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스마트 시계, 헤일로 드론
가벼운 조종, 똑똑한 비행으로. 스마트 시계와 만난 드론.
스마트 시계가 있습니다. 똑똑해서 스마트가 아니라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어 스마트 시계라 불립니다.
스마트 시계는 몸에서 1m 이상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폰과 혹시 모를 잠시의 이별에 대비해 아예 손목에 찰 수 있도록 만들어진 첨단 기기입니다.
스마트 시계가 우리에게 다가온 것도 이제 제법 오래 됐습니다.
스마트 시계 페블은 콘셉트만으로 1,030만 달러를 투자 받으면서 크라우드 펀딩의 전설이 되기도 했고, 사진=blog.getpebble.com
이어 애플과 삼성 같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업뿐만 아니라 태그호이어 같은 고급 시계 브랜드에서도 만들기 시작해서
최근 몽블랑은 시계 스트랩에 스마트 기능을 넣어보기도 했습니다. 사진=www.montblanc.com
스마트 시계는 드론도 사용하는 IMU 센서와 GPS, 맥박 측정 센서 등을 장착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분석합니다.
또 스마트폰의 여러 기능을 스마트 시계로 제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폼이 나죠. 사진=www.tagheuer.com
그래서 스마트 시계는 스마트폰에 스팸 문자가 왔다고 끝없이 알려주고, 만보계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나의 인격과 비례한다고 믿는 복부 건강에 1 정도는 기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비해 스마트 시계가 우리 생활에 없어선 안 될 역할을 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지금의 스마트 시계는 스마트라면 기대하는 그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자고로 스마트한 시계라면 자동차 정도는 불러줘야 스마트한 법입니다. 음성 인식은 기본입니다. "키트! 도와줘!!" 사진=steamcommunity.com
전설의 미드 ‘전격 제트 작전’이 보여준 미래는 오지 않는 것인가 하는 실망 속에서 또 무더운 여름을 맞는가 우울한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이거라면 기꺼이 스마트 하다고 할 법한 스마트 시계를 발견합니다.
드론을 조종하는 시계입니다. 시계를 사면 드론을 준다는… 사진=www.haloboard.com
오늘 살펴볼 스마트 시계의 이름은 따로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같이 주는 드론의 이름은 ‘헤일로 (Halo)’ 입니다.
사실 드론과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만남은 헤일로가 처음은 아닙니다.
독특한 디자인과 빠지지 않는 성능
헤일로 보드(Halo Board) 사의 드론, 헤일로는 드론만 있는 모델과 스마트 시계와 트랙커 모듈이 함께 있는 프로 모델로 나뉩니다.
시계가 중심이 아닌 드론이 중심인가 봅니다. 시계만 따로 살 수 없으니 말이죠. 사진=www.haloboard.com
하지만 시계로 조종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열광 할 만하지만, 가만히 살펴본 드론의 외관도 그냥 지나치기 힘든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헤일로는 평범한 드론처럼 X 모양이 아닌 길게 솟은 머리를 가진 곤충을 연상시킵니다.
촬영 카메라 짐벌이 앞으로 길게 나와 있습니다. 사진=www.haloboard.com
헤일로는 고프로 사의 카르마와 비슷하게 전방에 카메라를 둔 구조입니다.
카메라가 전방에 있는 것은 촬영에 도움이 됩니다.
카메라가 앞으로 나온 만큼 카메라 렌즈와 풍경 사이에 있는 프로펠러나 랜딩기어 같은 드론의 일부분이 찍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늘에서 풍경을 담아야 하는 드론은 넓은 화면을 한꺼번에 담는 광각렌즈를 선호합니다. 렌즈와 풍경 사이에는 아무 것도 필요 없습니다. 사진=www.haloboard.com
고프로의 드론, 카르마의 카메라처럼 헤일로도 분리형입니다.
카메라만 분리해 사용할 수도 있고 다른 카메라를 헤일로와 함께 하늘로 보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드론이 분리를 허락하지 않는 일체형 카메라를 사용하는데 비해 카메라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소니의 IMX 377 센서는 4K 영상을 30fps로 촬영합니다.
헤일로의 짐벌은 드론의 바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놓여 있습니다. 사진=www.haloboard.com
빨간색 머리는 짐벌의 일부입니다. 충격 흡수를 위한 댐퍼로 몸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방식은 무게 중심이 짐벌에서 가장 무거운 모터에 모이는 기존과는 다른 접근법입니다.
독특한 디자인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리를 접습니다. 사진=www.haloboard.com
다리를 접는 드론이야 고프로 카르마가 다리를 접어 드론 시장의 돌풍을 예고했고, 그 정도로 접히는 걸로는 접었다고 할 수 없다며 원래 모습인양 새침하게 다리를 접어 넣은 DJI의 매빅이 있습니다.
덕분에 다리가 접히는 건 이제 별로 신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헤일로의 다리는 앞쪽과 뒤쪽의 접히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덕분에 롱다리가 깔끔하게 수납이 됩니다.
다리마다 클립이 있습니다. 이 클립은 펼친 다리를 견고하게 잡아 줍니다. 사진=www.haloboard.com
드론으로서 비행 성능도 만만치 않습니다. 헤일로는 매빅 프로의 시속 65km를 넘어 시속 80km를 자랑합니다.
게다가 비행을 쉽게 해주는 다양한 조종 기능도 꼼꼼히 갖추고 있습니다.
버튼 하나로 떠오르고 버튼 하나로 돌아옵니다. 사진=www.haloboard.com
조종기와 연결한 스마트폰 화면으로 비행 항로를 미리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www.haloboard.com
단순히 따라오는 것부터 원을 그리며 따라오는 기능 등, 7가지 독특한 팔로우 미 기능도 자랑합니다. 사진=www.haloboard.com
헤일로의 팔로우 미 기능은 등산 같은 고도가 변하는 상황에도 일정 거리와 높이를 유지합니다.
튼튼한 몸체와 함께 조종기의 품질도 높은 점수를 줄만 합니다.
헤일로의 조종기는 DJI 매빅과 팬텀의 조종기 그 중간쯤의 크기입니다. 사진=www.yotubue.com
일체형인 스마트폰 홀더는 중간 고리를 접으면 대형 태블릿까지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2.4GHz와 5.8GHz를 사용하는 헤일로의 조종기는 토끼 귀 같이 뻗어 나온 안테나가 보이지 않습니다.
헤일로의 안테나는 조종기 아래 연결하는 모듈에 패치 형태로 숨어 있습니다.
가능한 먼 거리까지 비행하기 위한 고민이 엿보입니다.
똑똑한 스마트 시계와 GPS 트래킹
하지만 헤일로가 무엇보다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스마트 시계입니다.
헤일로는 스마트 시계만으로도 거의 모든 기능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헤일로! 도와줘!!" 라고 외쳐봐야 소용은 없지만, 드론을 조종할 조이스틱은 있습니다. 사진=www.youtube.com
처음 동작 시키면 시간이 표시됩니다. 그야 시계니까 당연하고 남은 비행시간과 드론의 고도, 속도 그리고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한 화면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드론의 기본 기능을 시계에서 누릴 수 있습니다. 사진=www.haloboard.com
이륙과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기능, 시계에 달린 조이스틱으로 바로 조종이 가능합니다.
헤일로가 자랑하는 7가지 팔로우 미 기능도 이 시계에서 모두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기능을 선택하면 진동으로 알려주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헤일로의 독특한 팔로우 미 기능은 다른 드론처럼 시각 센서에 의지하지 않습니다.
독립적인 GPS 모듈입니다. 사진=www.haloboard.com
헤일로는 이 GPS 트랙커가 위성에서 수신한 위치 정보를 목적지로 삼습니다.
카메라로 포착한 목표물을 따라가는 팔로우 미 드론은 따르던 사람을 놓치면 목표를 잃고 어쩔 줄 몰라 하지만 헤일로는 다릅니다.
눈에 보이는 목표가 아니라 목표가 있는 위치를 따라가기 때문이죠.
이미 GPS 트랙커가 멀리 떨어져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팔로우 미 기능이 동작합니다.
헤일로의 눈은 카메라가 아니라 GPS니까요.
등산 같이 고도가 변하는 상황에서도 일정 높이를 유지하면서 따라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GPS 모듈의 고도센서 정보를 드론이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몰래 추적해야 할 때 이 GPS 트랙커를 사용할 법도 합니다.
최근 팔로우 미의 트렌드는 이미지 인식과 분석 기술입니다.
헤일로 드론, DJI에 도전할 수 있을까?
이 독특한 드론 헤일로는 특이한 디자인과 GPS 정보를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팔로우 미 기능을 무기로 철옹성 같은 DJI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폴딩 드론의 원조 DJI 매빅과 비교해 봅니다.
시속 80km라는 압도적인 속도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사양에서는 결국 DJI 앞에 무너집니다.
심지어 가격에서도 매빅에 미치지 못합니다.
헤일로 드론을 만든 헤일로 보드 사는 사실 드론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전동 보드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헤일로 보드의 제품들입니다. 땅을 달려보았으니 이번엔 하늘도 달려보고 싶었나 봅니다. 사진=www.haloboard.com
DJI 드론은 오랜 기술 투자로 독보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비행을 잘하는 드론은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비행하는 드론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비행시간과 비행 거리에서 DJI의 벽은 높기만 합니다.
시장에서도 헤일로 드론은 많은 아쉬움을 지적받고 있습니다.
별도의 외장 카메라는 드론 조종기로 조종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DJI 팬텀 시리즈가 외장 카메라를 포기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헤일로 드론, 살만 한가요?’ 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매빅을 추천합니다.
매빅이 이미 있으시다구요? 더 좋은 촬영 퍼포먼스를 지닌 팬텀을 추천하겠습니다.
더 멋진 비행을 위한 아름다운 도전들
레저용 드론 시장에서 DJI의 입지는 점차 굳건해지고 있습니다.
초기 드론 시장에서 DJI가 얻은 성공을 아낌없이 기술에 투자한 성과입니다.
아마도 한동안 DJI 드론을 위협할 새로운 드론은 쉬이 등장하지 않을 듯합니다.
DJI 드론은 이미 7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진=www.iresearchchina.com
어떤 시장이라도 과점 구도가 형성되면 새로운 경쟁자의 도전은 어렵기만 합니다.
이미 누구보다 많은 드론을 생산하는 DJI는 다른 어떤 회사보다 저렴하게 부품을 공급받기 때문에 새 도전자는 비슷한 성능의 드론을 더 저렴하게 만들기 힘듭니다.
DJI를 이길 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도 힘듭니다. DJI는 이미 상당 수준의 기술을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DJI를 넘어서는 기술이 완성될 때까지 언제까지나 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파괴적인 기술이 등장합니다. 노키아가 차지하던 휴대폰 시장을 순식간에 스마트폰으로 바꿔 버린 애플 같이 말입니다.
DJI 드론은 멋집니다. 뛰어난 성능에 납득할 만한 가격을 가지고 있죠.
그러나 시장을 바꿀 새로운 기술은 제품 성능이 정점에 달했다고 느끼는 바로 이런 순간 등장해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헤일로 드론을 조종하는 시계는 멋집니다. 가벼운 드론 촬영을 위해 떠난 발걸음에 조종기가 더하는 무게는 때때로 드론보다 더 거추장스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헤일로의 스마트 시계는 드론 시장을 한 단계 발전시킬 파괴적인 기술에는 미치지 못해 아쉽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드론이 더 새로운 비행을 위해 계속 도전을 멈추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DJI도 스마트 시계를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드론 조종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너무 하네요. DJI… 사진=www.twitter.com
WRITER 민연기/아나드론스타팅 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