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만나게 될 에어택시
헬리콥터보다 작고 조용하다. 그 조용함 속에서 두바이가 조종사 없는 무인 운송수단의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2017년, 중국의 드론 기업 이항(EHang)에서 개발한 자율 택시 드론이 여름 휴가지를 두바이 하늘로 선택하면서부터였다. 드론 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에어택시의 첨단 과학기술과 실용화 전망은 지금 어느 지점까지 온 것일까?
두바이의 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두바이의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Sheikh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은 2030년에 두바이에서 모든 여객 여행의 25%가 운전자 없는 무인 차량에 의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도로에서 사고와 사망자를 줄이는 또 하나의 방법은 그들 모두를 건너뛰는 것이다. 2017년 7월 'EHang 184'가 비행하면서 그랬던 것처럼.
EHang 184가 두바이 하늘에 나타나기 30년 전인 1987년 7월에 미국 SF 코미디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가 타임머신을 닮은 자동차를 보여줬다. 괴짜 발명가 브라운 박사가 스포츠카 드 로리안(De Lorean)을 개조해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1997년에는 프랑스 영화 <제5원소(The Fifth Element)>가 2259년 뉴욕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자 주인공이 하늘을 나는 공중 택시를 운전한다. 2013년 <오블리비언(Oblivion)>에서도 자동차가 하늘을 난다.
이처럼 영화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았던 일들이 에어택시(Air taxi) 산업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에어택시'는 본래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공항과 공항 사이를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던 소형 항공기의 이름이었다. 최근 들어 그 단어의 개념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드론이 비행기를 대체해 공항과 도심을 오가는 에어택시로 주목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항공기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제트 엔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긴 활주로나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공항이 없어도 충분히 이착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경오염과 소음을 줄이면서도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떠오를 만한 이점을 충분하게 갖추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에어택시 기술 개발에 뛰어든 기업은 '에어버스(Airbus)', '우버(Uber)', '이볼로(E-VOLO)', '릴리움(Lilium)'등 19개사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사는 2017년에 이미 미국 오리건주에서 비행기와 헬리콥터를 혼합한 형태인 '바하나(Vahana)'가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건물 옥상에서 탑승한 후 택시처럼 이동할 수 있는 비행체 바하나는 교통체증이 심각한 도시에서 유용하고 신속한 출퇴근에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바하나는 하늘을 나는 개인용 비행택시로, 조종석 없이 자율비행을 하며 승객 1명이 탈 수 있는 수직이착륙기(VTOL) 형식이다. 2021년까지 단거리 비행을 현실화한다는 목표 아래 에어버스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부서에서 개발 중이다. 에어버스 바하나 프로젝트팀은 2019년 1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자율비행택시 알파 투(Alpha Two) 사진을 공개했다. 에어버스가 양산을 전제로 개발한 모델이다.
에어택시 산업에서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키티호크'사는 미국의 스타트업으로 하늘을 나는 두 개의 자동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인승 비행차량 모델인 '플라이어' 모델이 그것으로, 4.5m 상공에서 5분 동안 비행하고 착륙까지 성공했다.
2018년 3월, 마침내 세계 최초로 플라잉카 'PAL-V 리버티'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IT 전문매체인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PAL-V 리버티는 바퀴가 세 개 달린 소형차 크기의 플라잉 카로, 비행 모드로 전환하면 프로펠러를 펴서 헬리콥터처럼 하늘을 난다. 헬리콥터의 효시인 '자이로 플레인'이라고 불리는 고전적인 스타일로 설계됐다. 이 자동차는 두 개의 분리된 엔진을 가지고 있어 하나는 비행용으로 다른 하나는 도로 주행용으로 사용한다. 주행 모드일 경우 약 160km/h의 최고 속도를 낼 수 있으며, 비행모드에서는 200마력의 엔진을 통해 최대 180km/h 속도로 주행할 수 있다.
2017년 7월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정상회의에서는 두바이 도로교통국장이 더 많은 더 많은 실제 운송 응용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하지만 두바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항은 미국 네바다 주의 경제개발국(GOED, Governor's Office of Economic Development), 네바다 자율시스템연구소(NIAS, Nevada Autonomous Systems Institute)와 함께 네바다 주 연방항공국 무인항공기시스템 시험장에서 EHang 184의 비행 테스트, 훈련, 개발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EHang 184는 단일 승객과 30분 동안 비행할 수 있는 여행 가방용으로 설계된 자율 항공기이다. X 형태로 구성된 드론으로, 4개의 팔에 장착된 8개의 로터를 사용한다. 최고 비행 속도는 시간당 160km(100mph)이며, 최대 범위는 50km(31mile)이다. 이 드론은 탑승객이 객실 내부의 터치-스크린 패드에서 선택한, 미리 설정된 목적지까지 비행하도록 프로그래밍되고, 비행은 실시간 지휘센터에서 원격으로 모니터링 된다.
항공기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EHang 184는 백업을 위해 여러 개의 중복 시스템을 갖춘 센서 모음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가장 안전한 비행경로를 목적지에 표시한다. 각 차량의 통신은 독립된 키(key)로 암호화된다. 기내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시스템은 상황을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비상 착륙 절차를 실행하거나 승객이 비행을 중단하고 제자리에 머물도록 선택할 수 있다.
2017년에 이항 184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의 지리(Geely)는 플라잉 카 스타트업 테라푸지아(Terrafugia)를 인수했고, 토요타는 무인항공기 제작사 카티베이터(Cartivator)에 투자했다. 다임러는 독일의 볼러콥터(Volocopter)에 투자했으며 포르셰 등이 플라잉 카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자동차도 드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다양한 시장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포르쉐 컨설팅(Porsche Consulting)은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eVTOL이 2만 3000대, 320억 달러의 여객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롤랜드버거(Roland Berger)는 2050년까지 10만 대의 여객 드론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번 에어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는 도시 공중에서 화물과 승객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송하는 교통시스템으로, 대단히 매력적인 미래 사업이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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