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의 끝, 3d 비행을 하기 위한 드론의 노력
레이싱 드론 챔피언 김민찬 선수는 군살 없는 매끈한 라인을 따라 무시무시하게 빠른 속도를 비행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김민찬 선수는 빠른 비행을 넘어 프리스타일 비행에도 화려한 비행을 보여줍니다. 김민찬 선수가 시뮬레이션으로 RC 헬리콥터를 시작한 일이 3살 때였으니 드론으로 보여주는 곡예비행의 수준을 짐작해 볼만합니다.
RC헬리콥터의 곡예비행은 위와 아래를 뒤집어 정지하고 좌우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춥니다. 맹렬히 회전하는 프로펠러를 아래로 향하도록 회전한 다음 잔디 깎듯 낮게 날기도 합니다.
드론의 조종은 RC헬리콥터의 조종과 무척 닮아 있습니다. 스로틀 스틱(Throttle Stick)을 올리면 상승하고 요 스틱(Yaw Stick)으로 회전합니다.
그런데 프리스타일 드론의 곡예비행은 RC헬리콥터와 다릅니다. 드론은 원을 그리며 날고 뒤집어도 떠오르려면 원래 위치로 돌아와야 합니다.
헬리콥터는 위아래를 뒤집어도 중력에 자유로운 듯 비행을 하는데 드론은 왜 그렇지 못한 걸까요? 조종기도 똑같은데 말이죠. 오늘 나눌 이야기는 드론과 3D 비행입니다.
프로펠러는 돌아야 맛입니다.
선풍기의 프로펠러가 약풍과 강풍을 만들듯 드론의 프로펠러도 강한 양력과 약한 양력을 만듭니다. 움직이지 않고 공중에 떠 있는 ‘말뚝 호버링’ 스킬은 4개의 모터가 회전하는 속도를 정밀하게 달리하면서 양력을 조정한 덕분입니다. 빨리 돌면 강한 양력을, 천천히 돌면 약한 양력이 생깁니다.
헬리콥터는 다릅니다.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는 항상 같은 속도로 회전합니다. 그런데도 강하고 약한 양력을 만들고 심지어 위아래를 뒤집어 비행합니다. 비밀은 독특한 프로펠러에 있습니다.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는 회전 속도를 바꾸는 대신 회전 각도를 바꿉니다.
프로펠러가 한 바퀴 돌때 움직이는 거리를 피치(Pitch)라고 합니다.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는 각도를 바꾸기 때문에 이 피치가 달라집니다. 양력의 크기를 바꾸는 거죠. 그 각도를 반대로 만들면 양력의 방향도 바뀝니다. 회전 속도 변화 없이 양력의 방향과 크기를 맘대로 바꾸는 거죠.
회전시키는 모터야 당연히 필요하지만 프로펠러의 각도를 바꿀 모터가 또 하나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렴한 입문용 RC 헬리콥터는 각도가 변하는 프로펠러 대신에 모터 회전 속도를 바꾸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드론의 프로펠러처럼 말이죠.
드론이라고 각도를 바꾸는 프로펠러를 못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회전용 모터 4개와 프로펠러의 각도를 위한 모터 4개를 더 넣으면 됩니다.
프로펠러가 만드는 양력이 위로만 향하는 드론은 뒤집히면 떨어집니다. 심지어 양력이 아래로 향해서 더 빨리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떨어지는 게 전에 없던 즐거움을 줍니다. 중력에 거스르지 않고 떨어지다가 다시 솟구쳐 오르는 비행은 전에 없던 새로운 감각을 깨우니까요.
드론 프리스타일 비행은 중력 끌렸다가 거스르기를 반복하면서 새로운 비행 영역이 되었습니다.
드론의 모터가 회전하는 속도를 바꿔 양력의 양을 조절한다면 모터를 반대로 회전시키면 어떨까요? 여러 개의 전자석이 차례차례 자석이 되면서 회전하는 드론의 BLDC (Brushless DC) 모터는 전자석을 동작하는 스위치에 따라 회전합니다. 반대로 돌리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모터가 반대로 돈다면 양력도 반대가 됩니다. 헬리콥터와 같은 3D 비행이 가능합니다. 3D 비행이 가능하면 위아래를 뒤집어 비행하는 건 당연하고
드론의 모터를 반대로 회전시키는데 특별한 부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BLDC 모터에 전자석이 어떤 순서로 제어할지 ESC (Electronic Speed Control, 전자변속기)만 신호를 반대로 줄 수 있으면 되니까요. ESC가 발전하면서 요즘의 ESC 대부분은 반대로 회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3D 비행이 가능한 드론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건 이미 다 준비되어 있는 거죠.
물론 ESC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설정도 손봐야합니다. 그래도 돈이 들지 는 않아요. 물론 지금의 프로펠러는 양력이 위로 발생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니 거꾸로 돌린다면 충분한 성능을 기대하기 어렵겠죠.
조종법도 달라집니다. 스로틀 스틱이 가운데 있으면 호버링이었지만 3D 비행 드론은 가운데에서 양력을 잃고 떨어집니다. 그보다 위로 올려야 상승하고 반대로 내리면 중력에 더해 더 빠르게 떨어집니다.
드론이 보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모니터로 보면서 조종하는 드론에게 3D 비행은 어째서인지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겨우 배운 FPV (First Person View, 일인칭시점) 비행에 3D 비행은 혼란을 더 가중시키기 때문이었을까요?
하지만 모터를 반대로 돌리는 기술은 다른 곳에서 빛을 보게 됩니다. Flip Over After Crash (충돌후 뒤집기), 일명 거북이 모드입니다. 이 기능은 추락해서 뒤집힌 드론의 프로펠러를 잠시 반대로 회전시켜 원래대로 홀랑 뒤집어 줍니다. 멀리까지 날아가 추락한 드론을 다시 주우러 가지 않아도 되고 드론 레이싱 경기중에 다시 한번 비행할 기회를 주기도 하죠.
물론 추락후 프로펠러가 꺾여있거나 어딘가 걸려있는데 무리하게 사용하면 과부하로 불타는 드론이 될지 모릅니다. 떨어진 드론을 주우러 가는 게 유일한 운동이었던 드론 파일럿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단점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ESC로 회전 방향을 바꾸는 방법은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각도를 바꾸는 방법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회전하는 프로펠러가 반대로 회전하려면 회전 방향의 관성을 이기고 정지시킨 다음 다시 반대방향으로 가속해야 합니다. 헬리콥터처럼 빠르게 양력의 방향을 전환하려면 모터에게도 ESC에게도 무리입니다. 하지만 BLDC 모터는 드론에 사용되기 전에 정밀한 회전을 제어하는데 사용하던 모터입니다.
드론은 수명이 길고 쉽게 고장 나지 않는 모터가 필요했기 때문에 BLDC 모터가 사용되었지만 모터의 회전을 감지하는 센서까지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원하는 속도로 돌지 않는다면 드론의 가속도 센서나 자이로 센서 같은 위치 제어 센서들이 금세 알아차릴 테니까요.
모터까지 센서를 달기엔 과하다고 생각이 들었을까요? 그래도 드론에 비행에는 많은 센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모터 하나로 비행하는 드론을 연구하던 존 브룸(Jon Broome)과 맷 피콜리(Matt Piccoli)는 드론은 더 정밀하게 제어하는 모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들은 드론을 위해 완벽한 속도로 돌고 정확한 위치에 서는 모터와 ESC 시스템을 개발합니다.
이 기술로 IQ 모션 컨트롤 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클라우드 펀딩에서 600%가 넘는 목표금액을 달성했습니다.
IQ 모션 컨트롤 기술은 단지 3D 비행을 위한 기술이 아닙니다. 완벽한 속도 제어는 배터리가 떨어지면 출력이 낮아지는 지금의 드론에 비해 마지막까지 똑같은 출력을 만듭니다. 모터가 어떤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기 때문이죠.
빠른 반응을 위해 FC(Flight Controller, 비행 컴퓨터)와 ESC의 통신 기술만 발전시키던 지금까지 기술은 프로펠러와 모터의 관성 같은 현실세계에서는 제어의 한계에 달했지만 이 모터 시스템은 전에 손델 수 없었던 물리적인 제어가 가능합니다.
드론은 우리가 쉽게 도달하지 못하던 하늘이란 공간에 자유를 선물했습니다. 하늘을 나는 도구 중에 드론처럼 완벽한 비행을 보여주는 건 없었으니까요. 자유로운 비행을 꿈꾸는 드론은 많습니다.
최근에는 덕트형 프로펠러 2개가 함께 움직이는 모듈을 연결해서
하지만 드론 이전에 하늘을 날던 선배들이 도달한 기술도 깊고 오묘합니다. 공기보다 더 가벼운 기체로 떠오르는 기구나 바람의 흐름을 읽고 떠오르는 글라이더, 드론 비행의 원형을 간직한 헬리콥터가 간직한 기술도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입니다.
그 기술들과 함께 드론이 비상할 새로운 하늘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