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대중교통 드론 에어 택시
교통 체증은 밀려드는 자동차를 소화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흔히 '체했다'고 할 때 그 '체(滯)'를 이른다. 도로가 체했으니 자동차는 물론, 자동차 안의 사람도 갇힌 형국이 된다. 현대인에게 있어 그만한 스트레스도 드물다. 땅덩어리의 크기는 변함이 없는데 자동차 보급률은 갈수록 높아지니 체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심각해진다. 곳곳이 도로인지 주차장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들이 꽉꽉 들어찬다.
이동 속도만 문제가 아니다. 교통 체증은 필연적으로 자동차의 공회전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쓸데없이 엔진을 돌려서 기름을 낭비하고, 매연이 추가로 발생하고, 자동차 수명도 줄어드니 문제가 이만저만하지 않다. 도시계획 자체가 뒤틀려서 그럴 수도 있고, 난개발로 교통체계 자체가 엉망인 경우도 있다. 때로는 도시 역사가 너무 오래되어서 도시 구조 자체가 도로교통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도 그렇다. 이런저런 경우가 아니라도 도시 자체가 너무 커서 인구가 지나치게 많아도 문제가 된다.
에어택시는 본래 여객 운송을 목적으로 공항과 공항 사이를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소형 항공기를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택시의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에어택시의 가장 큰 특징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드론을 이용한 이동 서비스에 있다. 헬리콥터와 유사한 형태이지만, 소음이 월등히 적고 안정성을 높였다.
또한 빌딩이나 주차시설 옥상에 이착륙장을 설치하는 것이 다른 비행 수단에 비해 월등하게 쉬워서 경제성까지 겸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어택시와 자율주행기술을 접목하는 등 관련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에어택시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교통체증 문제도 머지않아 해결해줄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저변에는 이런 이유들이 깔려 있다.
미국 교통정보 서비스 업체 '인릭스(INRIX)'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교통 체증이 심한 도시에 관한 보고서(2018 Global Traffic Scorecard)를 발표했다. 1위는 모스크바가 차지했으며 이스탄불, 보고타, 멕시코시티, 상파울로, 런던, 리우데자네이루, 보스턴,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마 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인릭스는 교통 혼잡 시간대(rush hour)에 목적지까지 닿는 데 걸린 시간과 최종 1마일 구간의 주행 속도 등을 측정해 데이터를 만들었고, 보고서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꽉 막힌 도로에서 하늘을 바라보다가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상상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2019년의 하늘에서는, 그것은 더 이상 허구가 아니다. 이 꿈만 같은 상상은 현실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에어 택시'라는 이름으로.
21세기 글로벌 시장에서 에어택시를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우버 테크놀로지스(Uber Technologies Inc.)이다. 자동차 공유경제를 대표하고 있는 우버의 에어택시는 비행기와 헬리콥터, 드론을 모두 결합한 형태로 도심 내 주요 건물의 옥상에서 이착륙한다. 승객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우버의 에어택시를 호출할 수 있다. 이제 우버는 상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에어택시 실증실험 도시를 선정하고 세계 여러 도시에 보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2020년에 3개 도시에서 실증실험을 시작하고, 2023년에 상용화해 유료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사실 우버는 지난 7월에 이미 헬리콥터 공유경제 개념인 '우버콥터(Uber Copter)' 서비스를 시작했다. 운행 구간은 맨해튼 섬에서 JFK 공항까지였다. 뉴욕에 거주하는 우버의 우수 등급 이용자만 한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기존 50분가량 소요되던 거리를 우버콥터를 이용해 8분 내 도착할 수 있었다. 요금은 당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동하지만, 평균 1인당 200~250달러 수준이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시간이 더 필요한 누군가에게 8분이라는 운행 시간은 비용을 지불할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국내 기업도 에어택시 개발 사업에 발을 들였다. 한화시스템은 수직이착륙(VTOL) 전문업체인 '카렘 에어크래프트(Karem Aircraft)'에서 분사한 'K4 에어로노틱스(K4 Aeronautics)'에 2500만 달러(약 295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카렘 에어크래프트는 우버가 추진하고 있는 '우버 엘리베이트'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사로, 한화시스템이 우버의 에어택시 사업에 투자해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이다. 그들은 조용하고 안전하며 환경 친화적인 도심용 에어택시 기체 개발을 목표로 우버의 전기식 수직이착륙 에어택시인 '버터플라이(Butterfly)' 개발에 주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버 테크놀로지스뿐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20여개의 개발사들이 에어택시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래리 페이지(Larry Page)가 후원하는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기업인 '키티호크(Kitty Hawk)', 세계 최대의 항공우주 기업 보잉(Boeing)사가 인수한 로봇 자율비행 기업인 '오로라플라이트사이언스(Aurora Flight Sciences)', 보잉사와 함께 세계 항공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에어버스(Airbus)' 등이 에어택시 시장에 뛰어들어 한창 경쟁 중이다.
202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에서 방문객들은 하늘을 나는 '자율 비행 택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파리시가 공항에서 경기장까지 바로 이동하는 '에어택시'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프랑스에 입국한 방문객들이 파리로 가려면 샤를 드골 공항에서 북부 파리까지 버스나 기차로 1시간 넘게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리공항공사(ADP)와 에어버스사, 파리교통공단이 협력해 수직이
착륙기(VTOL)를 활용한 에어택시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이다.
에어택시는 이동시간을 절약해 결과적으로 올림픽을 즐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 에어택시는 6분마다 이륙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일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에어로포트 드 파리'는 2019년 말까지 파리 시내에 하늘을 나는 택시 허브 부지를 선택하고, 18개월 이내에 준비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릭스는 미국의 테네시 주 내시빌 같은 중간 규모 도시에서도 인구 증가 및 개발 붐과 함께 교통 정체가 심화되고 있다며 "대중교통 시스템 확충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물론 이 조언에 드론이 포함된 것은 아직 아니다. 에어택시가 제대로 서비스되기 위해서는 물론 더 많은 충족 요건이 필요하다. 승객이 탑승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비행하려면 우선 기체가 견고하고 안전해야 한다. 또 배터리도 충분히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에어택시 운행이 기존의 교통수단과 조화를 잘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개발은 수년 안에 완성될 수 있겠지만, 하늘길을 사용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에 따르는 관련 법규가 확립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드론이 '대중교통'으로서 지위를 획득하게 될 날이, 어느 순간 갑자기 올 지도 모른다는 예측과 함께, 상상이 아닌 현실감을 갖고 다가오는 중이다. 그리고 상상에서나 가능했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이미 현실을 날고 있다. 어쩌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상상은, 미래의 에어택시가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에어택시와 어떻게 다를까 하는 외형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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