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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Mar 19. 2018

아나드론 : 드론과 건축, 미래 도시를 스케치하다

드론이 바꿀 내일의 건축, 서울대 건축학과 백진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다.

글, 사진_아나드론 / 김지영(편집장)

ANA DRONE, MAR 2018

  

   

ANA DRONE 매거진이 준비한 3월의 큰 테마는 <Life & DroneⅡ>이다. 음식과 드론을 엮었던 2월에 이어 이 달에는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담아내는 집, 도시,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드론과 함께 설계했다.


올해 2월부터 본지의 새로운 편집자문위원으로 활동하시는 서울대학교 건축과 백진 교수를 만나 좋은 건축, 좋은 도시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드론의 등장이 가져올 미래의 도시와 건축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살펴보고 풍성한 담론을 확인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Q. 선생님이 생각하는 건축학은 어떤 학문인지 듣고 싶습니다. 건축학 전공자는 자신의 작품을 끊임없이 설명해야 하는 입장인데, 특별히 필요한 능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건축은 ‘모여살기’를 실천하기 위한 ‘시공간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들어내는 다양한 삶의 상황에 대한 깊고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고 이를 시간과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해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건축가는 글, 그림, 모델, 3D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붙잡아 두고 발전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각 표현방식이 갖는 장점과 단점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끊임없이 연구하며 건축물을 탄생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건축가는 건축물이라는 실체가 갖는 리얼리티와 앞서 말한 여러 방식을 통한 재현(representation)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 또한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오랜 시간의 지평 속에서 건물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고착된 모습이 100년 후 이 건물의 모습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디자인하는 이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Q. 선생님의 <건축도시 이론연구실>은 어떤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요?

건축과 도시의 다양한 현상을 역사, 이론, 디자인 등 주로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 결과를 실천하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했던 연구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론적 측면에서는 풍토 개념을 환경철학 관점에서 재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근현대 건축을 다시 읽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실천적 측면에서는 기피시설이지만 도시의 핵심시설 중 하나인 교정시설 설계프로세스 및 계획을 개선하는 방법, 평창 동계올림픽 특구 공간 기획 및 경관 개선방향, 공유기반형 대학캠퍼스 조성을 통해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 석촌 고분군과 잠실 일대에 새로운 보행흐름 창출을 위한 공간 기획 방향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Q.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건축, 좋은 도시는 무엇입니까?


요즘 효율성 담론이 다시 대세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도시이죠. 사우디아라비아는 NEOM이라는 스마트 도시를 건설하려 하고, 중국 항주는 실시간 모니터로 전송되는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처리하여 교통 흐름을 15% 정도 개선하고 있습니다. 이는 물질문명을 고도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모두 중요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효율성 담론만으로는 결코 좋은 도시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15%의 시간을 단축했다면 우리 삶은 15% 여유로워지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데에 효율성의 패러독스가 있습니다. 우리는 15% 일찍 약속시간을 앞당길 것이고, 15% 늦게 집으로 출발할 것입니다. 효율성을 버리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도시담론이 주도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더구나 효율성은 아무리 중요해도 도시의 영혼을 만들어 내거나 지탱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효율성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고 좋은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은 효율성을 생각해 볼 여지를 열어줍니다. 좋은 예인지 모르겠지만 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인 서호(西湖)가 없는 항주를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이지 않습니까?


좋은 도시는 비효율성의 효율성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도시이고 비효율성의 효율성이 4차 산업혁명 시대 효율성과 얽히면서 역동적이고 생명력을 뿜어내는 그런 도시일 것입니다.

  

   

  

Q. 핀란드의 건축가 알바르 알토를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건축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어떤 의미인지요?


대학 다닐 적부터 알토의 도면을 많이 스케치하고 모델도 만들어 보고는 했습니다. 알토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유롭기 때문이죠. ‘자유롭다’고 하는 것은 형식에 매이지 않는다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이해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것들을 이해하고 그것들을 엮어서 대화를 만들어 내는 그런 능력이 있다는 점으로 이해하고 싶어요.


달리 말하면 공간의 질적 차이에 관심을 갖고 그 차이 사이에서 대화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했던 건축가로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알토를 좋아합니다. 서로 다른 분위기가 연계되어 상보와 상생의 균형을 만들어 냅니다. 무척 인간적이죠. 혼자 숨어들 만한 아늑한 공간도 있고 서너 명이 조용히 들어 앉아 불을 쪼일 공간이 있는가 하면 여러 사람이 모이는 웅장한 느낌의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Q. 선생님의 저서 가운데 동서양 여러 문화권에서 마주친 다양한 장소의 풍경을 비교 문화적 관점에서 다룬 책풍경류행(효형출판사, 2013)을 소개해 주십시오또 영어권에서 Architecture as the Ethics of Climate(Routledge, 2016)라는 저서도 출간하신 것으로 압니다이 책의 내용도 궁금합니다더불어 현재 집필 중이거나 연구 중인 작품을 소개해 주십시오.


여행을 좋아합니다. 이곳저곳 여행을 많이 하면서 느꼈던 점은 기후, 풍경, 풍토의 중요성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문화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풍경의 특징 중 하나로 산이 겹쳐지며 점점 엷어지는 풍경을 들 수 있는데요. 이 풍경은 하도 일상적으로 보는 것이라 그렇게 의미 있게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풍경이 주는 의미를 이해하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리스 파르나서스 산에 자리 잡은 델피 신전에 서서 주변 풍경을 바라보던 때였습니다. 모든 것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고 명료하고 투명하게 다가왔습니다. 두 나라의 산야 풍경은 각각이 지닌 차이에 의해 그 정체성을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또 두 풍경 사이의 극명한 대조가 대기 중 습기 농도와 관련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외부 풍경과 그 차이는 사람의 마음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바깥 풍경은 우리 마음의 그림자인 셈이죠. 이 이야기를 에세이로 풀어 쓴 책이 『풍경류행』이고 학문적으로 풀어낸 책이 『Architecture as the Ethics of Climate』입니다. 현재는 키워드로 읽는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집필 중이고, 또 시야를 넓혀서 드론, 빅 데이터,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문화에 대한 비평을 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하는 건축학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건축학에서 특별히 3D 프린팅 기술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3D 프린팅 기술을 건축에 활용하는 실험들이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또 프린트하는 방식, 특히 헤드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 로봇 팔을 이용한다거나 중앙의 수직 축으로부터 뻗어 나온 팔을 이용하는 등 융통성도 많이 확보되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악조건을 극복하고 상대적으로 복잡한 형태를 적은 인력 투입으로 또 재료에 대한 낭비 없이 3차원 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3D 프린팅이 지닌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부가방식(additive system)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 융통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고 또 현 상황은 특정장소에 뿌리를 내리는 세심한 디자인을 펼치는 수준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오히려 3D 프린팅이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장점을 살려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베이스(base)라고 할까요. 즉 건축물의 핵심이 되는 반복 가능한 부분을 3D 프린팅을 활용해 구축하고 나머지 부분은 여러 상황에 대응하는 가변성을 갖추도록 하는 하이브리드 시공 방식 속에서 3D 프린팅의 역할이나 위상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접근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3D 프린팅이 현실 속에서 활용될 것으로 봅니다.


이와는 별도로 3D 프린팅이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분명히 있습니다. 재난지역에 대량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쉘터를 만든다거나 인간이 가서 일하기 힘든 극지방이라든가 외계 행성이라든가 하는 극한 환경 속에서 지어지는 건물이 있다면 3D 프린팅이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디자인 측면입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축하여 장점을 살리면서 디자인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둘째로 시공 신속성과 극한 상황에서도 시공이 가능하다라는 특별한 점은 계속 살려 나가야 합니다. 이 두 가지 관점에서 3D 프린팅은 꾸준히 연구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Q. 드론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군사용으로 개발됐던 드론이 이제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습니다도시와 건축분야에도 도입이 되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이러한 드론은 도시와 건축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군사용으로 개발됐던 드론이 민간 영역에서 일상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저도 기대가 큽니다. 드론은 도시와 건축물에 대한 이해방식을 많이 바꾸어 놓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전에는 가지지 못했던 새로운 시야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르 꼬르뷔지에라는 건축가는 1929년 비행기를 처음 타 보고 새처럼 조망하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다고 흥분하며 더 나아가 이 새로운 눈은 새로운 마인드를 가져다주었다고 주장합니다. 이후 도시디자인은 수십 킬로미터라는 광활한 영역을 다루는 일로 바뀌었습니다. 스케일상의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도시구축논리가 바뀌게 된 것입니다. 이제 차량과 헬리콥터를 결합한 새로운 교통허브를 중심으로 도시를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합니다.


드론은 비행기처럼 새의 눈으로 도시를 조망할 수 있게 도와주지만 비행기와는 달리 훨씬 더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우리가 서기 어려운 순간에 서기 어려운 곳에 서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도시에 많은 이야기 또는 데이터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비행기가 도시디자인의 영역적 확장을 이루어냈다면 드론은 콘텐츠적인 확장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론 이는 빅 데이터 및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전개되어야 하겠죠. 프라이버시 문제, 안정성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저는 이 콘텐츠 확장이 가장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Q. 드론이 가져 올 미래의 도시와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요?


도시구조에 가장 큰 변화를 야기하는 것 중 하나는 교통허브입니다. 드론택시라는 것이 등장하지만 이착륙 민첩성이나 용이성 등에서 뛰어난 특성상 교통허브의 핵심적 요인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즉 비행기나 기차 등과는 본질적으로 다르죠. 그래서 기존 허브에 달라붙으면서 자기 자리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허허벌판으로 나가 NEOM 같은 신도시를 만든다면 아예 판을 다시 짜고 드론 위주로 인프라를 짤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신도시들이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다수가 사는 구도시는 여전히 우리의 중요한 삶터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도시에 드론이 어떻게 연계될 수 있을지는 어려운 고민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드론을 물류운송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드론특구 같은 것이 곧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일본에서도 시행하고 있듯이 노약자 등을 대상으로 약품을 배달하여 생활편의를 도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건축물도 미래주의자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이제는 지상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옥상에서 접근하고 그 곳에 로비가 있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와 같은 수직동선과 연계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스카이워크와 같은 보행길이 등장하여 사람들을 유입해 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즉 드론은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면 공중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처럼 공중에 대한 발견과 집중적인 투자가 지상레벨의 길이나 광장 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입니다. 즉 공중과 지상의 경쟁 같은 것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차원에서만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땅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딛고 서는 공동의 기반입니다. 이것이 추상적으로 잘 표현된 것이 바로 길이고 광장입니다. 공중의 옥상이나 스카이워크는 수십 명이 모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수천 명, 수만 명이 모이기는 어렵죠.


다시 말하면 지상레벨이 살아 있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이 계약관계를 넘어서 즉흥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고 인간의 정치성을 살아있게 하는 동인이죠. 이런 부분이 약간 우려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라서… 앞으로 정말 도시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그 바뀌는 것이 우리를 어떻게 바꿀지는 알 수가 없는 것 같아요.

  

  

  

Q. 건축학에서 다루는 건축 계획과 설계(디자인), 건축공학에서 다루는 구조시공 분야 가운데 앞으로 드론과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될 분야는 특히 어느 쪽이 우선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각 분야별로 나타날 변화상을 다 열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분야가 동시다발적으로 드론을 활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지의 맥락을 훨씬 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전체와 디테일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정시설 등과 같이 감시가 중요한 시설의 경우, 드론이 등장하여 감시체계가 재편되면 외벽이나 펜스 등의 위상이 바뀌게 됩니다. 디자인에서도 정밀한 위치에서 조망을 촬영하고 이를 VR과 결합하면 실제 지어지고 난 후 전경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고 이는 클라이언트의 만족도를 높일 것입니다. 나노드론을 통해 실내 높은 곳에 있는 공기의 질이나 풍량 등도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지겠죠. 드론을 통해 자재운반을 하게 되면 오지에서도 시공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Q. 드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꽃인 인공지능과 결합하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드론이 인공지능과 결합하면 건축분야에서 어떤 일들을 수행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드론은 이미지 정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과 연계되면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새의 눈을 가지고 때로는 나노드론이 되어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대량의 데이터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이 데이터는 기존의 빅 데이터와 융합되고 인공지능은 그 과정에서 어떤 패턴을 읽어내 솔루션들을 제안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면 건축기획단계에서 굉장히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정 영역을 놓고 3차원 모델링을 실행하면서 용도까지 같이 읽어낸다면 클라이언트를 위해 이 자리에 무엇을 지으면 좋을지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또 건축법규를 손쉽게 확인하여 건물의 최대 부피나 모양을 확인해 보는 것이 손쉬워집니다.


시공 분야에서 시공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인력, 자재 등의 관계를 읽어내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어떤 제안을 할 수도 있겠죠. 각 단계 공사가 진행되면서 생기는 오차를 파악하고 구조적으로 무리가 오기 전에 이를 보완하는 제안 등도 인공지능과 연계한 드론이 건축현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물 관리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건축물 내외부 모니터링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생산해내고 이를 판독해 리스크요소를 미리 알아내거나 요소별 업그레이드 주기를 최적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이스 신텍스(Space syntax), 즉 경로 찾기 등의 영역에서도 큰 활약을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화재 발생시 최적의 피난경로를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Q. 드론은 인간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지역을 더 쉽고 정확하게 탐사할 수 있습니다이처럼 정보 수집을 위해 비행하는 드론인 매핑드론(mapping drone)’은 광산이나 건축업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선생님의 드론 경험담을 듣고 싶습니다.


10만여 평에 이르는 면적을 가진 공원에 대한 기본계획 및 구상을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부지가 넓어서 전체를 이해하는 데에 애로가 있었고 특히 바다와 접해 있다 보니 바다 쪽에서 대지를 조망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 팀은 드론을 활용해 항공촬영 영상을 만들고 이를 수치지형도와 비교하며 지형을 분석했습니다. 바다와 육지의 접목부를 시간대별로 계절별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죠. 물론 식생도 더 현황에 근거하여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 배치도를 나중에 드론 영상과 접목하여 3차원 프레젠테이션으로 활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현재 주택을 하나 짓고 있는데 시공의 중요 단계를 지상과 공중에서 동시에 촬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클라이언트에게 시공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또 이후에 완성이 되고 나면 홍보 동영상을 만들 때에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또 아까 말씀드린 대로 교정 시설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 법무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드론을 활용한 감시 체계 선진화 프로젝트에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


드론을 잘 활용해서 감시 체계가 업그레이드 될 경우에 언젠가는 경계벽 부분을 재계획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 경계벽 부분은 현재 삼중구조로 되어 있는데 전체 대지면적의 7~20%를 차지합니다. 이 부분을 줄일 수 있다면 다른 부분을 여유롭게 디자인 할 수 있기 때문에 교정시설 선진화를 이룩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Q. 얼마 전(2018.1)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공사(LH)가 토지·주택 관련 업무에 드론을 본격 활용한다고 밝혔습니다. LH는 계획설계시공자산·유지관리홍보 등 5개 단계에서 드론을 우선 사용하겠다고 합니다정부나 공공기관이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구들을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시급한 것으로 저는 드론, 빅 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을 연계하는 다양한 플랫폼 구축을 직접 선도하거나 아니면 이것이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현재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구들을 활용하여 도시와 건축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많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드론, 로봇, 3D 프린터 등이 결합하여 새로운 디자인, 시공, 관리의 영역을 열어가는 실험들이 많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선 이런 도시와 건축 관련 연구 성과들을 파악하여 게놈 지도를 만들고 우리가 변형을 하여 활용할 수 있는 것이나 또 우리가 개발할 여지가 있는 것들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에 들은 인공지능 활용에 관한 아이디어 중 가장 창의적이었던 것은 기존 약물을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재편집하는 것입니다. 목적은 희귀병에 대한 약품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100만 명 중에 한 명이 걸리는 병을 위해 제대로 된 약품 개발과정을 거치는 것은 불가능하죠. 이때 인공지능을 활용해 약품개발을 하는 것은 창의적인 대안이 됩니다.


이렇듯이 도시 및 건축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경제적 성과를 내면서도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영역별로 파편화 되어 있는 기획, 설계, 시공, 관리 전반에 이르는 데이터를 파악하고 활용 가능한 형태로 변형시켜서 양질의 빅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이터 관리, 생산, 공유를 활성화하고 데이터 조작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실행해야 비로소 창의적인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닦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술력을 갖춘 데이터 산업 및 인공지능 산업과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데이터의 적합도를 인지하는 능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도시건축인력들이 협업하는 구도를 만드는 역할을 국토부 등에서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창간 1주년을 맞이하는 아나드론 매거진의 앞날을 위한 축하 말씀과 독자 여러분에게 전할 인사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바쁘신 중에도 새해에 월간아나드론의 편집자문위원을 맡아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감사합니다.


군사용으로 시작된 기계를 인간적인 영역에서 새롭게 조명해 내고자 하는 저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사람과 기계를 잇는 것이고 둘째는 이를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입니다. 비행기가 등장하였을 때도 스위스의 『The Studio』 같은 저널은 군사용이 아닌 인간적인 비행기를 담아내고자 노력했고 그 기계가 열어 주는 새로운 시야와 마인드를 포착하고자 했습니다. 『ANA DRONE』도 드론이 사람의 일상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이 드론을 통해 만나는 장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항상 『ANA DRONE』을 통해 드론의 새로운 모습과 가능성을 보고 또 그것으로 인해 매개되는 사람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건축 및 도시디자인 영역에서 활동하는 저도 항상 기술과 일상의 관계 그리고 기술을 매개로 한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편입니다. 이런 방향에서 때로는 자그마한 조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NA DRONE』의 첫 돌이 가능했던 것은 출판을 위해 노력한 모든 분의 노고가 있었고 또 읽어주는 독자 여러분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분들 모두와 함께 돌을 축하하면서 계속해서 사랑받는 저널로 자리매김하기를 고대합니다.

   

   

국립국어원이 2014년 신어 가운데 하나로 ‘뇌섹남’을 선정한 이래, 이 단어는 꽤나 오래 대한민국이라는 지리적 공간을 점령했다. 시사적인 의미로는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유머러스하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를 가리키지만 때로는 지식인을 에둘러 표현하는 키워드로, 더 나아가 자신의 전공분야 외에 다양한 인문학적 시각과 미래공학적 상상력을 갖춘 지식인으로 부풀려지기도 한다.


백진 교수는 장흥에서 나서 자랐다. 초·중·고 시절을 물, 바람, 땅과 같은 자연 풍광과 더불어 지내며 따뜻한 공감력을 길렀고, 이를 미학, 디자인, 도시와 다채롭게 연결해 ‘융합적 자유로움’으로 확장했다. 바다건너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채워둔 해박한 지식 속에 인공지능, 드론, 3D 프린팅이 어울려 만들어 갈 미래 건축과 미래 도시를 상상하고 설명하는 백진 교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 매력을 만난 사람들은 그에게 선뜻 ‘뇌섹남’이라는 단어를 오버랩하고, 행여 결례는 아니었는지 무안한 얼굴을 하기 쉽다.


백진 교수와 함께 한 인터뷰 시간은 결과적으로 그의 서재를 방문한 시간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 핀란드 건축가 알바르 알토의 도면을 많이 스케치했다. 지금도 여전히 알토의 건축이 드러내는 세심한 배려를 좋아한다. 건축 및 도시 디자인 영역에서 항상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는 백진 교수의 말을 듣는 동안 우리의 삶 안으로 온전히 들어온 드론 기술이 사람과 기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따뜻한 매개가 되기를 바랐다.

            

         


WRITER 아나드론

대한민국 최초 드론 전문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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