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열화상 카메라의 궁합
참혹한 현장이다.
#1 강도 높은 지진이 도시를 강타했고 수많은 건물이 붕괴됐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붕괴 현장에 고립됐고, 구조 작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생존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구조는 계속 지연됐다. 그 동안 많은 인명을 구출했지만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지난 탓일까, 안타깝게 구조된 생명보다 잃은 생명이 더 많았다.
#2 화재가 일어났다. 지진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 전개됐다. 순식간에 건물 전체가 화염으로 뒤덮였고, 건물 안에는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이 남았다. 연기 때문에 시야를 확보하기 힘든 소방관들이 실내에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구조되지 못한 사람은 건물 안에서 숨을 거둔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들이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류의 평균 수명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게 늘어났지만, 재난과 재해로 인한 참혹한 변수는 언제나 우리의 주변에 존재한다. 이럴 때 우리는 과학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그리고 그 과학의 한 자리에 드론이 출현했다.
열화상 카메라는 열을 추적, 탐지하여 화면으로 보여주는 장치이다. 일반 카메라는 사람의 눈과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어 우리 눈이 보는 것과 유사한 모습을 담아낸다. 하지만 열화상 카메라는 오직 열을 이용해서 촬영하는 특수 장비에 속한다. 사람의 눈은 전자기파 스펙트럼 중 가시광선 영역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열화상 카메라는 물체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에너지를 감지해 온도로 구별되는 이미지를 구현한다. 절대온도 0도(absolute zero)인 –273.15℃ 이상의 온도를 가진 모든 물체는 적외선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얼음, 건물, 사람 등 모든 물체의 측정이 가능하다. 절대온도(Kelvin scale)는 영국 물리학자 켈빈이 제정한 온도의 단위이다.
우주에 존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를 '절대온도 0도'라고 하며'0 K'로 나타낸다. 이를 섭씨(Celsius)로 나타내면 –273.15℃이고 화씨(Fahrenheit)로는 –459.67F가 되며, 반면에 최고의 절대온도는 거의 무한에 이른다. '열화상 카메라', 광학기술의 결정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이 장비의 출현으로 인간은 마침내 적외선 대역의 복사에너지를 감지하여 육안으로 볼 수 있기에 이르렀다.
드론과 열화상 카메라는 사실 궁합을 맞춰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좋은 조합을 이룬다. 드론의 기동성, 여기에 열화상 카메라의 식별 능력이 만나 재난·재해 현장에서 어마어마한 효율성을 가지는 수색 도구가 탄생한 것이다.
건물 붕괴 현장에서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한 드론이 나타나 구조대가 우선적으로 투입돼야 할 위치를 알려준다.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한 이후로 드론은 붕괴 현장 상공을 누비며 사람의 눈보다 더 빠르게 생존자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게 됐다.
열화상 카메라는 화재 현장에서도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그을음이 섞인 연기가 뿜어져 나와 가시거리를 단축시키고, 소방관들은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과 대치하게 된다. 이 때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한 드론이 건물 외벽으로 접근해 내부의 화재 상황, 생존자 위치 등을 지상의 소방관에게 전달한다. 드론이 수집한 정보가 화재 진압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플리어 시스템(FLIR Systems)은 미국 윌슨빌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산업용 열화상 기술 기업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군수 및 상업, 산업분야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제품부터 높은 성능을 지닌 고성능 열화상 카메라까지 모든 라인업을 가지고 생산하고 있다.
그 중 FLIR Duo Pro R은 드론에 장착이 가능한 모델 중 최상위 모델이다. 라디오메트릭(radiometric) 열화상 카메라와 4K 컬러 카메라가 동시에 탑재 되어 있는 듀얼 센서 모델이다. 운항 중에 열화상 정보와 고해상도 실화상 이미지를 확인해 보거나, 픽처-인-픽처(Picture-in-picture) 모드로 확인할 수도 있다. 또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듀얼 마이크로SD 슬롯을 채용했다.
성능은 -25℃ ~ +135℃ 범위에서 ±5℃ 또는 측정값의 5%, -40℃ ~ +550℃ 범위에서 ±20℃ 또는 측정값의 20%의 측정 정확도를 가진다. 완전 통합형 GPS 수신기, IMU, 자력계 및 기압계가 탑재되어 있어, 외부 비행 컨트롤러에 기기를 통합설치 하지 않고도 정확한 오르소 모자이크를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DJI의 Zenmuse XT2는 FLIR Duo Pro R와 같이 열화상 기능과 실화상 기능을 동시에 갖춘 듀얼 비전 카메라이다. 사실 DJI Zenmuse XT2는 드론 제조사 DJI와 열화상 카메라 제조사 FLIR의 공동작이다. FLIR 라디오메트릭 열화상 센서와 4K 실화상 카메라는 DJI의 혁신적인 안정화 및 기계 지능 기술과 만나 완벽하게 신뢰성 있는 결과물을 제공했다.
드론 제조사의 선두를 지키는 DJI 제품답게 산업용 드론 매트리스(Matrice)200, 매트리스600과 완벽하게 호환돼 눈, 비, 연기, 안개 속을 뚫고 드론과 열화상 카메라를 운용할 수 있다. 첨단 열화상 센서는 인프라 시설 모니터링, 에너지 관련 검사, 소방 활동, 수색 및 구조 임무 등에 고감도 이미지를 제공한다. 완전 일체형 이중 페이로드를 통해, 전문가들은 한 번의 비행으로 실용적인 열화상 및 실화상 데이터를 수집하여 시간, 비용을 절약하고 인명을 구할 수 있다.
재난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다른 이의 목숨을 구하려 달려든다. 위험한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대원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구조대원들의 용기와 행동을 보고 감동적이라는 수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을 구하는 현장에서 이 단어는 오히려 존경이라는 단어보다 울림이 약하다.
드론 기술이 발달하고 산업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그 동안 다양한 페이로드를 추가하려고 시도해 왔다. 그 다양한 시도 중 열화상 카메라의 활용은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구조대원의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또는 위험한 곳에 드론을 이용해 열화상 카메라를 배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두 가지 의미에서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하나는 기존에 불가능이라 여겼던 지역에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조기 수색을 통한 인명 구조율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구조대원의 직접 접근이 위험하고 어려웠던 현장에 드론이 대신 접근함으로써 구조대원의 위협요소를 최소한 하나라도 줄여줬다는 점이다.
우리는 머지않아 드론과 열화상 카메라를 구분하지 않게 될 지도 모른다. 이제 드론이 감동과 존경의 대상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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