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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Nov 02. 2018

아프리카에서 의료배송 드론의 미래를 그리다

아프리카에서 혈액을 공급하는 드론, Zips

글,사진_아나드론

ANA DRONE, OCT 2018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는 새로운 기술이나 선진 기술이 시작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다. 그 짐작은 때로,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유용한 판단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집라인의 CEO 켈러 리나우도(Keller Rinaudo)는 전혀 다른 곳에서 자신의 생각을 시작했다. 그는 어떤 생각을 한 것일까?


켈러 리나우도 곁에도 조언을 구할 만한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를 돕는 최선의 방법으로, 아프리카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원조하라고 조언하는 사람들 말이다. "인프라가 미비한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꼭 필요한 시간에 없어서는 안될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긴 고민 끝에 찾아낸 정답은 의약품과 의료용 혈액이었습니다." 조언자에게 기대지 않은 그의 고민은 정직한 것일까? 독자적인 것이었을까?

  

  

진정으로 자식을 생각한다면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라.(If you really care about your children, don't give them fish, teach them how to fish.) 이토록 따분한 격언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고기란 과연 어떤 생물이며 물고기들은 어떤 습성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어째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인가? 물고기를 바로 알아야 물고기 입장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아프리카가 당신에게 도움을 청한다고 해도 아프리카가 당신의 자식은 아니다. 당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모두 당신의 자식이라면 당신은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물고기를 가져야 한단 말인가.


리나우도는 대답하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질문했다. 그의 질문은 간결했다. "과연 최선의 방법일까?" 로봇이나 인공지능 같은 진보된 기술이 선진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아프리카가 과학 발전에서 점점 더 뒤쳐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켈러 리나우도는, 그런 시각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피를 배달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드론을 사용하는 방법


그는 로봇공학 기업가로서 오랜 시간 아프리카에서 지냈다. 2014년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집라인(Zipline)'을 설립했다. 전자 자율운항 항공기를 이용해 병원과 의료센터에서 필요로 하는 약품을 배달하는 회사였다. 2016년 그는 드론을 이용한 자율운항 배달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지역 단위가 아닌 한 국가의 전국 규모로 확대했다. 어디에서?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


중요한 사실은 집라인이 그 일을 처음 시작한 나라가, 매일같이 드론을 시험하는 미국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드론 강국인 중국도 아니고 유럽도 아니었다.


사실 르완다의 폴 카가메(Paul Kagame) 대통령과 보건부(Rwandan Ministry of Health)가 이 기술의 잠재력에 큰 기대를 걸었는데, 어쩌면 그 기대는 마치 하나의 커다란 도박과 같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르완다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혈액 수요 대부분의 운송을 집라인에서 담당하도록 결정했다.


르완다는 수요에 따라 대다수의 혈액을 제공하겠다는 상업적인 계약에 서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갈채를 보냈다.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일이었다. 물론 르완다 보건부 장관인 다이앤 가신바(Diane Gashumba)도 이렇게 확신했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는 매순간이 중요하다. 분명한 사실은 집라인이 해결책이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주저하지 않았다"

  

  



멋진 옥수수밭그 위에 세운 혈액공급센터


그런데 혈액이 왜 그토록 중요할까? 르완다는 해마다 6만에서 8만 팩의 의료용 혈액을 비축하고 있다. 이 혈액은 필요할 때 정말 위급한 상황에 쓰인다. 하지만 혈액은 쉽게 다룰 수 있는 물품이 아니다. 보존 기간이 매우 짧고, 보관 방법도 대단히 까다롭다.


특히 환자가 실제로 수혈 받기 전까지 혈액형에 따른 정확한 수요를 예측하기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옥수수밭 위에서 멋진 일이 일어났다. 모든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했다. 집라인의 드론 기술을 이용한 르완다 정부는 더 많은 혈액을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고, 환자나 병원, 보건소 등에서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평균 20~30분 안에 혈액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어떻게 이런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는 말인가?

  

  

비결은 수도 키갈리에서 20km 정도 떨어진 외곽에 세운 혈액공급센터에 있었다. 일종의 물류센터 구실을 하는 이곳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옥수수밭에 불과했다. 르완다 정부는 집라인과 함께 몇 주 만에 옥수수밭을 밀어내고, 유익할 뿐만 아니라 멋진 건물을 지었다.

  

  



"밖에 나와서 배달 받으세요"


르완다에는 드론 배송에 장애가 될 요소도, 배송 드론을 움직이는 최첨단 기술도 없다. 켈러 리나우도는 '단순한 게 최고다'고 말한다. 사실상 드론의 원리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술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째서? 그리고 어떻게? 그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환자가 응급상황일 때 해당 병원의 의사나 간호사는 왓스앱(WhatsApp)으로 혈액을 포함한 필요한 의료품을 문자로 요청한다. 그러면 집라인 팀은 곧바로 그에 대한 배송 조치를 취한다. 가장 먼저 보관된 혈액을 꺼내 그들의 시스템에 따라 스캔한다. 어떤 혈액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관리하기 위해서이다. 이 혈액은 르완다 국가수혈센터(National Center of Blood Transfusion)에서 공급한 것이다. 집라인 시스템이 혈액 정보를 읽어 들이면 르완다 보건부도 혈액이 어디로 보내졌는지 알 수 있다. 그 다음 차례가 드론이다.


이제 배송할 혈액을 종이 낙하산이 달린 상자에 담아 이를 배달한 드론인 '집(Zips)'에 싣는다. Zips은 배터리로 작동하는 소형 자동운항 비행기, 곧 드론이다. Zips은 0.5초 안에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높인다.


설마? 그 짧은 순간에 그 속도가 가능하냐고? (네, 그렇습니다, Zips를 발사하는데 사용하는 장치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군사용 드론에 사용하던 기술입니다.)

  

  

새로울 것이 없다. 물품 배송을 완료하는 방식 또한 결코 특별하지 않다. 낙하산이 달린 상자를 그냥 떨어뜨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드론이 병원에 도착하고, 고도를 약 9m까지 낮춘 뒤 혈액을 떨어뜨린다. 정말이다. 정말이지, 단순한 종이 낙하산을 사용한다. 이처럼 집라인이 준비한 드론 배송의 핵심 장비는 뜻밖에도 간단, 매우 간단하다. 보통 정도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켈러 리나우도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것일까?


그는 배송을 마친 드론을 회수하는 일에도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처럼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기술로 집라인은 르완다에서 필요로 하는 전체 혈액의 20%를 정확한 시간에 배송했다. 덕분에 르완다에서는 보관상 어려움 등의 이유로 버려지는 혈액이 사라졌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항상 같은 장소에 무사히 혈액을 운반할 수 있었다. 혈액이 도착하기 1분 전에, 왓스앱(WhatsApp)으로 주문한 해당 병원의 의사나 간호사는 의사는 이런 문자를 받는다. "밖에 나와서 배달 받으세요."

  

집라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알아볼까요?

  

    



간결은 최상의 메시지?


앞서 말했듯이 리나우도의 질문은 늘 간결하다. 과연 최선의 방법일까? 그의 질문이 과연 매번 최선의 대답을 마련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질문만은 언제나 최상이었다. 그 모든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켈러 리나우도는 계산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어려움보다 남이 처한 딱한 사정을 먼저 헤아려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진정으로 알고 싶었던 것은 밝은 이해타산이 던져줄,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이 아니었다. 그가 진정으로 듣고 싶었던 것은 자기 자신의 내면을 거쳐 흘러나오는 메시지였다. 당연하게도 그 메시지는 그의 질문처럼 간결했다. 그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 아무리 외진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의료 자원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를 바라는, 외진 곳에 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 남은 것이 있다. 집라인의 CEO 켈러 리나우도에게는 희망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저희 목표를 듣고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참 친절하네요. 박애주의가 넘칩니다.' 아니에요! 박애주의는 저희 일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저희가 박애주의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려는 이유는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구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박애주의와 기업가 정신의 공존이 가능할까? 지난 세기를 포함한 50년 간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긴급 의약품 배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야 비로소 그 시작의 끝이 보인다고 말하는 이들이 나타난다면, 그들이 아프리카에서 나타나면 바랄 더욱 좋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새로운 기술이나 선진 기술이 시작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레 짐작에 대한 완벽한 반박이 그들의 실천에 의해 가능해질 테니까. 그들은 그런 일을 해낼 의지가 있고, 현장에서 그 일에 참여할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이 더 필요할까?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WRITER 아나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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