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화질을 보여주는 FPV 고글 스카이 030
텔레비전을 볼 때 얼마나 멀리 떨어져서 보시나요?
자주 듣던 잔소리입니다. 사실 화면에서 멀거나 가깝거나 시력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합니다. 텔레비전 화면의 영향을 받기 전에 이미 눈이 나빠져서 텔레비전 가까이 앉게 된거겠지요. 화면은 가까이 보는게 좋습니다. 화면 크기가 100인지 정도는 되어야 멀리 떨어져 보지 텔레비전이 스마트폰 화면처럼 작다면 차라리 가까이 보는 편이 더 재미있습니다. 가까운 만큼 커 보이니까요.
드론에 달린 카메라가 담은 풍경을 보는 모니터도 같습니다. 화면이 크면 클수록 재미있습니다. 드론이 보는 시선을 그대로 경험하는 FPV (1인칭 시점, First Person View)도 처음에는 전파를 수신하는 장치가 달린 모니터였습니다.
FPV 드론 덕분에 볼 수 없던 풍경을 즐길 수 있어 FPV 모니터만으로 행복했습니다. 물론 화면은 크면 클수록 좋지만 야외에서 즐기려면 화면 크기에 비례한 무게에 한계를 만납니다. 엄마의 잔소리를 무릅쓰고 바짝 가까이 앉아야 할 때입니다.
박스형 고글과 함께하는 비행도 모니터보다 행복하지만 화면과 눈 사이가 더 가깝다면 훨씬 큰 화면과 함께 더 행복해 지지 않을까요?
안경형 FPV 고글은 작지만 높은 해상도를 가진 화면이 필요합니다. 가까운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두껍지만 왜곡 없는 렌즈도 필요하죠.
그래서 안경형 FPV 고글은 드론을 시작하기에 가장 비싼 준비물이 되었습니다.
많은 안경형 FPV 고글이 등장합니다. 비싸지만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팻샥(Fatshark), FPV 시스템 부품을 만들다가 가성비 좋은 FPV 고글을 만들기 시작한 에이옴웨이(AOMWAY) 그리고 재미있다면 어떤 제품도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신(Eachine)의 저렴한 FPV 고글까지 다양한 제품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경형 FPV 고글의 강자는 따로 있었습니다. 스카이존(Skyzone)입니다. 그리고 스카이존은 다시 FPV 고글 최강의 자리에 도전합니다.
안경형 FPV 고글이 드론의 눈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으로 드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갑을 집중 공격하던 2014년은 레이싱 드론이 막 소개되기 시작 때입니다. 당시 안경형 FPV 고글의 수요를 빠르게 충족한 회사는 앞서 소개한 팻샥과 스카이존 이었습니다.
안경형 FPV 고글은 드론과 한 몸이 된 듯한 몰입감을 선물하지만, 쓰고 있는 동안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모욕감을 선사하기도 했죠. 안경형 FPV 고글을 쓰고 있는 동안은 나를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니까요.
스카이존의 고글은 이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스카이존은 FPV 고글의 불편함을 잘 이해한 제품을 출시합니다. 고글을 쓴 상태에서도 FPV 고글의 설정을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도록 OSD(On Screen Display)화면과
고글 앞에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진=http://www.skyzonehobbies.com
이 카메라를 통하면 고글을 벗지 않고도 바로 바깥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드론이 바라보는 하늘과 내가 바라보는 지면을 버튼 하나로 오갈 수 있었죠. 고글 밖을 볼 수 있는 이 카메라를 모두가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스카이존 고글은 얼굴이 넓은 동양인에 잘 맞는다는 평가와 함께 안경형 FPV 고글의 초기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스카이존은 새로운 기술로 차세대 FPV 고글을 선보입니다.
사람이 세상을 입체로 보는 이유는 2개의 눈이 사물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보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2개의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3차원으로 합성됩니다. 안경형 FPV 고글은 2개의 화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론의 카메라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영상을 담는다면 2개의 화면을 가진 안경형 FPV 고글은 손쉽게 3D 입체 영상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소소한 문제는 넘어갑시다. 안 그래도 공원 한 복판에 FPV 고글을 쓰고 있으면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하냐는 오해를 사잖아요. 3D라도 되면 덜 억울합니다. 차세대 FPV 고글이 필요한 팬들의 관심이 스카이존에 집중되는 사이
팻샥은 영상 전파 수신 기술에 자신이 없었는지 연결 포트를 공개하고 다른 전문 회사에게 맡깁니다. 덕분에 비싼 팻샥의 고글은 영상 수신기가 별매가 되면서 더 비싸졌지만 재미있게도 시장은 스카이존 대신 팻샥의 손을 들어줍니다.
3D라는 멋진 기능이 팬들에게 외면을 받은 이유는 가격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능 때문입니다. 3D는 멀리 떨어진 사물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습니다. 먼 풍경은 오른쪽이나 왼쪽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드론에서 보는 먼 풍경을 3D로 보아도 2D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충분하지 못한 영상 채널을 2개나 점유하는 것도 문제지만 각 화면에서 발생하는 서로 다른 노이즈는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여유가 없는 레이싱 드론 파일럿의 두통을 가중시킵니다.
이렇게 스카이존이 안경형 FPV 고글 시장에서 주춤하는 사이
가격의 부담과 재미는 반비례하기 때문에 어딘가 모자라도 저렴한 게 좋다는 드론회사 이신은
그러는 사이 팻샥은 최고의 화질을 위해 화면을 OLED를 적용합니다.
기존의 액정 화면은 뒷면에 빛나는 판(Backlight)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무리 검은 색을 표현하고 싶어도 이 빛을 완벽하게 가리지 않는 한 완벽한 검은 색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형광성 유기 화합물로 만든 OLED는 백라이트 없이 소자가 빛을 냅니다. 밝고 어두운 화면 표현에 훨씬 자유롭습니다. OLED 화면은 펫샥의 플레그십 제품다운 선택입니다.
고급 기종과 보급 기종을 OLED로 무장한 팻샥의 고글에는 더 이상 대적할 적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스카이02에서 스카이03으로 가성비를 끌어 올리던 스카이존은 OLED 화면으로 반격을 시작합니다.
스카이03O의 OLED 화면은 1024 x 768의 해상도를 가집니다. 팻샥의 960 x 720 보다 높은 해상도 입니다. 화면의 크기는 어떨까요? FPV 고글의 화면 크기는 화면과 눈 사이의 거리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스카이03O의 FOV는 35도로 팻샥 HDO의 37도 보다 작습니다. 하지만 2도가 만드는 차이는 구별이 힘듭니다. 작은 만큼 더 높은 해상도를 가지는 스카이03O의 화면이 더 뛰어납니다. 해상도만 뛰어나다고 최강의 화면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팻샥 HDO 역시 OLED 만의 사양은 1024 x 768로 스카이03O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카이03O의 OLED는 300cd/m^2의 밝기를 가집니다. 정확한 사양을 밝히지 않은 팻샥 HDO와 객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리뷰어들의 평가는 스카이03O의 손을 들어 줍니다.
OLED로 도전한 스카이03O는 스카이존 만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별로 쓸 일이 없는 3D 기능과 함께
머리 움직임을 감지하는 헤드 트랙커(Head Tracker)와 비행 영상을 저장할 DVR,
팻샥 고글에는 없는 파워버튼까지 고급 FPV 고글에 필요한 기본 소양을 깨알지게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얼굴이 좁은 사람에게 불편하다는 스카이존 고글의 단점은 얼굴이 넙적한 우리에게는 완벽한 핏을 보여주지만
모든 설정을 고글 화면으로 확인할 OSD와 2개의 안테나 중 수신 감도가 높은 전파를 우선 선택하는 다이버시티(Diversity) 영상 수신기도 내장되어 있습니다. 팻샥처럼 따로 사지 않아도 됩니다. 수신기로 아낀 돈은 드론을 한 대 더 사면됩니다.
거기에 한 가지 색 뿐이라 나만의 개성을 보일 길이 없던 팻샥 고글에 반해
수신기가 포함되어 있고 OLED까지 적용되었으니 팻샥의 HDO보다 비싸지 않겠냐고요? 지금 세일의 힘을 입어 429USD입니다. 역시 만만한 가격이 아닙니다. 그러나 팻샥 HDO의 500USD와 비교하면 70USD나 차이가 나는데다 성능 좋은 영상 수신기는 100USD를 훌쩍 넘어 버리는 걸 고려하면 스카이03O는 100USD 이상 저렴합니다.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성능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드론을 조종하는데 우리와 가장 가까운 장비는 조종기 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종기 스틱의 미묘한 감촉이 아쉬워 고가의 조종기를 선택하는데 주저함 없이 등짝을 맞았습니다.
드론의 눈을 대신하는 FPV 고글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화질입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더 선명하게 보고자 텔레비전에 목돈을 투척하듯 더 좋은 화질을 위해 FPV 고글이 OLED를 가지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도 팻샥 HDO보다 10만 원 이상 저렴하지만 더 뛰어난 화질을 자랑하는 스카이03O는 반갑습니다.
물론 팻샥 HDO의 분리형 영상 수신기가 가진 장점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스카이존의 영상 수신기가 평균 이상의 성능을 자랑해도
하지만 비싼 만큼 정직한 성능을 보여주는 드론 제품들 앞에서 비용에 굴하지 않는 강고한 지갑이 있다면
세상과 만나는 드론의 눈을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이 점점 다양해지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스카이존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OLED 화질만큼 행복해 집니다. 우리 앞에 똑같은 세상을 더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