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푸른 지구를 지킬 드론들
1969년 1월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로부터 약 148km 떨어진 산타바바라(Santa Barbara)와 마주한 태평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날 인류의 눈과 귀는 온통 산타바바라를 향해 쏟아졌다. 사철 푸르던 바다는 시커멓게 물들고, 바다를 헤엄치던 해양 생물은 죽어갔다.
생명의 바다가 죽음의 바다로 바뀌는 동안 검은 기름띠는 점점 더 길고 넓게 확산됐다. 인류 최초로 대규모 해상기름 유출사고를 확인한 사람들은 자신의 표정에 떠오른 당혹감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지구의 죽음이 인류 자신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사실에 직면한 순간 당혹감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사고발생일로부터 한 해가 더 지난 1970년 4월 22일, 미국 위스콘신주 게이로드 넬슨 상원위원이 ‘1970 지구의 날(Earth Day)’을 처음으로 선언했다. 하버드대생 데니스 헤이즈는 뉴욕에서 선언문 한 장을 발표했다. 환경문제에 관한 범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 움직임에 자극받은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들은 행사에 참가하여 연설을 듣고, 토론회를 개최하고, 깨끗한 환경을 되찾기 위한 행동을 실천에 옮겼다.
뉴욕 5번가에서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했고, 60만 명 이상이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환경집회에 참여했다. 그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일주일 동안 행진했다. 미국 전역에서 2000만 명이 넘는 어린이와 대학생, 그리고 마을 커뮤니티가 맨손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며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들이 경험한 해양 오염에 대한 최초의 경악이 그들의 마음과 행동을 소리 없이 바꾸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구 환경오염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대규모로 조직된 시위였다.
1972년이 되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국제연합 인간환경회의가 처음 열렸다. ‘하나 뿐인 지구’라는 이 주제는 세계인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의 내면에는 아직도 경제 성장이 우선순위로 자리잡고 있었다. 상황은 여전했다. 결국 20년가량이 더 지난 1990년에 이르러서야 제2회 대회가 열렸다.
그 동안 ‘지구의 날’이 중단되면서 환경오염은 경제성장에 밀렸고, 지구의 푸른 얼굴 또한 부차적인 문제로 생각됐다. 2009년 마침내 ‘세계 지구의 날’이 제정됐다. 공식 명칭은 ‘International Mother Earth Day’. 지구를 어머니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0년 4월 20일, 뉴올리언스 남쪽에서 200여 km 떨어진 해상에서 영국의 국제 석유 메이저 업체인 BP(British Petroleum)사의 딥워터 호라이즌 시추선에서 석유 시추 시설이 폭발했다. 딥워터 호라이즌 호는 현대중공업에서 2001년 건조한 121m × 78m 크기의 반잠수형 해양 굴착 시설로 2013년까지 BP사에 임대 중이었다.
화재는 플랫폼을 삼키고 고층 건물 높이만큼이나 강력하게 치솟았다. 2016년에 영화화되고도 한 이 사고로 시추선에서 근무하던 11명이 실종, 사망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화재를 잡으려고 여러 대의 배를 동원해 소방작업에 나섰으나 딥워터 호라이즌 호는 36시간 만에 침몰했다. 침몰 과정에서 시추 파이프가 부러지면서 원유가 계속 유출돼 역사상 유례가 없는 최악의 유출사고로 이어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2~4년간 하루에 최대 630만 리터의 원유가 유출되고 조류를 타고 대서양 전체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미합중국 해안경비대와 BP사는 3개월 넘게 원유 유출과 확산을 막기 위해 이리저리 시도했으나 모두 헛일이었다. 해면을 덮은 기름은 그 범위가 남한 크기 절반을 넘는 650㎢를 넘어섰다. 결국 다섯 달이 지난 2010년 9월 무렵에야 수중드론을 투입해 시치구를 완전히 막는데 성공했다.
이 사고로 유출된 원유는 총 7억 7800만 리터에 달했으며, 총 650㎢에 달하는 바다를 뒤덮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복구를 마친 미국 정부는 지난 2015년 7월 피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배상금이 총 187억 달러(약 19조 원)에 이르며, 민간사업자의 소송까지 결정될 경우 최고 42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다에 기름이 유출됐을 때 방제 작업은 총 세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공기 주입식 오일 펜스 등을 사용해 기름 확산을 막는다. 이후 사고지역 기름에 유화제를 살포한다. 마지막으로 유화제와 결합된 기름을 해수와 분리한다. 멕시코만 기름 유출은 미래에 발생할 재난에 대비해 해양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도록 촉구했다. 어떤 사람들은 분산제나 건초의 사용을 제안했다. 그런 한편에서는 좀더 첨단화한 기술적인 접근법이 제시됐다. 다음과 같은 사고 수습 시스템들이다.
오일 클리닝 가드(Oil Cleaning Guard)는 독특한 콘셉트를 지니고 기름 유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고안됐다. 유출된 기름이 바다 표면으로 퍼지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기름과 물을 분리하는 여과 과정을 수행한다.
또한 새와 물고기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가드를 피해갈 수 있도록 연속적으로 빛을 내는 신호 시스템을 채택했다. 여과를 거쳐 분리된 오일은 이 기기의 내장 탱크에 저장된다. 뿐만 아니라 해양 생물들의 잠재적인 위험을 알리기 위해 당국에 조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이처럼 친환경 녹색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독창적인 제안을 인정받아 2011년 로터스(Lotus) 상을 수상했다. 네 명의 디자이너(Zhu Yi, Li Ran, Zhao Xiaoyang and Hu Tingting)는 멕시코만 기름 유츨 사고를 통해 산업 사고를 바로 잡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관심을 쏟았고, 이런 종류의 기름 유출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물 표면을 지나가는 석유 유출물로 보이는 물질을 보여주면서, 거대한 바다 여과기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그런데 11미터 길이에 이르는 이 청소 가드들 가운데 몇몇이 나란히 작동하기 때문에, 많은 바다 부분이 즉시 표적이 될 수 있다.
며칠 안에 기름 유출을 청소할 수 있는 공중 로봇 오일 유출 복구 시스템(AEROS; Airborne Robotic Oil Spill Recovery System)을 갖춘 자동 로봇이다. AEROS는 항공기와 수상 드론을 함께 운영하는 기름 유출 사고 수습 시스템으로, 정제할 기름을 모으기 위해 원심 분리기와 같은 분리 장치를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로봇군이다.
이 시스템을 작동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하는 임무는 먼저 유출 현장 근처에서 비행기가 기름 확산을 방지할 오일펜스와 수상 드론(로봇)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공기를 주입한 오일펜스가 일단 부풀어 오르면 파도는 기름을 둘러싸고, 고성능 GPS를 탑재한 수상 드론이 그 안으로 들어가 세척 시스템으로 물을 흘려보낸다.
이 로봇들은 기름기가 많은 물을 빨아들이고 액체를 돌리면서 밀도가 높은 물을 바깥으로 보내고 중앙에 기름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 드론을 통해 정제된 물은 99% 순수하며, 이 과정에서 수집된 오일은 별도의 주머니에 보관하고, 나중에 승무원들이 이를 제거해 재활용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GRG(Global Response Group)은 수상 드론 1대가 1분당 최대 1만 1300리터(3000갤런)의 기름을 여과해 며칠 만에 오염 지역을 청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GRG는 또한 중국 정부와 첫 번째 AEROS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협상 중에 있는데, 기름 유출로부터 중국의 어획물을 보호하기 위해 이 로봇들을 배치한다.
디자이너 김지훈이 개념화한 OSP 드론은 단순하고 모듈화 된 구조 덕분에 사고 현장으로 신속하게 이송되어 즉시 임무를 시작할 수 있다. 해군의 어뢰 및 광산 작업과 마찬가지로 헬리콥터나 보트로 빠르게 배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다중 로봇 제어 알고리즘을 통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OSP 드론은 모듈 방식을 채택했고 태양열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현장에 배치된 OSP 드론은 진보된 로봇 공학을 사용해 탑재하고 있는 공기 주입식 오일 펜스로 유출된 기름을 처리한다. 이처럼 빠른 조치를 통해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정화팀이 더 빠르게 사고를 수습하도록 도우며 다중 로봇 제어 알고리즘을 통해 임무를 완수한다.
2018년 4월 22일, 다시 돌아온 ‘지구의 날’을 맞아 NASA가 한 장의 기념 wew포스터를 제작했다. “지구는 우주 바다의 해변이다”는 문장을 넣었다. 지구 행성의 아름다움과 우주 속에서의 위치를 절묘하게 표현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4~1996)의 말이다.
지구의 날은 유엔이 정한 세계환경의 날(6월 5일)과 달리 순수 민간운동에서 출발했다. 2018년 지구의 날 슬로건은 ‘하늘색을 돌려주세요.’였다. 슬로건은 해마다 바뀐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것은 환경오염으로부터 지구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인류의 바람이다.
드론이 그 바람에 응답한 최초의 기체는 아닐지라도, 오늘날 드론이 바다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지구의 건강한 미래를 지원하는 우군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칼 세이건의 문장을 되새김질할 때 우리는 이런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우주는 지구를, 지구는 바다를 품고 있다. 그 바다 속에 우주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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