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의 비밀에 도전하는 AUV 발전 연대기
지구 속에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우주 바다. 아직도 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그 신비한 곳으로 드론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스스로 하늘을 날던 드론은 이제 자율주행 무인 잠수정(AUV ;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다 속을 누비는 중이다.
AUV는 1970년대 들어 전자공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나타난 원격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잠수부나 잠수정을 활용한 기존 해양탐사 방식에 따르는 시간적 제약과 위험을 감소하기 위한 목적에 충실했다. 초기 무인잠수정은 유삭식(有索式) 무인잠수정(ROV ; Remotely Operated Vehicle)으로 전원 공급과 제어명령을 유선으로 전달했다. 유삭식은 케이블(索)을 통해 원격 운용자가 모든 것을 제어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 후 자동제어기술과 로봇공학이 발전함에 따라 무삭식(無索式) 자율 무인잠수정(AUV ;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이 나타나면서 자율항해 및 탐사가 가능해졌다. AUV는 좌표와 업무를 지정하는 것만으로 해저에서 모든 작업을 수행한다. 이 같은 특성을 반영해 최근에는 ROV는 비교적 수심이 깊은 심해탐색 및 해저 시설물 관리에, AUV는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에서 진행하는 ‘격자 형태의 수중 검색(Grid Search)’에 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AUV 개념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반세기에 가까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은 연구 성과이다. 그 결과가 지금 바다를 탐색하는 AUV이다. ANA DRONE 6월의 테마 <바다와 드론Ⅰ>은 AUV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진화와 함께 하면서 수많은 바다의 비밀을 풀어갈 것이다. 10년 단위로 AUV의 연대기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자.
AUV 개발은 1960년 무렵에 시작됐다. 초기 AUV 연구의 초점은 그 유용성에 대한 조사에 맞춰져 있었다. 당시 등장한 AUV는 소수에 그쳤으며 대부분 특정 분야에 활용할 응용 데이터 수집을 위해 운용됐다. 운용 사례가 적었던 탓인지 당시 연구에 대해 다룬 논문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때 등장한 대표적인 AUV로는 워싱턴대학교(Washington Univ) 응용물리연구소(APL)에서 개발한 SPURV(Special Purpose Underwater Research Vehicle)가 있다. SPURV는 정해진 잠수 활동의 단순한 기능을 수행했다. 작동 깊이는 최소 3000m, 최대 깊이는 3600m였다. 약 4시간 동안 4~5 노트씩 이동할 수 있었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많은 수의 테스트 베드가 개발됐다. 워싱턴대학교 응용물리연구소는 북극 지역 데이터 수집에 초고층대기관측위성(UARS)과 SPURV를 활용했다. 뉴햄프셔 대학의 해양 시스템 연구소에서는 스페이스 프레임을 사용한 EAVE를 개발했다. 비슷한 시기 러시아에서는 수심 600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AUV L1과 L2 개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AUV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밖에도 1970년대에는 AUV 잠재력 발굴을 위한 다양한 기술 실험이 진행됐고, 그 결과 많은 사례를 통해 AUV 기술 성장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게 된다.
1980년대는 AUV와 직접 관련한 분야 밖에서 더 많은 발전이 있던 시기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AUV 개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저출력에도 작동하는 메모리와 소형 컴퓨터는 개발자에게 필요한 복잡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 기술 개발은 실제 AUV 운용 체계 개발이 당면한 문제점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0년대 미국 뉴햄프셔의 더럼(Durham)에서 첫 국제 AUV 심포지엄이 열렸고, 세계 최초로 열린 심포지엄에는 미국 AUV 관련 기술자 24명이 참가했다. 24명의 기술자로 시작한 이 심포지엄은 1987년에 이르러 9개국의 관련 회사, 대학 및 정부기관 등을 대표하는 인사 320여 명이 참가하는 모임으로 확대됐다.
당시 미국에서는 심포지엄에 이어 프로토 타입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다. 가장 잘 알려진 프로그램은 Draper Labs가 진행한 대형 AUV 개발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개발된 두 대의 대형 AUV는 미 해군의 AUV 실증 프로젝트에 활용됐다. 10년여의 기간 동안 진행된 실증 실험은 AUV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해당 시기, 목표 지향 발전기라고 명명한 이 시기에는 해양 탐사 로봇을 활용한 해양 관측 프로젝트(AOSN, Autonomous Ocean Sampling Network)가 등장했다. AUV 활용을 두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된 것이다.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AUV 발전 목표는 분명해졌고 테스트 베드에 그 실증을 위한 1세대 운용 체계가 나타났다. 전 세계 수많은 조직이 AUV 활용과 관련된 여러 운용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개발 작업에 나섰다. AUV 활용에 나설 잠재적 사용자들도 실제 운용 체계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 운영에 참가해 AUV 상업화에 속도를 더했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축적된 기술은 최근 상업적 과제를 수행할 AUV를 만들었다. 군사, 해양 관측 분야에서 시작한 AUV 기술이 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면서 상업 시장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상업용 AUV 시장 성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세계 해저작업용 AUV 시장은 2017년에 3621만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연평균 12.77% 성장률을 보이며 2023년에는 7713만 달러 규모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리서치 연구기관 더글라스 웨스트우드(Douglas-Westwood)는 2016년 『세계의 자율무인잠수정(AUV) 시장 World AUV Market Forecast 2016-2020』를 발행하며 전 세계 AUV 수요가 2016~2020년 사이에 약 10%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또한 AUV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가용성이 향상되면 환경 평가, 수중 생태 연구 등에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2020년에는 군용 AUV가 총 수요의 73%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연구기관인 BBC Research사는 2018년 2월 시장 분석 자료 『세계의 무인잠수정(AUV) 시장 예측(-2022년)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s: Global Market to 2022』
분석 자료를 발행하며 세계의 무인잠수정 시장은 예측기간 중 4.5%의 성장을 지속해 2017년 6억 7150만 달러에서 2022년에는 8억 35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은 우리의 호기심을 양분으로 끊임없이 발전한다. 하늘을 향한 호기심을 풀어준 드론은 이제 바다 속에 숨겨진 신비로운 작은 우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 두려움의 베일에 쌓여있는 바닷속 비밀을 이제 드론이 하나하나 풀어나갈 것이다. 하늘과 땅을 누비며 맹활약을 예고하고 있는 드론이 저 깊은 바다 속에서 발견할 새로운 경이가 다가오고 있다.
AUV 상업 시장의 확대는 군사 부문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앞서 살핀 것처럼 지난 수십 년 동안 AUV 연구개발 주체는 대학 연구실험실, 일부 기업 등이었다. 물론 일부 군사기관 등에서도 초기 개발 단계에서 자금지원 등이 이뤄졌지만, 장기 프로젝트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최근 AUV 상업 시장 활성화에 주목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센서, 항법, 에너지원 등이 개선되면 상업 시장 확대를 넘어 각국 군사 분야에도 큰 부가가치를 낳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AUV가 단순한 학술 연구를 넘어 해양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이제 남은 비밀은 바다 속을 달리는 드론이 얼마나 일찍 우리에게 자신이 탐색한 비밀의 실상을 펼쳐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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