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나드론스타팅 Mar 20. 2019

미래의 불꽃, 드론의 군집 비행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될 군집 드론 기술

글,사진_아나드론

ANA DRONE, MAR 2019

  

  

수많은 드론밤하늘을 수놓을 것이다


"미래에는 축제 현장에서 불꽃놀이가 사라지고, 대신 수많은 드론이 밤하늘을 수놓을 것이다." 2013년부터 인텔의 변혁을 주도해온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의 말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 기조연설 석상에서 나온 이 예측이 올해 3년째로 접어든다. 그 사이 평창 동계올림픽은 드론의 군집비행을 전 세계인에게 선물했고, 인텔 최고경영자(CEO)였던 그는 직원과의 부적절한 스캔들로 사임했지만, 드론의 힘과 능력은 여전하다. 특히 드론 군집비행 기술은 축제의 현장을 바꿔놓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수많은 변수가 남아 있다. 그러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의 예측이 결코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이미 증명됐다.

  

  

비록 녹화 영상이기는 했지만 인텔은 인류가 지켜본 동계 스포츠 축제 개막식에서 무려 1218대의 드론을 띄워 올려 오륜기를 만들었다. 그 이벤트는 평창을 지켜보던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그토록 놀라운 이벤트를 단 한명의 엔지니어가 원격 조종해 이뤄냈을 뿐만 아니라, 드론 군집비행 기술의 핵심을 유감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예측하지 못한 충격이었다. 그 후 드론 군집비행 기술을 공연이나 축제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자리 잡았다. 2014년에 디즈니가 LED를 활용한 드론 공연 기술에 관한 특허를 획득한 바 있는데, 이 또한 축제 현장에서 불꽃놀이를 대체한 드론을 띄워 환상적인 공연을 펼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군집 드론의 성패는 군집 알고리즘의 정교함에 달렸다

  

수십여 대의 드론이 군집비행에 참여한다고 가정하자. 그 순간 독립적으로 동작하는 각각의 드론은 자칫 서로 충돌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 무리지은 드론을 일일이 조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드론이 어느 정도 스스로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비행 규칙을 정해주어야 할 필요가 따른다. 여러 대의 드론이 한데 모여 움직이지만, 각 드론은 값이 비싼 센서나 인공지능을 탑재하지 않은 상태이다. 당연히 주변 로봇과 충돌하기 쉽다. 하나하나 조종하여 충돌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그럴수록 진정한 군집비행의 의미와는 멀어지게 된다. 즉 드론이 알아서 움직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을 막고, 드론을 원하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보내려면 하나의 학습이 요구된다. 움직이는 방법, 즉 '원칙'을 잘 만들어 각각의 드론들에게 학습시켜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바로 '군집 알고리즘'이다. 군집드론의 성패는 군집 알고리즘이 얼마나 정교한가에 달려 있다.

  

  

  


  

최초의 군집 알고리즘이 세 가지 규칙을 내놓다

  

1987년, 미국의 컴퓨터그래픽 전문가 크레이그 레이놀즈는 세계 최초로 군집 알고리즘의 세 가지 규칙을 구현했다. 이 규칙은 그 후 군집 이론의 기본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분리•응집•정렬과 관련한 특성이 그것이다.

  

△분리성 : 주변 개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서로 너무 가까워지지 않도록 피한다.

△응집성 : 주변 개체들의 무게 중심 쪽으로 이동해 서로 너무 멀어지는 것을 피한다.

△정렬성 : 주변 개체가 이동하는 방향과 속도에 자신의 방향과 속도를 맞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이론은 로봇의 운동 요소를 고려하지 못했다. 이 알고리즘을 군집로봇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었다. 예를 들면 지상의 로봇이 진행 방향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바퀴의 회전수를 조절하여야 하며, 하늘을 나는 로봇 또한 로터의 회전수를 변화시켜 방향을 전환한다. 이렇게 방향을 전환하는 동작에는 그에 상응하는 시간도 소요되게 되는 것이다. 회전 반경을 고려한 알고리즘이 필요하게 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로봇공학자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고려한 포메이션 제어기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자연계의 군집행동을 로봇에 특화한 알고리즘인 셈이다.

  

  

  


  

군집비행을 위한 포메이션 제어기법은 발전을 거듭했다

  

최초의 포메이션 제어 기법은 1998년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 로널드 아킨이 개발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몇 가지 모드를 정해놓고 필요할 때 켜고 끄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각 로봇에 대형유지, 장애물회피, 목표지점추종 등의 모드를 저장해 둔다. 그리고 로봇의 센서가 외부 정보를 수집한다. 아무런 변화가 없을 때는 대형유지모드를,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는 장애물회피모드를 켠다. 매우 간단하고 기발한 알고리즘이었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로봇이 어떻게 행동할지 모른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사진=https://www.intel.co.kr

  

포메이션 제어기법도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는 '선도추종 제어기법'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철새들의 V자 편대비행을 본떠서 만든 기법이다. 철새들은 맨 앞에 있는 리더를 중심으로 자기 앞에 보이는 다른 새들과의 상대적 위치를 유지하면서 비행한다. 이를 드론 군집비행에 그대로 적용해보자. 군집 비행하는 드론도 한 대의 리더 드론을 중심으로 추종 드론들이 일정한 거리와 각도를 유지하면서 움직이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이 기법을 적용하면 드론의 수를 무한정으로 늘리면서 편대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도추종 제어기법에는 커다란 단점이 하나 있다. 리더 드론이 오동작을 하게 되면 나머지 추종 드론들 또한 리더 드론의 동작을 따라 하게 된다. 그래서 리더로봇과 추종로봇을 구분하지 않고 각 로봇이 동등한 지위에서 주변 정보만으로 움직이게 하는 방법도 연구하는 중이다. 일부 드론에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드론은 계속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포메이션 제어기법의 한계를 넘어선 최적화 기법이 나타났다

  

컴퓨터의 기능이 발전하고 처리속도가 나날이 빨라지면서 최근에는 최적화 기법을 이용한 더 똑똑한 군집드론이 나오고 있다. 최적화 기법은 주변 드론이 움직일 경로를 기본으로 하여 드론 간 충돌회피, 장애물회피, 드론의 최대속도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가장 좋은 경로를 찾게 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친구와 함께 나란히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가정하자.

  

앞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언젠가는 방향을 전환해 장애물을 피해야 한다. 이때 서로 현재의 위치만 파악하고 있는 상태라면 언제 방향을 전환할지 몰라 자칫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 위치와 앞으로의 회피 계획을 알고 있다면, 장애물과의 충돌도 피하고 친구와의 충돌도 피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기본 경로와 현재 드론의 위치, 앞으로의 동작 계획 등을 드론 사이에 상호 공유해 군집비행하는 기법이 바로 최적화 기법이다.



무리지능 알고리즘이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다


무리지능 알고리즘은 최적화 기법 중 자연계의 군집행동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됐다. 수학적 접근 방법으로는 도저히 풀기 어려운 최적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줬다. 여기에는 반딧불의 발광 주기가 비슷해지는 과정을 본뜬 반딧불 알고리즘, 새떼나 물고기떼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모사한 입자군집최적화 알고리즘 등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알고리즘은 개미들이 페로몬 분비를 기반으로 길을 찾는 과정을 모사해 그래프에서 최적 경로를 찾는 개미집단 최적화 알고리즘이다.

  

사진=https://www.kari.re.kr

  

무리지능 알고리즘은 군집드론 제어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통신·물류 최적화, 조합 최적화 등 군집드론 이외에도 각종 시스템에 대한 최적 제어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최적화 기법에는 크게 결정론적 방법과 확률론적 방법이 있다. 결정론적 방법은 수학적으로 최적의 값을 찾는 방법으로 주어진 조건이 같다면 항상 같은 값을 얻는다. 행동을 결정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단순한 환경이나 임무에 잘 어울린다. 확률론적 방법은 변수를 무작위로 발생시켜 값을 찾는 방법으로, 주어진 조건이 같아도 다른 결과가 얻어진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좀 더 복잡한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드론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 개발을 기다리다

  

드론 군집비행 기술은 공연이나 축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개발되고 또 활용되고 있다. 지멘스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 개발 프로젝트인 SiAMS는 군집 로봇 기술이 어떻게 생산 현장에 접목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전자 상거래업체들이 물류센터에 엄청난 규모의 물류 전문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은 군집 드론 기술이 이제 모빌리티와 물류 분야에서도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진=https://www.google.co.kr

  

또한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군집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트럭이나 이동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군집 주행 기술을 도입하면 연료 소비를 15% 이상 줄이고 교통 체증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드론을 포함한 로봇 분야에서는 최근 영역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군집 드론 기술 개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드론 분야에서 군집 로봇 기술을 활용해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이 개발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항공 영상을 얻는 최고의 가성비, 지노 드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