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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Sep 04. 2018

마이크로 드론의 최종 진화, 스내퍼

BLDC를 탑재한 마이크로 드론 스내퍼

40도도 우습게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 우리 드론인은 망설여야 했습니다.

  

포기하고 에어컨의 숨결이 닿는 실내에 안주할 것인가. 사진=https://pixabay.com

  

아니면 온 정신을 다해 비행에 집중하면 40도의 기온 따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자동차 안에서 에어컨을 틀고 날려보겠다는 의지의 드론인도 있었지만 자동차 안에서의 비행은 그렇게 안전한 방법이 아닙니다.


자동차의 금속 차체는 드론의 전파를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책은 있었습니다. 실내 비행에 최적화된 마이크로 드론입니다.


타이니 웁(Tiny Whoop)이 대표하는 마이크로 드론은 모터와 모터 사이의 대각선 거리 100mm 이하에 브러시 모터를 적용한 드론입니다.


초소형 FPV 카메라와 영상송신기가 개발되면서 이제는 완구형 드론을 개조해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실내에서 안전하게 날릴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꼼짝도 하고 싶지 않은 추운 겨울과 등 깔고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장마철을 위한 최고의 드론입니다.

  

그래서 아나드론스타팅도 지루한 장마철에 마이크로 드론으로 어디까지 즐길 수 있을지 고민을 했었죠.

  

하지만 장마는 언제 왔는지 기억도 없고 폭염은 프로펠러를 녹일 듯합니다.


결국 에어컨의 보호 아래 날릴 드론은 다시 마이크로 드론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 드론이 지닌 브러시 모터의 소박한 출력은 선풍기와 에어컨 바람에 날아가 버렸습니다.

  

S사가 자랑하는 무풍 에어컨을 선택하든지. 사진=https://news.samsung.com

  

새로운 마이크로 드론을 찾아야겠습니다.

  

  



BLDC 모터 마이크로 드론, 77mm가 끝일까?


영구자석과 전자석 사이의 힘으로 회전하는 모터는 드론의 심장입니다.


드론을 떠올릴 양력을 만드는 프로펠러를 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구자석과 전자석 사이에서 힘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전자석에 흐르는 전류의 방향을 바꿔줄 장치가 필요합니다.


회전할 때마다 전류을 방향을 바꾸도록 모터 안에 브러시(Brush)와 정류자(Commutator)를 넣은 브러시 모터(Brushed Motor)와 전자석 여러 개를 순서대로 동작시키는 BLDC(Brushless DC) 모터가 드론이 애용하는 모터입니다.

  

BLDC 모터는 여러 개의 전자석과 영구자석이 필요해 작게 만드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사진=https://www.dji.com

  

그래서 작고 가벼운 완구형 드론은 브러시 모터를, 촬영용 드론과 레이싱 드론은 BLDC 모터를 사용합니다.


BLDC 모터는 크기도 문제지만 모터의 전자석을 순서대로 동작시킬 특수한 스위치, 전자변속기(ESC)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BLDC 모터와 ESC까지 넣고 작게 만들기는 쉬운 게 아니죠. 이런 게 4개는 있어야 하니까요. 사진=https://store.dji.com

  

그래서 초소형 FPV 카메라 장치의 무게를 감당할 마이크로 드론으로 한 완구형 드론이 간택되었습니다.

  

타이니 웁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던 인덕트릭스(Inductrix)는 한때 품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사진=https://www.horizonhobby.com

  

그런데 모터마다 하나씩 최소 4개는 있어야 하는 ESC가 한 개로 뭉치더니 크기까지 작아지면서 묘한 크기의 레이싱 드론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모터 대각선 거리가 105mm인 리자드105S는 BLDC 모터에 720px 60fps 영상을 찍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https://www.eachine.com

  

이렇게 작아진다면 BLDC 모터를 가진 마이크로 드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던 어느 날 궁극의 마이크로 드론을 발견합니다 .

  

타이니 웁처럼 덕트 프로펠러를 가진 비웁(BWhoop)입니다. 사진=http://www.boldclash.com

  

77mm 크기를 가진 비웁은 FC(Flight Controller)와 ESC를 한 개로 통합하는데 성공합니다.

  

비웁은 궁극의 마이크로 드론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비록 65mm인 타이니 웁 보다는 크고 FC와 ESC 통신방식으로 비교적 오래된 Oneshot125 밖에 지원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65mm, 진정한 마이크로 드론 스내퍼 6


BLDC 모터를 장착한 마이크로 드론의 핵심은 FC와 ESC 통합, 그리고 초소형 BLDC 모터입니다.


이 경쟁은 이미 표준 마이크로 드론 타이니 웁의 65mm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될 참이었습니다.


비웁에 이어 F3 프로세서를 가진 크레이지비(Crazybee F3)가 등장할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크레이지비 F3 입니다. 수신기와 FC, OSD, ESC를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초소형 통합 FC 크레이지비는 드론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드론 상태를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는 OSD(On Screen Display)까지 갖추고 있는데다 모터와 커넥터로 연결되기 때문에 납땜조차 필요하지 않습니다.


비웁에서 아쉬웠던 FC와 ESC 통신방식도 최신 DSHOT600을 지원합니다.


DSHOT600은 모터를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은 추락으로 뒤집힌 드론을 바른 자세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에 충돌이 잦은 마이크로 드론에 꼭 필요한 기능이었죠.

  

지금까지는 인덕트릭스 FPV 플러스만 가지고 있던 기능입니다.

  

이제 이에 걸맞은 초소형 BLDC 모터만 나오면 새로운 BLDC 마이크로 드론이 탄생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17,000kv 모터를 장착한 UR65가 탄생합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1V 전압당 RPM을 의미하는 17,000kv 모터는 4V를 넣으면 68,000RPM으로 회전합니다. 비웁의 15,000kv 모터보다 더 빠릅니다.


물론 비웁보다 모터 크기가 작아 힘은 약하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타이니 웁과 동일한 크기인 65mm입니다.

이것으로 UR65는 마이크로 드론이 향한 최종 목적지에 도달했습니다.


타이니 웁이 가지지 못했던 BLDC 모터에 타이니 웁과 동일한 크기, 거기에 레이싱 드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어 소프트웨어인 베타플라이트(Betaflight)의 모든 성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어떤 드론이 궁극의 마이크로 드론 자리를 차지할지 기다리던 마이크로 드론 팬들에게 너무 빨리 이야기가 끝나버린 게 아닌가 아쉬워하던 순간,

  

스내퍼 6(Snapper 6)가 등장합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왜인지 알 수 없지만 UR65와 색깔만 다른 동일한 캐노피를 가진 이 마이크로 드론은 카본 프레임에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덕트를 장착했습니다.


플라스틱 프레임을 사용한 UR65가 충돌에 잘 부서진다는 단점을 노리고 개선한 듯합니다.

  

타이니 웁도 카본과 알루미늄 덕트 프레임이 있었습니다. 사진=https://www.rakonheli.com

  

타이니 웁의 이 화려한 프레임은 플라스틱보다 쉽게 부서진다는 평가로 큰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구조의 스내퍼 6은 어지간한 충돌에는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는 평가입니다.

  

모터도 더 강력합니다. 손톱보다 더 작은 이 모터는 19,000kv입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알루미늄 덕트 덕에 무거워지지 않을까 걱정스럽지만 20.5g인 UR65에 반해 스내퍼 6은 24.2g입니다.


거기에 UR65의 17,000kv 대신 19,000kv 모터가 적용됩니다.


타이니 웁 전용 브러시 모터가 19,000kv 였던 것을 생각하면 좀 더 궁극의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모터를 위한 배터리도 최대 전압 4.2V를 가진 리튬폴리머(Li-po) 배터리 대신 최대 전압이 4.35V인 LIHV(High Voltage Li-po)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LIHV는 전용 충전기가 필요합니다. 스내퍼 6는 리튬폴리머와 LIHV 배터리를 6개까지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충전기도 제공합니다.

  

UR65도 로고만 다른 똑같은 충전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스내퍼 6가 더 좋다고 평하기는 어렵더라도 이 충전기는 정말 편합니다.


XT60 커넥터를 가진 보통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이용해서 충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튼 UR65와 스내퍼 6. 이 쌍둥이 같이 꼭 닮은 두 마이크로 드론은 어쩌다 서로 다른 브랜드로 등장했는지 의문입니다.

  

  



2% 부족한 스내퍼 6


현존하는 최고의 마이크로 드론 스내퍼 6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배터리를 고무줄로 고정합니다.

  

머리카락도 아닌데 말이죠. UR65와 동일한 외형 탓에 FPV 카메라도 쉽게 떨어집니다.

  

게다가 쉽게 깨집니다. 접착제로 고정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배터리와 모터 밸런스도 아슬아슬합니다. 모터가 잡아당기는 전류를 배터리가 충분히 견디지 못합니다.

  

이제 막 호버링을 시작했는데 3V를 겨우 넘깁니다. 4.35V까지 충전했는데 말이죠. 사진=https://www.youtube.com

  

고전류를 사용하는 드론은 순간적으로 배터리 전압을 낮춥니다.


배터리 새그(Battery Sag)라고 하는 이 현상은 배터리 용량이 작을수록 심해지는데 리튬폴리머 배터리의 최저 전압이 2.8V인 것을 생각하면,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날려도 2분 30초 정도 밖에 비행하지 못합니다.


더 큰 용량 배터리를 사용하면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무게도 그만큼 무거워져 즐거운 비행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궁극의 마이크로 드론을 찾아서


BLDC 모터로 무장한 스내퍼 6는 브러시 모터 타이니 웁과 비교하면 월등한 비행성능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기체 무게와 그 무게를 감당하기 위한 모터가 아슬아슬한 수준에서 평행을 이뤄 추락하는 드론을 끌어 올리며 비행하는 프리스타일 비행은 쉽지 않습니다.


빠른 플립은 무난하지만 S 스플릿(S-Split)이나 파워 루프(Power Loop) 같이 지면 가까이 자세를 추스려야 할 때 추락하기 일쑤입니다.

  

제조사인 해피모델사도 이 한계를 알고 있었는지 더 큰 모터와 더 큰 배터리를 가진 스내퍼 7을 함께 출시했습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스내퍼 7은 회전 속도는 같지만 좀 더 큰 힘을 가진 모터(SE0703 19,000kv)와 스내퍼 6보다 200mAh나 더 큰 450mAh 용량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크기도 다시 75mm로 늘어나 비웁과 비슷해져 버렸지만, 실내와 실외에서도 안정적이고 프리스타일 비행도 어느 정도 소화해 스내퍼 6보다 더 사랑받고 있습니다.


스내퍼 6은 아쉬운 점이 있지만 65mm급에서는 최고 성능을 가진 마이크로 드론입니다.


물론 마이크로 드론 마니아들은 이 작은 크기에 1S 배터리 대신 전압이 두배 더 높은 2S 배터리로 시험해 보기도 합니다.

  

1S 배터리 2개를 직렬로 연결할 수 있는 프레임입니다. 사진=https://www.rakonheli.com

  

타이니 웁이 만든 65mm도 마이크로 드론의 최종 목적지는 아닙니다. 더 작은 드론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됩니다.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59mm 프레임 설계도가 인터넷에 공개되기도 했고. 사진=https://www.thingiverse.com

  

24mm×14mm 크기 FPV 드론 제작에 성공한 사람도 있습니다. 사진=https://www.youtube.com

  

작은 드론을 만들기 위한 도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드론 배송에서 드론 광고, 사람이 타고 다니는 드론 까지 우리는 드론이 세상을 얼마나 바꾸게 될지 이야기하고 그 미래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늦어지는 실용화에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작은 드론은 장난감일 뿐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드론이 즐거운 이유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점으로 세상을 소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타이니 웁이 책상 다리 사이를 비행하고 천정 형광등을 넘을 때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익숙한 일상 속에 새로운 세상이 숨어있음을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드론이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듯 작은 드론은 작지만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스내퍼 6은 작은 세상을 탐험할 마이크로 드론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WRITER 민연기/아나드론스타팅 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초보자를 위한 드론 전문 웹진, 아나드론스타팅!

www.anadronestar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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