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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Mar 15. 2018

아나드론 : 모술의 상처를 보듬는 기술

푸른 모술 재건을 꿈꾸는 The 5 Farming Bridges 프로젝트

글, 사진_아나드론

       

      

2017년 봄,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에서 한 주민의 외침이 들렸다.


"50년 전인 1960년대로 돌아갔습니다. 가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비극입니다. 슬픕니다. 아주 슬픕니다."


알 주브르, 그는 모술이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빛낸 유적 도시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슬픔은 고대 도시의 사라진 명망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알 주브르는 모술 난민촌의 70만여 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전락했고, 모술은 지독한 포화에 휩싸였다.


포연이 가득한 하늘,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대지, 도시 전체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폐허로 변했다.


헬기와 미사일이 모술의 잃어버린 위엄을 대신했다. 그는 자신의 삶과 모술의 역사가 동시에 곤두박질치는 현장을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모술의 현실이 알 자브르의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사진=en.wikipedia.org

          

'모술'은 아랍어로 '연결 지점(the link)'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모술은 한순간에 '연결을 잃어버린 도시'로 변했다.


도시에 거주하던 이들은 생활을 잃고, 지속적인 삶의 연결고리를 놓쳤다. 모술은 티그리스강 서안에 위치한 도시다.


터키와 시리아를 잇는 교통 요지, 수도 바그다드 다음 가는 규모의 도시, 유전(油田)지대가 가까워 이라크 '경제 수도'로 불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 IS(Islamic State)의 핵심 근거지가 된 뒤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IS? 정체가 무엇이든, 그들은 성전이라는 깃발 아래 수천 년 이어진 모술 역사의 흔적을 일순간에 폐허로 무너뜨렸다.


사람과 역사를 품어 온 요람이 무너진 순간 모술로 통하는 연결고리도 끊어졌다.

         

사진=www.flicker.com


폐허에 날아드는 천사를 닮은 드론도 있다.

          

2017년 여름, 이라크 정부는 모술 탈환을 공식 선언했다. IS가 도시를 점령한 지 3년 만이었다.


국지전이 계속 되는 가운데 총성도 멈추지 않았으나 모술은 폐허를 딛고 다시 시작해야 했다.


황량한 폐허로 남은 모술을 재생하는 문제는 이제 이라크 사회가 가장 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이라크 건축가의 이름을 딴 리 파트 차디리지 재단(Rifat Chadirji Prize for Architecture)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축학적 시각으로 접근했다.

        

사진=www.tamyouz-award.com

          

모술 재생을 큰 주제로 전 세계 건축가들이 저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수많은 아이디어 속에 벨기에 출신의 한 건축가가 첨단 기술이 어떻게 모술 재생에 도움을 주는지를 잘 보여줬다.


뱅상 칼보 (Vincent Callebaut)가 설계한 모술 재건 프로젝트, <The 5 Farming Bridges>가 그것이다.


뱅상 칼보는 2011년 시사잡지 <타임>이 세계 최고 에코유토피아 건축가로 소개한 바 있는 친환경 도시 디자인계의 유명 인사다.


1977년 태어나 2000년 브뤼셀 빅토르 오르타(Victor Horta) 대학 졸업 작품 '미술과 문명의 메타뮤지엄-케브랑리'가 르네슈레 건축상을 수상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사진=vincent.callebaut.org

         

파리에서 2년간 인턴십을 경험하고, 자신의 회사(Vincent Callebaut Architectures)를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미래지향적 도시를 디자인하는 데 앞장서기 시작했다.


2008년 바다 위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드는 수상 도시 릴리패드(LILYPAD)를 구상해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얻어냈고, 세계적인 환경건축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사진=vincent.callebaut.org

         

세상이 뱅상 칼보를 향해 이목을 집중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래 도시에 태양광 에너지, 풍력 터빈, 바이오매스 등과 같이 환경을 생각하는 기술을 담았기 때문이다.


항상 녹색으로 가득한 도시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빚어내는 앙상블을 과시하던 그가 모술 재생에 뛰어들면서 남다른 관심을 보인 첨단 기술은 3D 프린팅이었다.


그는 재활용으로 건축 재료를 확보하는 이 기술에 주목했다. 상처 입은 자연과 인간이 본래 가치를 회복하길 바라던 그에게 모술이 겪은 참극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모술 재건 프로젝트, The 5 Farming Bridges는 친환경 도시에 대한 뱅상 칼보의 시각을 여실하게 드러낸 프로젝트다.

   

사진=vincent.callebaut.org

               

프로젝트의 핵심은 폐허 모술을 복원하는 데 두었다. 전쟁으로 파괴된 다섯 개 주요 다리를 복구해 모술에서 오랜 삶을 이어온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술을 단지 전쟁이 남긴 상처로 보고 있을 때, 뱅상 칼보는 재건에 필요한 재료가 가득한 유적을 보았다.


그의 프로젝트 속에서는 절망의 상징처럼 보이던 돌무더기도 모술의 상처를 보듬을 중요한 건축자재였다.


프로젝트 중심에는 무엇이든 재활용할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이, 그리고 로봇과 드론이 있었다.

    

사진=vincent.callebaut.org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드론은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뱅상 칼보는 모술을 재건하기 전에 먼저 재활용 센터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때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집이었던 돌무더기들이 재활용 센터에서 부활을 꿈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을 딛고 일련의 재활용 과정을 거친 돌무더기가 다시 태어날 모술의 뿌리와 줄기가 되기를 바랐다.


다시 태어날 모술을 위해 준비된 재료들이 드넓은 하늘에서 드론을 타고 거미 모양의 로봇에게 전달된다.


3D 프린터를 갖춘 로봇이 하루 서른 채의 보금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모스크에서 영감을 얻은 벌집 모양의 집 5만 채가 거미 로봇의 노동력을 빌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모술을 건설할 것이다.

      

사진=vincent.callebaut.org

             

뱅상 칼보의 The 5 Farming Bridges 프로젝트는 그가 그린 다른 도시들처럼 자연과 인간이 만드는 지속 가능한 미래에 초점을 두었다.


3D 프린팅 기술로 복원한 다섯 다리 위에 푸른 농장들이 들어서 양식과 주거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사진=vincent.callebaut.org

           

그의 상상력은 모술 재생에 그치지 않고, 머지않아 일상이 될 것이다.


무엇이든 재활용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3D 프린팅과 드론이 거주지 건설에 혁신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뱅상 칼보가 그려낸 상상력은 그 자체로 혁신을 꿈꾸고 있고, 혁신의 중심에 인간과 환경을 심어두고 있다.


인간에게 가장 큰 집은 지구라는 거대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곳을 녹색으로 물들일 사명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WRITER 아나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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