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분야에 드론을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싱가포르 정부
싱가포르 사람들에게 열대 지방에 내리는 소나기, 곧 스콜(Squall)은 매우 익숙하다. 늦은 오후의 소나기와 함께 부는 바람은 돌풍보다 지속시간이 길고 풍향도 돌변한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다가 곧바로 쨍쨍한 해가 나타난다.
이처럼 급변하는 날씨 탓에 "싱가포르 사람들은 우산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까지 생겼다. 굵은 비가 내리고 불과 몇 분 후에 그치기 때문에 일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연강수량이 2342mm에 이를 정도로 1년 내내 비가 많이 온다.
그러나 다행히 자연재해로부터는 1년 동안 거의 자유로운 나라이다. 홍수 정도가 걱정거리라고는 하지만, 그마저 배수가 잘 발달돼 자주 발생하는 편은 아니다. 인간 앞에 나타나는 자연 재해는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재해가 예측하기 어렵다고 해서 들고 다니지 않는 편이 더 좋은 싱가포르의 우산과 같은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에서도 드론은 우산보다 더 많은 이들의 안전을 담보하고 있다. 싱가포르정부는 공공분야에 드론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기로 하고 현재 25대의 드론을 시범 운용하고 있다.
'dengue'는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열대 전염병의 하나다. 우리말로 옮겨 적으면 '뎅기열'이다. 싱가포르 환경청(NEA)은 이 전염병을 가져오는 모기 퇴치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엘니뇨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 해수면 이상 고온 현상이 심해지면서 동남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싱가포르 내에서도 뎅기열이 확산되고 소두증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지카 바이러스가 이슈로 떠오르자 모기 퇴치에 드론을 투입했다.
산란처를 제거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모기는 주로 건물 배수로나 홈통 등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렵고 육안으로 확인하기도 어려운 곳에 알을 낳기 때문이다. 이곳을 소독하거나 고인 물을 제거하기 위해 방역 요원들이 카메라가 달린 장대로 건물 지붕을 살피고, 장대가 닿지 않는 높은 건물의 경우에는 건축 현장에서 사용되는 사닥다리까지 동원해야 했다.
이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이제 드론을 활용하면서 방역 비용을 절감하고 방역 요원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NEA는 올해 상반기까지 드론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평가해 방역 활동에 드론을 전면 가동하고 있다.
싱가포르 해운청(MPA)은 수년 전부터 드론과 함께 해양 현장 상황을 파악해왔다. 기름 유출 등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현황 보고나 현장 사진을 전달받기 위해 드론을 투입했다. 헬리콥터와 인공위성을 이용한 기존의 대처 방식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드론을 활용하면서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MPA는 호프 테크닉(Hope Technik)사와 협력해 방수와 부유 기능이 있는 해양 전문 드론 '워터 스파이더(Water Spider)'를 개발했다.
아울러 해양 현장에서 드론 활용성을 확대하기 위해 기술개발자들과 함께 기름 유출 상황을 연구했다. 이 연구를 통해 기름층의 두께 측정, 화학물질 식별, 조난자 감시 등의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URA)은 국토개발부(MND) 소속으로, 그들의 도시계획과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정부기관이다. 전통과 21세기 첨단의 조화를 고민한 끝에 아베틱스(Avetics)사와 협력해 도시 계획에 드론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건축물 복구•보존 작업에 참고하기 위해 드론이 촬영한 항공 이미지를 바탕으로 역사·문화적 건축물의 3D 디지털 모델을 제작했다. 이 모델은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했다.
싱가포르 국토청(SLA)에서도 드론을 활용해 농식품수의청(AVA), 건설청(BCA), 육상교통청(LTA) 등 여러 정부기관의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이전에는 각 기관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점검했으나, SLA가 '지오 스페이스(GeoSpace)'라는 다부처 공동 플랫폼을 만들어 제공하면서 해당 작업을 드론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각 기관들은 지오 스페이스를 통해 드론의 비행경로를 계획하고 비행 전후 데이터 및 사진·동영상·3D 이미지 등의 시각자료를 공유받게 됐다. 점검 시간과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중복 점검으로 인한 시간과 인력 낭비 방지, 현장 점검 중 건설 작업 중단으로 인한 피해 감소 등의 효과를 얻고 있다. 이 플랫폼은 건설현장 점검 외에도 국유지 검사, 해안 검사 등 다른 지리학적 용도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민간방위대(SCDF)는 싱가포르 내무부(MOH) 산하 기관으로, 화재 등 긴급 상황에서 구조 서비스를 제공한다. SCDF는 시중에서 이용 가능한 드론에 일반 패킷 무선통신 서비스(GPRS; General Packet Radio Service) 시스템과 독성 탐지기 등의 기능을 적용, 화재진압 전문 드론으로 개조했다.
구조요원들에게 현장 데이터를 신속히 전달함으로써 기존에 연기나 열을 탐지하는데 소요되던 몇 분의 시간을 몇 초 단위로 단축시켜 신속한 인명구조가 가능해졌다. 또한 공중 촬영을 통해 사건현장 지도를 만들어 위험요소를 빠르게 파악하고,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요원 배치를 가능하도록 했다.
드론 활용을 적극 추진하는 싱가포르 드론 시장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요?
싱가포르 정부는 드론 활용을 통한 생산성 및 효율성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히 드론 제품뿐 아니라 교육이나, 촬영 이미지 처리 및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드론 활용성 확대에 따라 정부 조달 입찰 건도 많아지고 있다. 드론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사업 기회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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