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도 크게 쓸데는 없는 신비한 드론 도구들, '알쓸신드'를 소개합니다.
모든 취미가 다 그렇지만 관련 용품은 끝없이 증식합니다. "견물생심 인지상정(見物生心, 人之常情)" 이라는 옛 성현의 말씀까지 떠올릴 필요도 없습니다.
드론은 여러 분야의 기술들이 한 끝에 모인 탓에 도구도 다양합니다. 그래서 듣도 보도 못한 신비한 도구들이 이 견물생심의 마음을 상기시키는데 그 절차는 이러합니다.
하지만 이미 드론에 많은 지출을 했기 때문에 애써 잊으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택배를 기다리는 동안 행복에 빠집니다.
조금 사용하다가 급 실망하거나 아니면 조금 더 행복이 지속되는 분기점을 만나게 되는데 이 두 갈래 길은 다시 한 군데서 만납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돌아가 무한루프에 빠지게 됩니다. 특히나 드론은 전에 없던 신기한 관련 제품이 많아 우리의 영혼과 지갑을 투명하게 만듭니다.
사실 대부분의 도구는 드론 비행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정말 필요한 물품이라면 드론을 구입할 때 같이 넣어 주거든요.
물론 있으면 편리하지만 알아도 참 쓸데없습니다. 하지만 그 쓸데없음이 가진 신비함이 우리를 견물생심의 세계로 이끄는지 모릅니다.
여하튼 알아둬야 참 쓸데없지만 신비롭기 때문에 살펴봅니다. 오늘 준비한 아나드론스타팅의 이야기는 '알쓸신드' 입니다.
왜 내 드론 영상은 한여름에도 오들오들 떨고 있을까 고민한 분이라면 이 신비로운 물건에 도달합니다.
비행하는 드론은 모터의 진동과, 바람과, 원인을 알기 어려운 신비한 이유로 흔들리는데 이 흔들림이 영상을 망칩니다.
'와블링(Wobbling)' 또는 '젤로(Jello)' 현상이라고 불리는 이 증세는 카메라로 전달되는 진동을 억제하는 방법과 진동 자체를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프로펠러 밸런서는 프로펠러를 가운데 끼워 어디가 기우는지 살펴보는 도구입니다.
수평으로 놓았을 때 한쪽으로 기운다면 가벼운 쪽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무거운 쪽을 조금 잘라냅니다.
프로펠러를 수직으로 세워도 움직이지 않고 유지되어야 올바른 프로펠러입니다.
테이프를 붙이는 편이 프로펠러를 자르는 것보다 쉽지만 잘 붙여놓지 않으면 날다가 떨어지기도 하니 프로펠러가 만드는 풍압의 신비함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안정적인 비행이 중요한 촬영용 드론에게는 드물지만 돌진이 목적인 레이싱 드론의 프로펠러는 날카롭게 깨지기도 합니다.
부러진 프로펠러를 교환하려고 모터를 맨손으로 잡다가 깨진 모서리에 손을 다치기도 합니다.
둥근 모터는 손에서 쉽게 미끄러져 딱딱하게 굳은 딸기쨈 뚜껑 앞에서 쩔쩔매는 모양 빠지는 풍경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특히 레이싱 드론의 모터는 가끔 뭐든지 태워버릴 만큼 뜨거워집니다. 맨손으로는 도저히 만지지 못할 정도죠.
모터가 뜨거워지는 원인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회전시키지 못한 모터가 남은 에너지를 소리나 열로 바꾸기 때문입니다. 내 탓이 아닌 효율적이지 못한 모터 탓이죠.
하지만 모터를 제어하기 위한 전기 신호 입력이 적당하지 않거나, 부드러운 감속과 가속을 위해 과도하게 제어하는 경우(PID 제어에서 과도하게 D를 설정할 때)나 더 빠른 반응을 위해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필터를 강제로 빼는 경우 등 원인은 내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터가 뜨거워 손으로 잡지 못해도 당황하지 마세요. 이 신비로운 ‘뺀찌’는 이런 난감한 상황에도 뜨거운 모터를 잡는 당신의 우아함을 지켜줍니다.
DJI는 레이싱 드론을 위한 로터 세트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마이크로 SD 카드에는 드론과 함께한 모든 추억이 담깁니다. 하지만 그 추억의 양은 가격과 비례합니다.
추억의 해상도가 저화질이라면 저렴하게 담아내지만 DJI 인스파이어 2가 담아내는 5.2K 화질의 25분 영상은 120GB 정도의 용량이 필요합니다.
드론과의 추억을 정리하고 다음 비행을 위한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저장한 영상을 컴퓨터에 복사하거나 아니면 새 메모리 카드를 사용합니다.
간편함을 선호한다면 메모리카드를 더 사면됩니다. 50분은 12만 원, 한 시간 15분은 18만 원 그리고 24만 원입니다.
비쌉니다. 항상 바른 소비로 드론인들을 이끈 아나드론스타팅은 신비로운 대안을 소개합니다.
2TB 용량을 가진 이 외장하드는 씨게이트(Seagate) 사가 DJI와 함께 만든 제품입니다.
이 외장 하드스크는 USB 3.1로 초당 10GB의 전송속도를 가지고 있지만
DJI 드론과 어울리는 시크한 색상은 야외에서 더욱 돋보입니다.
그러나 DJI의 이름표가 가지는 부담스런 가격이 두려우신가요? 아직 걱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씨게이트의 외장 하드디스크는 신용 카드와 쿠폰 신공을 함께 연금하면 행복한 가격으로 찾을 수 있으니까요.
같은 용량의 외장 하드디스크와 비교해서 크게 비싸지 않아 저장한 영상에 신비함을 더합니다.
드론에서 가장 무거운 부품은 배터리고 내 몸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내장 근육으로 단련한 복부입니다.
둘 다 허리띠가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촬영용 드론처럼 찰칵하고 배터리가 고정되는 드론도 있지만 식스팩을 피하지방 밖으로 장착한 사람처럼 아직은 세상에 흔하지 않습니다.
레이싱 드론 배터리도 스트랩 없이 붙였다 땠다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건 저만의 바람이 아니었나 봅니다.
이 접착 패드는 벽에 스마트 패드나 액세서리를 고정하는 용도로 개발되었지만 최근 레이싱 드론 배터리 고정까지 그 용도가 확장되었습니다.
마치 복부 깊숙이 숨은 근력이 늘어지는 뱃살을 끌어올리듯, 이 신비한 끈끈이 접착 패드는 배터리뿐만 아니라 다른 부품을 고정하는데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요?
캠핑을 즐기는 데는 여러 가지 물건이 필요합니다. 야생은 원래 뭔가 많이 필요한 법입니다.
야생을 나는 드론도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모처럼 방문한 비행장은 드론에게 거친 곳입니다.
착륙이라고 주장하는 어떤 착지도 추락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남자도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터프한 착륙의 순간에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다면 소생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드론을 수리하는데 사용하는 공구는 대부분 휴대가 간편하지만 220V 전선에 묶인 인두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제 어떤 상황에서도 드론을 소생시킬 휴대용 인두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전설의 드론 명의가 될 수 있습니다.
맥주를 사러 급히 마트를 향해 달리다 만난 어린 아이가 부서진 드론을 끌어 안고 울고 있다면 항상 가지고 다니는 이 휴대용 인두가 빛을 발할 때입니다.
집도를 마치고 마트를 향하는 등 뒤로 기쁨에 겨운 아이의 외침이 들립니다. "나도 커서 드론왕이 될 거에요!!"
배터리는 드론에게 날씨만큼이나 고민스럽습니다. 아침에 정신없이 챙긴 배터리가 충전이 되어 있지 않다면 모처럼 차려입은 나들이에서 맞닥뜨린 장대비 같기 때문이죠.
배터리 충전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충전된 배터리가 다른 배터리와 섞여도 고민입니다.
물론 배터리가 얼마나 충전되어 있는지는 리포 알람 같은 가벼운 도구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이 신비로운 도구는 배터리의 각 셀 용량뿐 아니라 배터리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려주고, 배터리로 USB 충전을 가능하게 합니다. 거기에 수신기의 전파를 확인 기능은 덤입니다.
배터리 체커만으로는 배터리 걱정이 끝나지 않습니다.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를 보관에 적당한 3.7V까지 낮추지 않고 그냥 두면 배터리 수명이 줄어듭니다.
DJI 스마트 배터리처럼 사용하지 않은 배터리를 알아서 적당한 전압으로 낮추는 제품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배터리는 시간을 들여 방전해야 합니다.
방전기에 배터리를 끼우고 전압과 방전 전류를 선택하면 방전이 시작됩니다. 이것으로 만충된 배터리 고민도 사라집니다.
배터리 방전 기능은 충전기에도 있지 않냐구요? 공터에서 잠시만 호버링 해도 보관 전압까지 낮출 수 있지 않냐구요?
어찌 생각해보면 왜 필요한지 존재의 의미가 혼란스럽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방전기는 신비합니다. 신비한 물건은 원래 그런 겁니다.
지난 평창 올림픽, 소수점의 시간 차이로 메달이 바뀌는 순간에 우리의 함성과 탄식이 교차했습니다.
속도의 세계는 그렇게 냉철합니다. 하물며 드론왕을 꿈꾸는 드론 레이서들에게 기록은 분쟁의 씨앗입니다.
그래서 전파를 발신하는 폰더를 드론에 장착해 정확한 기록을 측정하기도 하지만 연습을 위해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1g의 체중 감량이 아쉬운 레이싱 드론에게 무언가 더 설치하기도 내키지 않습니다.
그때 지름신께서 한 손에 신비로운 물건을 그리고 다른 한 손에 세일 딱지를 들고 강림합니다.
이 신비로운 도구는 레이싱 드론이 항상 쏘아내는 5.8GHz FPV 영상 전파를 감지합니다.
어차피 모든 레이싱 드론이 5.8GHz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전파를 감지하면 드론에 별다른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도 기록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구간을 통과할 때 기록이 화면에 나타나는 것 뿐 아니라 시간 기록을 불러줍니다. 영어로요. 그래서 신비함이 더해갑니다.
어째서인지 드론을 날리는 시간보다 드론을 고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끊어진 전선쯤은 하도 연결해서 이제는 전파상이라도 차릴 내공이 쌓였지만
그러나 DJI 드론도 태양풍에 GPS 정보를 잃고 추락하듯 아무리 드론 수리의 고수라도 이 수축 튜브를 잊을 때가 있습니다.
납땜을 때고 수축 튜브를 다시 끼우면 되지만 그러기엔 지난 삶에서 차곡차곡 쌓은 게으름이 재작업이란 부지런함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냥 검은색 절연 테이프로 감아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끈적거리며 떨어질 것이 뻔해 고민은 깊어만 갑니다.
액체 상태의 이 절연 테이프는 절연이 필요한 곳에 바르기만 하면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굳어 수축 튜브를 씌운 것 같은 효과를 가집니다.
액체 상태의 절연 테이프라니 이 제품을 만든 사람은 미래 인류를 구원할 존 코너를 암살하려던 터미네이터 2탄에서 큰 감동을 받은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냥 납땜을 때고 수축 튜브를 사용하면 되지 않냐구요? 안됩니다. 우린 이미 이 신비한 도구의 존재를 알기 때문입니다.
도구를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특히 이미 충분히 신비로운 드론의 세계에서 남들과 다른 도구는 눈길을 끕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머, 이건 꼭 사야 해!'에서 택배상자를 여는 일을 반복하는지도 모릅니다.
신비로운 도구를 경험한 우리의 반응은 다시 네 가지로 나뉩니다.
어떤 결론에 도달하든 우리는 다시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로 돌아갑니다.
이런 도구들은 어쩌면 필요 없는 물건인지 모릅니다. 있다고 비행이 더 유려해지고 컨트롤이 날카로워질 리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드론을 좋아하는 이유는 날리는 순간의 즐거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드론이 선사하는 즐거움은 새로운 제품을 발견해 그 신비로운 기능에 놀라고, 그게 어떤지 궁금해 하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안에도 있습니다. 그래서 꼭 드론을 잘 날려야만 즐거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아오C 이걸 이 돈 주고 산 내가 바보 같아’도 괜찮습니다.
대신 이건 사지 말라고 친구에게 미리 충고하세요. 정말 친한 친구라면 너도 사라고 권하면 됩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