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심플하지만 평범하지 않아.”
하늘길을 누비던 드론이 바닷길로 향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꾸준하게 계속된 연구를 통해 몇 단계 더 발전한 수중 촬영 기술과 함께 드론은 이제 바다 속을 항해할 준비를 마쳤다. 이전에도 사람을 대신해 위험한 바닷속으로 들어가 심해를 탐색하던 기술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늘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오늘 당신은 가장 먼저 BIKI와 친해질 수 있다. BIKI는 비행기에 탐승할 때 1인당 2개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와이어리스 피시 드론이다. 당신이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오늘 당장 산호초 지역에 사는, 상자 모양을 닮은 물고기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국내 쇼핑몰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BIKI를 지금 당신 집으로 초대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비록 168만 원을 지불하는 절차를 거쳐야겠지만, 당신이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기술을 익히는데 드는 비용보다는 적을 것이다. 당신은 BIKI의 눈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기록할 수 있으며, BIKI와 함께 수영할 수도 있다. BIKI는 말한다. “난 심플하지만 평범하지 않아.”
2017년 홍콩 소싱 박람회, CES 2018 등 최신 전자 기술을 살필 수 있는 국제행사장에 등장한 여러 종류의 수중드론이 당신도 바다 내부를 향할 때가 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래된 미래, 넓고 깊은 바다를 탐색하고 싶은 욕망을 간직한, 그러나 여전히 바쁜 당신을 대신해 수중드론 BEST 5을 만났다.
가장 먼저 소개할 수중드론은 물고기가 되고 싶은 비키(BIKI)이다. 지난해 5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Kickstarter)에 등장한 비키는 두 달여 만에 목표 금액인 20만 달러(약 2억 원) 모금에 성공했다. 비키는 화면 떨림 방지 기능을 갖춘 105도 4K 카메라를 장비하고 있고, 어두운 수중에서도 촬영할 수 있는 114 루멘 조명 두 개도 준비되어 있다.
꼬리지느러미를 사용해 최대 시속 1.8km로 유영하는 비키는 최대 수심 60m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일반인들은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는 수심 10m 이하로 내려가기가 어려우며 오랜 경험으로 단련된 우수한 제주 해녀의 경우는 20m까지 내려가 작업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스쿠버 장비를 착용할 때 여러 교육단체 등에서는 내려갈 수 있는 수심의 한계를 30m 이내로 규정한다고 볼 때, 60m 잠수 상태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비키는 우리에게 생소한 수중 풍경을 일반화한다. 더 다양한 가능성과 우리가 알고 싶은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랑스러운 드론임이 확실하다. 그뿐인가. 물고기처럼 헤엄치는 비키는 IMU 센서와 적외선 감지 센서로 균형을 유지하고 장애물을 회피할 수 있다.
이외에 비키 수중드론은 Wifi를 사용해 iOS와 안드로이드 앱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하며 별도의 컨트롤러도 준비해 두고 있다. 물고기를 형상화한 사랑스러운 디자인의 수중드론 비키는 지난해 11월 초 사전 예약자 145명을 시작으로 배송과 판매가 진행 중이다.
글라디우스(Gladius) 수중드론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노란 튜브를 떠올리게 한다. 이 비비드한 옐로우 컬러의 수중드론은 4개의 스러스트를 사용해 최고 시속 7km 속도로 바다 속을 달린다.
글라디우스는 16MP 카메라를 장비해 4K 영상 촬영이 가능하며, 720p 영상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할 수도 있다. 최대 3시간 동안 잠수할 수 있는 글라디우스는 최고 100m 아래 바다에서도 활동이 가능하다. 이 수중드론은 콘솔 게임기 패드를 닮은 전용 컨트롤러에 스마트폰을 연결해 조종한다. 또 전파가 도달하기 어려운 깊은 수심에서 조종하기 위해 케이블이 달린 부표도 준비되어 있다.
글라디우스(Gladisu)는 라틴어로 ‘검‘을 의미하며, 로마시대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역사자체를 상징하는 하나의 메타포라고 할 수 있다. 이름에서 전해지는 강렬한 의미와 인상은, 동심의 노란 뷰트의 이미지로 재해석되고 새로운 수중드론으로 재탄생 되었으니, 수중드론의 역사를 다시 쓸 신화로 남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성공적으로 모금을 마친 글라디우스는 지난해 6월부터 순차적으로 배송 중이다.
블루아이 파이오니어 드론(Blueye Pioneer drone)은 노르웨이에 자리한 블루아이로보틱스(Blueye robotics)의 작품이다. 독특한 형태의 이 드론은 전문 잠수부나 어부를 위해 제작된 수중드론이다.
파이오니어 드론은 Wifi 통신기를 내장한 부표와 전용 앱으로 조종이 가능하다. 특히 유선 방식으로 조종한다는 점이 이색적인데, 이 수중드론은 최대 150m 해저에 도달 할 수 있고, 한 번 충전으로 2시간 동안 잠수할 수 있다.
촬영 성능은 1080p 30fps로 크게 눈에 띄는 점은 없다. 단, 수중 촬영에서 흔히 발생하는 색 손실을 소프트웨어로 보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 VR 고글과 연동이 가능해 직접 심해를 유영하는 듯 한 체험이 가능하다.
블루아이로보틱스는 이런 특징을 살려 해저 케이블이나 해상 풍력 발전소 점검 등에 유용하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를 위한 수중드론 파이오니어는 올해 배송을 목표로 테스트 중이며 현재 사전 예약을 진행 중이다.
아이버블(iBubble) 역시 크라우드 펀딩에 소개된 수중드론이다. 인디고고에서 21만 달러(약 2억 원)의 모금에 성공한 아이버블은 잠수부를 위해 설계됐다. 아이버블은 손목시계형 조종장치를 사용해 잠수부와 함께 바다로 뛰어든다. 사용자는 이 조종 장치를 사용해 물속에서 아이버블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아이버블은 손목시계형 조종장치를 인식해 사용자를 따라다니는 팔로우 미 기능을 구현했다. 또한 360도 회전 촬영 및 장애물 회피 기능도 갖추고 있다. 사용자와 함께 바다에 들어가지 않을 때에는 다른 수중드론과 마찬가지로 유선 방식 부표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용자와 함께 바다를 누비는 똑똑한 아이버블도 한 가지 아쉬움을 남긴다. 바로 자체 카메라를 장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이버블은 고프로 액션캠을 사용한다. 하지만 사용자와 함께 바다를 누비면서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그 아쉬움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며, 전문적인 수중 촬영을 고프로의 액션캠과 연동한다는 점은 기술력의 콜라보가 만들어낸 더 좋은 결과물을 선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아이버블은 해양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수중드론의 모습으로 설계되었다. 이 수중드론은 잠행 중 생기는 물살과 소음을 최소화한 설계로 해양생물이 놀라거나 다치는 일을 줄였다. 또 매년 매출액의 1%를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윤리적인 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 드라이버가 되어 드넓은 바다 속을 함께 누비는 착한 수중드론을 찾는 당신이라면, 그 바람은 아이버블로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수중드론은 파워비전(PowerVision)이 개발한 파워레이다. 낚시 마니아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중드론이다. 다른 수중드론들이 가진 촬영 성능에 낚시에 도움을 줄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파워레이를 낚시 마니아를 위한 드론으로 만든 첫 번째 기능은 미끼 투척이다. 옵션을 사용한 이 기능은 전용 앱에서 버튼 한번으로 원하는 위치에 미끼를 던지게 돕는다.
두 번째 기능은 어군탐지다. 파워레이는 피시파인더(FishFinder)라는 이름의 어군탐지기를 가지고 있다. 공처럼 생긴 이 장치는 수심 40m 내의 물고기 분포는 물론 수온, 수심, 해저 지형 상태를 알려준다.
파워레이는 다른 수중드론과 마찬가지로 촬영을 위한 카메라도 장비하고 있다. 이 카메라로는 4K 품질 영상 촬영과 FPV가 가능하고 1080p 실시간 스트리밍도 즐길 수 있다. 이제 머지않아 낚시를 즐기는 낚시 마니아들은 수중드론 마니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바다 속을 하염없이 물고기와 날아오르는 파워레이는 매력적인 모형과 함께 유혹적인 수중드론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은 아직 낯설고 비밀스러운 존재로 바다를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드론은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늘 새로운 공간을 탐색하기 좋아하는 드론 덕분에 그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의 신비도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직접 수중 세계를 탐험하기를 원하는 당신이 언제 해양스포츠 마니아들의 로망인 수중드론 파워레이에게 말을 걸지는 알 수 없다. 세계 최초의 수중드론이라는 파워레이는 뮌헨 수중스포츠 전시회를 통해 유럽에 소개됐고, 2018년 2월 드론쇼코리아에서 이미 많은 사람과 사귀었다. 당신이 파워레이의 방문을 원한다면, 그래서 300만 원을 지불한다면, 그것은 가오리 형태의 디자인 때문이 아니라 수중 촬영, 수중 가상현실 체험, 어류 탐지 기능, 수상스포츠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은 물론, 낚시 마니아들의 충실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오늘 소개한 다섯 가지의 수중드론만으로 심해가 간직한 비밀을 당신에게 모두 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신의 상상을 자유롭게 이끌던 동심을 지켜주고 싶어서 그런 지도 모른다. 바다를 즐기고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또 하나의 우주, 바다를 탐험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수중드론과 친할 자격이 있다.
여름이 시작됐다. 바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당신이라면, 이색적인 바다 드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색다른 경험으로 드론과 함께 여행을 시작하기 바란다.
대한민국 최초 드론 전문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