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인 구조로 고급 고글에 도전하는 박스형 FPV 고글들
이미 저 멀리 날아간 드론은 하늘로 숨어 보이지 않아도 그 드론을 날리는 사람은 땅 위에 남아 여전히 관심을 받습니다.
드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인칭 시점 디스플레이는 드론 비행의 재미를 한층 더합니다.
그래서 몰입감이 중요한 레이싱 드론에게 FPV(First Person View) 고글은 필수 장비가 되어버렸죠.
FPV 고글을 쓰고 고개를 이리저리 흔드는 모습은 드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기 때문에 이 시선이 부담스러워 더 멋져 보이는 안경형 FPV 고글을 선택합니다.
안경형 FPV 고글 대부분은 가격에서 말린 멸치의 비늘만큼의 자비를 기대할 수 없지만, 그만큼 다양한 기능을 자랑하고 있으니까요.
탐나지만 좌절스런 가격의 안경형 FPV 고글 대신 현실적인 지출로 FPV 모니터를 선택하기에 더더욱 박스형이나 일반 FPV 모니터는 저렴한 차선책처럼 느껴집니다.
최고급 안경형 FPV 고글은 500불에 가까운 가격에 관세까지 부담해야 하는 반면에
안경형 FPV 고글을 고집하지 않으면 현실적인 대안은 얼마든지 있는데도 말이죠.
그런데 정말 안경형 FPV 고글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FPV 디스플레이의 정점일까요?
박스형 FPV 고글이 최적의 가격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안경형 FPV 고글은 고급화라는 가격 거품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나드론스타팅이 살펴볼 오늘의 이야기는 성능과 가격 둘 다 놓치기 싫은 박스형 FPV 고글입니다.
안경형 FPV 고글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작습니다. 그래서 쓰고 있어도 비교적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안경형 FPV 고글의 무자비한 가격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작은 크기를 위해 디스플레이는 눈앞에 바짝 위치해야 하고 이 가까운 화면 탓에 특별한 렌즈를 사용해야 합니다.
디스플레이가 작아 해상도를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해상도의 한계는 다시 가격 상승을 부릅니다.
이 작은 크기를 위해 우리가 포기해야 할 것은 비용만이 아닙니다. 안경을 쓰는 사람은 안경도 포기해야 합니다.
안경을 잃어 부족해진 시력은 별도의 렌즈(Diopter Lens)로 되찾을 수 있지만
디옵터 렌즈를 사용해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렌즈가 고글에 붙어 있으니 고글을 벗는 순간 다시 시력을 잃게 되죠.
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트래커, 교환형 영상 수신기, 눈과 눈 사이의 거리를 조정하는 IPD, 김서림 방지 팬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이 있지만 이 기능은 장점이 아닙니다.
작게 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추가된 기능이거나 박스형 고글도 이미 가지고 있는 기능이거든요.
안경형 FPV 고글에 비해서 박스형 FPV 고글의 단점은 확실합니다.
FPV 모니터를 눈앞에서 보게 만들어 주는 구조 때문에 작게 만드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큰 화면과 높은 해상도를 만들 수 있어도 큽니다.
제대로 영상을 보려면 눈과 화면 사이에 충분한 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디스플레이를 멀리 보내지 않고도 눈과 화면의 거리를 유지하는 독특한 박스형 고글이 등장합니다.
박스형 FPV 고글 위에 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바로 아래에 반사경을 두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은 눈과 디스플레이 거리를 줄여 크기를 더 작게 만드는데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무게도 개선합니다.
RC 명가 왈케라가 선보인 FPV 고글이 바로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왈케라 고글 4는 안테나 2개를 사용해 더 좋은 전파를 수신하는 다이버시티 수신기를 장착했습니다.
반사경을 이용한 박스형 FPV 고글 중에는 초기에 등장한 제품이지만, 해상도도 800 x 480 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무게가 528g으로 뒷목의 피로가 걱정됩니다. 어쩌면 이 무게 때문에 반사식 박스형 FPV 고글이 태어났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왈케라가 가장 최근에 출시한 고글이 박스형인 점은 부담스러운 부피만 인정한다면 최적의 성능을 만들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해서가 아닐까요?
팻샤크는 안경형 FPV 고글계에서 DJI 같은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팻샤크도 박스형 FPV 고글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물론 FPV 드론 입문 기체인 팻샤크 101도 박스형 FPV 고글을 포함하고 있지만
팻샤크의 박스형 FPV 고글은 트랜스포머(Transformer)라는 이름답게 디스플레이만 분리해 FPV 모니터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32채널을 지원하는 다이버시티 수신기를 내장한 모니터는 박스형 고글 전면에 설치하는 양안(Binocular) 모델과 왈케라 고글 4처럼 고글 위쪽에 설치하는 풀 패널(Full Panel) 모델에 합체할 수 있습니다.
팻샤크의 박스형 FPV 고글은 해상도(1208 x 720)도 뛰어나고, 양안 모델의 FOV(55도)는 어떤 안경형 FPV 고글도 따라갈 수 없는 화면 크기를 선사합니다.
풀 패널 모델의 FOV 역시 47도로 현재 판매 중인 어떤 안경형 고글 보다 큰 화면을 자랑합니다.
단점이라면 역시 팻샤크 제품답게 박스형 고글치고는 무자비한 가격 정도일까요?
드론이라면 완구형에서 셀카드론 그리고 레이싱 드론까지 무엇이든 만들기로 유명한 Eachine은 FPV 고글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Eachine 만큼 다양한 FPV 고글 라인을 가진 드론 회사도 드뭅니다.
최근 Eachine은 안경형 FPV 고글도 라인에 추가했습니다. 그것도 파격적인 가격대로 말이죠.
원래 소리 소문 없이 저렴한 가격의 신제품을 출시하기로 유명하지만, 이번은 Eachine답지 않게 고가의 박스형 FPV 고글을 추가했습니다.
반사 구조에 5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EV900은 1920 x 1080 해상도에 FPV 고글용으로만 쓸 물건이 아니라는 듯 85도 FOV로 압도적인 화면 크기를 자랑합니다.
재미를 위해서라면 뭐든 일단 넣고 보는 Eachine답게 "FPV 드론도 즐기고 영화도 보면 좋잖아" 라는 듯합니다.
동작 시간도 영화 한 편 보기 딱 좋은 2시간 10분이니까요.
영화 관람을 포기할 수 없어 선택한 초대형 화면 때문에 비행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이 흠이 되어버렸습니다.
박스형 FPV 고글이 안경을 쓰는 사람에게 더 편하다지만 안경을 쓴 채로 고글을 쓴다면 여전히 안경과 관자놀이를 고글 안에 구겨 넣어야 하는 고통을 피할 수 없습니다.
모든 고글이 선명한 화면을 위해 바깥쪽 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구조로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전용 안경은 안경형 FPV 고글의 디옵터 렌즈와 다를 바 없습니다.
박스형 FPV 고글 역시 안경 착용자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FXT의 바이퍼는 간지러운 바로 그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 줍니다.
FXT는 드론을 만들지 않는 드론 회사입니다. FXT의 주력 제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에 들어가는 FPV 카메라입니다.
작고 가벼운, 그렇지만 좋은 화질의 카메라를 찾던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 마니아들이 선택한 그 카메라죠.
그리고 FXT는 자랑인 광학 기술을 녹여 낸 박스형 FPV 고글로 돌아왔습니다.
바이퍼는 37채널 다이버시티 수신기를 지닌 고글로 분리형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FXT의 바이퍼 고글은 반사경을 사용하는 팻샤크 풀 패널 모델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바이퍼의 장점은 열린 구조입니다. 모든 FPV 고글이 어떻게 해야 빛을 가리고 얼굴에 꼭 맞게 할지 고민할 때, 바이퍼는 고글과 얼굴이 어떻게 해야 편하게 만나는지 고민한 고글입니다.
빛 가리개를 완전히 제거하고도 사용할 수 있어서 화면에만 의존하는 FPV 비행과 드론을 직접 보면서 비행하는 시계 비행(LOS, Line of Sight)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고급으로 치닫고 있는 안경형 FPV 고글에 비해 박스형 고글은 다양한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고 폭넓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박스형 고글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경쟁하다 보니 좋은 FPV 디스플레이 선택에서는 제외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박스형 FPV 고글은 고급형입니다. 안경형 고글의 절반 정도 가격인데도 말이죠.
레이싱 드론 관련 액세서리 중에서 FPV 디스플레이는 가격 부담이 가장 큽니다.
드론은 지른 비용만큼 만족이 큽니다. 비싸면 좋고 싸면 딱 가격만큼만 좋죠.
FPV 고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성비는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인자인데도 어째서인지 FPV 고글만큼은 안경형을 고집하고 있는 걸까요?
물론 박스형 FPV 고글이 구조를 바꿔 크기를 줄이고 아무리 예쁜 모양을 한 대도, 쓰고 있는 모습이 안경형 FPV 고글에 비해 간지에서 뒤쳐짐은 부인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FPV 고글을 쓰면 드론과 함께 내 주변은 하늘뿐입니다.
박스형 FPV 고글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어떤 FPV 모니터보다 더 넓은 하늘을 보여 주니까요.
물론 비행을 하다가 돌아와 기묘하게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피하는 게 좋겠죠.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