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드론 텔로 ,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다
오늘의 인간이 지구를 정복했지만 어제의 주인은 공룡이었습니다. 공룡은 험한 환경에서 힘 하나로 지구를 정복한 화끈한 생명체였죠. 나이를 먹을수록 한없이 덩치를 키울 수 있고, 맘에 안 드는 공룡이 있다면 일단 물어도 좋을 만한 이빨과 발톱이 있었죠. 채식주의 공룡조차 숨길 수 없는 성깔을 상징하는 뿔이 3개쯤은 흔했습니다. 공룡은 지구를 정복하기에 최고의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었죠.
끝없이 이어지는 가뭄이나 기후 변화에는 하드웨어가 강하면 강할수록 대처하기 힘듭니다. 너무 강해서 고치기 힘들거든요. 차라리 작은 덩치가 더 유리한 시절이 도래합니다. 그래서 다음 지구의 주인은 털 달린 작은 동물의 순서가 되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더 빨리 적응했으니까요. 이 작은 지구의 주인 후보는 공룡처럼 하드웨어에 공을 들이는 대신 머리를 쓰게 됩니다. 소프트웨어에 투자하기 시작한 거죠.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종이 멸종하고 번성했습니다. 지구의 주인이 된 인간은 아마도 지구의 거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생명인가 봅니다. 다양한 환경의 변화는 드론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몸을 바꾸는 드론은 한계가 있습니다. 더 신기한 드론이 등장하면 서랍 깊은 곳에 잠들거나 중고로 내몰리게 되죠.
하늘을 지배하던 DJI의 드론 팬텀 4 프로조차 생산 중단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드웨어 대신 소프트웨어를 바꿔 드론 파일럿의 다양한 요구에 적응하는 드론이 있습니다.
텔로는 DJI의 다른 드론처럼 GPS나 고성능 센서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본격적인 드론이라면 필수인 BLDC 모터 대신 완구형 드론이 선호하는 브러시 모터입니다. 하지만 텔로는 움직임을 제어할 소프트웨어가 개방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말이죠.
DJI의 텔로가 처음 소개된 것은 2018년 1월 입니다.
텔로는 DJI의 다른 드론과 달리 브러시 모터의 완구형 드론에 가깝습니다. 제조사 역시 DJI가 아니라 Ryze Tech라는 곳이죠. 하지만 공개된 텔로는 단순한 완구가 아니었습니다. 2개의 안테나로 720p의 HD화질을 실시간으로 전송합니다. 전자식 손 떨림 방지(EIS, Electronic Image Stabilization)가 담은 화면은 마치 짐벌로 촬영한 듯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텔로의 가장 매력적인 기능은 코딩입니다. 텔로의 움직임을 명령이 담긴 블록을 쌓아 간단히 제어할 수 있고 조종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할 제작 툴(SDK, Software Development Kit)을 가지고 있습니다.
텔로는 이렇게 격이 다른 완구형 드론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렇게 텔로는 가벼운 셀카나 간단한 코딩으로 인기를 모았지만 거기까지였죠. 그밖에는 할 게 없었거든요. 조금 좋은 완구형 셀카 드론이었죠. 하지만 세상에 숨은 소프트웨어 현자들이 텔로의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텔로의 육체적 한계를 극복할 영혼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공식 텔로 조종앱 대신 이 앱에게 텔로를 맡기면
비행 기능도 더 다양합니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 밖에도 비행 고도를 30m로 제한하거나 비행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까지 다양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공짜로 이 기능을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5,000원이죠.
이 앱은 더 정밀한 조종과 더 뛰어난 화질의 영상 그리고 더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별도의 조종기로 텔로를 조종한다면 버튼별로 다른 명령을 지정할 수도 있죠.
Tello FPV로 동작하는 텔로는 GPS없이도 상당히 뛰어난 리턴 홈 기능을 보여주는데
물론 파노라마 촬영 기능도 있죠. 거기에 레이싱 드론 조종기에서나 볼 수 있는 조종기 스틱 감도부터
그중에도 Tello FPV의 가장 큰 장점은 무료 데모 버전이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6,500원의 유료 버전도 있지만 Tello FPV의 다양한 기능에 비하면 비싸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아이폰용은 없습니다.
텔로의 열린 소프트웨어는 DJI와 인텔의 기술로 완성되었습니다. 텔로의 실물이 처음 소개되었던 CES2018에서도 DJI 부스가 아니라 인텔 부스에서 만날 수 있었죠.
텔로도 인텔 칩을 탑재했으니 여러 대를 한꺼번에 제어하는 드론 때 비행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텔로 에듀에만 제공하는 미션 패드는 판을 만난 텔로가 어떤 행동을 할지 지정합니다. 미션 패드에 반응하는 여러 대의 텔로 라면 손쉽게 편대 비행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텔로 에듀는 텔로를 더 다양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열린 텔로 입니다. 오리지널 텔로도 블록 구조의 스크래치 코딩이 가능했지만 스크래치로 가능한 경험에는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텔로 에듀는 더 다양한 제어가 가능합니다.
상용 언어를 사용하는 만큼 3D 이미지 구성, 물체 인식 그리고 딥러닝 같은 AI 기능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도 파이썬으로 만들어졌거든요. 물론 파이썬으로 이 정도 레벨의 코딩을 다루려면 상당한 수련이 필요하지만
Swift Playgrounds를 이용하면 최대 4대의 텔로 에듀에게 편대 비행을 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텔로 에듀가 4대나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아이패드가 있어야하는 건 소소한 함정이겠죠?
텔로의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기왕 시작된 업그레이드 지구도 지켜봅시다.
아이언맨의 영혼을 재현하는 유광 빨강 위에 금색 포인트를 빼지 않는 집요함 때문에 모터까지 금색입니다. 오리지널 텔로에 색깔만 바꾼 거 아니냐고요?
거기에 텔로 에듀 앱으로도 조종할 수 있고 처음 두 장만 실행할 수 있지만 Swift Playgrounds도 가능합니다. 기능에서는 오리지널과 에듀 사이에 위치한 텔로 입니다.
비록 아이언맨 파워의 핵심인 아크 원자로는 그냥 그림으로 표현했지만 그림이라도 있고 없고는 큰 차이입니다.
아쉽게도 국내 판매는 아직 미정입니다.
사실 모든 드론의 소프트웨어는 계속 발전합니다. 생산이 중단된 커다란 드론 팬텀 4 프로 보다 더 큰 인스파이어도 꾸준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런 업데이트는 기존 버전의 문제를 수정하는 목적이 커서 없던 기능이 추가되는 기분 좋은 일은 드물긴 합니다.
완구형 드론 중에도 프로그래밍으로 제어 가능한 드론이 있습니다.
하지만 텔로처럼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과 얕은 사람 모두를 만족하는 드론은 드뭅니다. 텔로는 가벼운 수정부터 복잡한 기능 추가까지 모두의 도전을 받아주니까요. 텔로는 드론의 깊은 속까지 이해하고 싶은 깊이 있는 도전을 즐기는 드론 파일럿에게 시험 플랫폼 같은 드론입니다.
새로움을 위해 매달 새로운 드론이 등장하는 요즘, 텔로는 같은 모양 다른 성능으로 오래도록 사랑받는 드론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