드론보다 이불 속 비디오 게임의 계절이라구요? 겨울은 드론의 계절입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