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빅 미니, 작지만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드론
작은 드론은 많습니다.
저렴한 드론도 많죠.
그러나 GPS로 자신의 위치를 찾고, 장애물을 감지하고,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영상을 촬영하는 드론은 그렇게 저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공 촬영을 즐길 수 만한 가성비 높은 드론을 찾아 헤맸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가성비 드론은 항상 DJI가 차지합니다. 다른 드론과 비교해 전혀 저렴하지 않지만 성능을 생각하면 갑자기 가격이 납득되기 시작하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DJI 공식 홈페이지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미지가 등장합니다.
붉은색으로 막 물들기 시작한 파란 하늘 너머로 팔을 벌려 날아가는 소녀의 등 뒤로 ‘Fly As You Are (네가 그런 것처럼 날아봐)’라고 이야기합니다. 최강의 드론을 만들던 DJI가 다시 하늘을 나는 제품을 소개하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심지어 팔까지 폈으니 휴대를 위해 접히는 폴딩 드론이 아닌가 기대해 볼 만했습니다.
수개월 전부터 DJI의 새 드론 소문이 조금씩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전문성을 강조하는 이미지 대신 캐주얼한 복장에 가볍게 하늘을 나는 소녀는 작고 가벼운 드론을 예견했습니다. 그리고 공개를 약속한 오후 10시가 되어 새 드론이 등장합니다.
소문대로 작고 가벼운 크기에 팔이 접히는 폴딩 드론입니다. 이름까지 이변 없이 그대로 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팔만 접히지 않고 프로펠러까지 접힙니다. 가장 작았던 매빅인 매빅 에어보다 더 간편해집니다.
작은 드론의 프로펠러는 빼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수리를 위한 드라이버는 서비스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작아진 매빅 미니의 무게는 고작 249g밖에 되지 않습니다. 어떤 신고도 필요 없는 무게의 드론입니다. 가벼운 드론은 그만큼 덜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18650 리튬이온배터리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비행시간은 18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짐작했습니다. 매빅 미니는 스파크의 16분과 매빅 에어의 21분의 사이가 되리라고 추측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공개된 비행시간은 30분이나 됩니다. 매빅 2의 31분 비행과 비교하면 고작 1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스파크 보다 가벼운 무게를 가진 매빅 미니의 스포츠 모드 최고 속도는 시속 47km에 달합니다. 비행거리도 비행시간에 걸맞게 뛰어납니다. 2km입니다.
크기까지 다른 매빅의 조종기와 비슷해서 드론보다 큰 조종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간편한 휴대를 위해 스마트폰 고정부를 접는 구조도 그대로 가지고 있지고
스파크보다 작은 매빅 미니의 카메라는 3축 짐벌로 고정됩니다. 3방향의 흔들림을 고정하는 3축 짐벌은 작은 드론에 적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3개의 축을 제어하는 모터가 3개나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은 드론은 넓게 촬영한 영상을 흔들림에 맞춰 자르는 흔들림 방지 기능을 가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스파크조차 2축 짐벌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메라의 크기도 작습니다. 하지만 담기는 영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12메가 픽셀의 이미지와 함께 2.7K의 영상을 기록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2.7K의 화질은 10x13" (25x33cm) 크기의 사진으로 인화해도 좋을 크기입니다. 친숙한 1080p 해상도에서는 60fps의 영상을 담을 수 있어 중요한 순간은 슬로모션으로 편집할만합니다.
지금까지 DJI가 보여준 드론에 비하면 매빅 미니의 성능은 최고보다는 최적을 보여줍니다. 무게와 크기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성능에서 DJI의 기존 모델들을 능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DJI는 매빅 미니를 성능보다는 작은 크기와 함께 다가오는 친근함으로 접근합니다.
매믹 미니로 촬영한 그들의 이야기는 드론만 찍을 법한 멋진 풍경으로 시작하지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사람 가까이에서 촬영된 영상들입니다. 드론이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항공 촬영 도구더라도 매빅 미니는 생활 가까운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영상을 담는 도구로 사용하라고 말이죠. 그래서 DJI는 드론 조종을 위한 범용 앱 DJI Go를 버리고 매빅 미니를 위한 위한 전용 앱을 소개합니다.
이 새로운 앱은 피사체에서 멀어지는 드로니(Dronie), 수직 상승하며 촬영하는 로켓(Roket), 주변을 돌며 촬영하는 서클(Circle) 그리고 회전하며 멀어지는 헬릭스(Helix) 모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선택한 피사체를 따라가며 촬영하는 팔로 미(Fallow Me) 기능은 생략되었습니다. 아래쪽에만 적용된 센서 때문인 듯하지만 자동 비행 모드에서 어느 정도의 피사체 움직임은 따라오는 것을 보면 어떤 경우에도 신뢰도 높은 영상을 기대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매빅 미니에는 비행 속도를 줄여 부드러운 영상을 촬영하는 씨네스무드(CineSmooth) 모드도 새로 등장했습니다.
최근 인기있는 씨네우프 드론을 의식해서 등장한 모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DJI 플라이 앱의 가장 큰 특징은
고프로의 영상 편집 앱처럼 원하는 스타일의 영상을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사진과 영상은 항공촬영 사진 공유 플랫폼인 스카이픽셀(SkyPixel)에 바로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SNS처럼 즐기는 드론을 위해 매빅 미니는 다양한 액세서리와 함께 출시했습니다.
하늘을 나는 즐거움을 담을 매빅 미니가 동심과 함께 둥실 떠오를 듯합니다.
모든 크기의 드론 라인업을 완성한 DJI는 최고의 드론보다는 사양 대비 최적의 드론을 선보였습니다. 이미 출시된 드론의 판매를 고려한 탓입니다.
매빅 미니는 스파크와 매빅 에어 사이의 드론입니다. 하지만 단종의 길을 걷고 있는 스파크와 매빅 미니의 월등한 비행시간에 기가 죽은 매빅 에어와 비교하면 훨씬 매력 있게 다가옵니다. 게다가 이 다양한 매력을 담은 가격은 착하기까지 합니다.
나오면 당장 구매하고 싶지만 아쉬운 점은 더 있습니다. 지금까지 매빅은 비행하는 지역에 따라 비행거리가 자동으로 변경되었지만 매빅 미니는 판매 지역에 따라 다른 버전을 판매합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MR1SD25 모델은 2km의 비행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FCC 기준을 따르는 미주 지역 매빅 미니 MR1SS5 모델의 비행거리는 4km에 이릅니다. 이 작은 드론을 2km나 보낼 일이 어디 자주 있을까 싶지만 숨은 능력이 봉인된 듯해 안타깝죠.
최강의 드론을 만들던 DJI는 매빅 미니의 작은 크기에 최적의 성능을 담았습니다. 거기에 전문적인 기술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어떤 원리로 동작하고 얼마나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도 친구와 SNS를 나누는데 즐거움은 그대로입니다. 매빅 미니가 꿈꾸는 드론도 즐기는 스마트폰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DLSR 카메라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멋진 순간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길 때가 많으니까요. 이미 드론 시장의 최강자가 된 DJI, 매빅 미니를 통해 드론을 즐기는 방법을 어떻게 바꿔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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