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샥 고글에 견줄만한 가성비 최고의 이신 EV200D 고글
드론 선진국 중국에는 이신(Eachine) 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프로펠러가 4개인 쿼드 콥터부터 RC 비행기에 헬리콥터까지 정말 다양한 제품을 끝없이 출시합니다. 뭐든 많이 만드는걸 보면 중국에 흔한 완구회사 인가 싶어도
출시 제품이 다양한 만큼
그렇고 그런 짝퉁 드론 회사인가 싶다가도
이제는 뭘 만들어도 허허 웃어넘길 신기한 드론 회사 이신은 어느 순간부터 FPV 모니터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드론에 달린 카메라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FPV 모니터는 촬영용 드론은 물론이고 레이싱 드론에겐 필수입니다.
결국 최저가의 안경형 FPV 고글 EV100을 출시하더니 곧이어 고 사양의 EV200D를 발표했습니다.
드론을 만드는 회사는 각자 자기 분야가 있습니다. DJI는 촬영용 드론을 만들고, 스웰프로(Swellpro)는 방수 드론을 만듭니다. 레이싱 드론은 부품별로 더 잘게 쪼개서 자신만의 특징을 가진 부품으로 유명한 회사가 되기도 합니다.
프라이 스카이(Frsky-RC)라면 타라니스 조종기로 유명한 것처럼 말이죠. FPV 고글은 팻샥(Fatshark)이 대표적인 회사입니다.
양쪽 눈에 별도의 디스플레이와 렌즈를 장착한 안경형 FPV 고글로 높은 품질과 함께 높은 가격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고글은 드론을 날리는 즐거움을 넘어 비행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에 드론의 제왕 DJI도 고글을 출시했습니다.
하늘을 날기만 한다면 뭐든 만드는 이신도 고글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제품군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이신이 FPV 고글도 만드나 싶어도 저렴한 고글을 찾아 구매하고 보면 이신 제품입니다. 그런데 그런 고글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저렴한 제품으로 FPV를 쉽게 만나기에 적합한 제품들입니다. 모니터형 디스플레이에 렌즈와 함께 눈앞에 두어 화면을 크게 즐기는 박스형 고글입니다.
비교적 저렴한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피가 커 불편하지만 저렴하지만 비행을 즐기기 충분합니다.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드론을 만드는 이신다운 제품들이죠.
박스형 고글도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양으로는 안경형 고글보다 뛰어난 제품도 많습니다.
그러나 박스형 고글은 FPV 모니터를 눈앞에 걸어두고 보는 것 뿐 본격적으로 레이싱 드론을 즐기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안경형 고글과는 다른 기술이 적용됩니다.
안경형 고글은 영상이 눈에 가깝게 펼쳐져 화면에 집중하기 좋아 더 실감나는 비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형 디스플레이를 사용해야 하고 크기가 작기 때문에 비싸고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안경형 고글을 만드는 회사는 드론을 만드는 회사만큼 다양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제품을 꾸준히 소개하던 이신이 갑자기 안경형 고글을 출시합니다. 고가의 제품은 좀처럼 만들지 않던 이신이 FPV 고글을 만들다니 설마 가격 까지 저렴할까 했는데
이신은 이미 30불대의 가격의 박스형 고글도 팔고 있으니 99.99불이라면 상당히 고가지만 다른 안경형 FPV 고글에 비하면 정말 저렴합니다. 펫샥의 가장 저렴한 제품도 200불을 훌쩍 넘기니까 말이죠.
고급형 고글에만 적용되던 김서림 방지 팬도 들어 있는 데다 72개 채널을 선택할 수 있는 영상 수신기가 기본적으로 내장되어 있습니다. 팻샥 제품은 대부분 수신기를 따로 사야 합니다. 고글을 사고 나중에 수신기 까지 사야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던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 왔습니다.
물론 720 x 540 p의 낮은 해상도와 영상 끝에서 끝까지의 각도를 의미하는 FOV (Field of View)가 28도로 작은 화면을 가지고 있지만 99.99불에 안경형 FPV 고글이라니 팻샥이 이끈 고가 시장에 파란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했습니다. 걱정했던 화면은 너무 작고 해상도가 낮아 그보다 저렴한 박스형 고글에 미치지 못했고, 영상 수신기의 성능도 다른 제품에 비해 썩 만족스럽지 못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렌즈를 이동해 시력을 조절하는 방법은 시력이 아주 나쁜 사람들에겐 도움이 되지 않아 EV100은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신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EV100에 이은 신제품 EV200D를 발표합니다. EV100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화면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화면의 크기를 의미하는 FOV 역시 42도로 2018년 상반기 주목받았던 상위 제품 AOMWAY의 코만도 V2의 45도에 필적합니다. 수신기도 이신 제품을 믿을 수 없다면 펫샥 고글용 전문 영상 수신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열어두었고, HDMI 입력단자까지 내장되어 있습니다.
사양만으로 최고가 될 이 EV200D의 가격이 99.99불이라면 참 행복하겠지만 299.99불로 3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사양의 제품이 400불을 훌쩍 넘으니 가성비로는 최강이라 할 만합니다.
하지만 뛰어난 가성비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문제점이 들어납니다.
항상 재미난 드론으로 우릴 즐겁게 해 주던 이신은 이번엔 10개월이 지나도록 ‘커밍순’ 입니다. 원래 중국 직구는 주문하고 잊어야 배송되는 법이라지만 10개월은 너무 심하죠. 국내외 드론 커뮤니티에서는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의견과 그래도 기다려보겠다는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42%까지 포기하던 어느 날
고급진 파우치가 포함된 EV200D는 팻삭보다 조금 더 큽니다. HDMI를 포함한 다양한 케이블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글도 제법 큽니다. 크기는 출시 전 리뷰어들이 지적한 단점이었습니다. 좌우로 빛이 세어 들어와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EV200D는 상당히 편안합니다.
다른 고글은 관자놀이를 눌러 두통을 유발합니다. 얼굴이 갸름하고 콧대가 높은 서양 사람의 얼굴에 맞춰져 있기 때문인가 짐작해 보지만 EV200D는 동양인의 얼굴에 잘 맞습니다. 서양 리뷰어들의 지적이 이해되면서도 이제야 넙데데한 나의 얼굴을 인정받은 듯한 기분에 다시 오열합니다.
EV200D의 가장 큰 장점은 FOV 42도에 1280 x 720p의 해상도입니다. 사실 FPV 카메라의 해상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상을 전송하는 아날로그 전파가 480p의 해상도 밖에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더 높은 해상도를 지원하는 영상 수신기도 있지만
3D가 지원되기 때문에 SBS(Side by Side, 오른쪽과 왼쪽이 따로 편집된 영상) 형식의 영상으로 그럴듯한 3차원 영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영상 수신기도 개선되었습니다.
전면 방향으로 수신율을 높인 지향성 안테나를 3개 사용하고 남은 한 개는 전 방향 안테나를 선택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드론이 날아가도 걱정이 없습니다.
EV200D의 D가 의미하는 다이버시티(Diversity) 기술은 영상 전파의 강도가 강한 쪽을 우선해서 수신하는 기술입니다. 전파는 주변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고 사양의 수신기에 많이 이용됩니다.
이신이 저 가격으로 만족할 만한 성능의 다이버시티 수신기를 만들 수 있을까 염려되지만
전파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500m 이내에서는 노이즈를 별로 없다는 평가입니다.
EV200D는 2018년 상반기 최고사양의 FPV 고글들과 견주어 볼만합니다.
아직까지 검은색 밖에 출시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예고했던 하얀색 버전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시커먼 얼굴에 검정색 고글이 풍기는 어둠의 포스를 하얀색 EV200D로 중화할 수 있습니다.
안경형 FPV 고글은 비쌉니다. 물론 다른 형태의 고글보다 복잡한 구조에 작지만 높은 성능의 디스플레이와 렌즈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시장을 이끄는 팻샥의 고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들이 꾸준히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팻샥 제품을 능가하는 사양에 가격까지 저렴한 제품은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레이싱 드론 기술 분석으로 유명한 조슈아 바드웰 (Joshua Bardwell)씨는 EV200D가 바로 그런 FPV 고글이라고 평가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습기 방지 팬을 제외하거도 내부에 별도의 냉각팬이 있어 소음이 신경 쓰이고, 전용 배터리는 USB로 충전하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소소한 문제부터 다이버시티 수신기가 영상을 바꾸면서 화질이 변하는 품질 문제도 지적되곤 합니다.
이신은 소소한 소프트웨어 문제를 개선할 펌웨어도 업데이트를 시작했지만 수신기 업데이트는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그러나 출시를 예고하고 10개월이나 다듬고 다듬어 출시된 EV200D는 기다린 시간을 배반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이신은 또다시 재미있다면 뭐든 만드는 드론회사의 자리를 굳혔습니다. 쉽든 어렵든 간여하지 않고 말이죠.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