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필수가 되어버린 GPS
이란과 미국의 끝을 모르는 강대강 대치 구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 왜 이란과 미국이 등장하냐구요?
수년전 뉴스를 도배했던 미국의 최첨단 드론을 GPS조작을 통해 이란에서 가로챘다는 뉴스를 기억하시나요?
최첨단 군사용 드론이 단순한 GPS조작 하나만으로 무력화되었다는 것에 전 세계가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에 활용되었던 기술이 우리에게는 약간 낯선 단어인 GPS스푸핑(spoofing)이라는 기술입니다.(이란측 주장임)
스푸핑은 드론에 가짜 GPS데이터를 보내 해커가 의도한 곳으로 강제로 이동, 착륙하도록 만드는 방법입니다.
쉽게 설명 드리면 고도 50m에서 비행중인 드론에게,
“지금 고도 100m로 날고 있다”고 인식하도록 가짜 데이터를 보내면, 이 드론은 자기가 고도 100m로 비행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되고, 원래 설정된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고도를 50m로 낮추게 됩니다.
실제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은 기술이지만 안티드론 관련 다양한 스푸핑 기법들도 최근에 연구 개발되고 있습니다.
최첨단 군사용 드론도 꼼짝 못하게 했던... 드론과 뗄 수 없는 GPS에 대해서 오늘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GPS에 기반한 내비게이션은 운전의 필수품이 되어버렸고, 토목, 건축, 항공, 교통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활용되고. 지도앱을 비롯해 스마트폰이 탄생시킨 수많은 정보기술(IT) 서비스도 GPS 기술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위성항법장치라고 부르는 GPS는 냉전시대였던 1970년 초 미국에서 지구상 물체의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 만든 군사용 시스템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상식이죠 ^^
그럼 상식을 좀더 키워볼까요?
사실 GPS 기술은 2차세계대전이 치열했던 1940년대초 지상라디오항법체계에서 출발했습니다.
이후 1960년대 미군은 인공위성으로 지구 전역을 감싸는 독자적 위치확인 시스템인 GPS 개발에 돌입해, 1978년 최초의 GPS 위성(Block-I)이 발사하며 GPS 기술이 본 궤도에 올랐습니다.
1983년 뉴욕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이 옛 소련 전투기에 격추당해 탑승자 269명 전원이 사망했던 안타까운 사건이 촉매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각 나라들에서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을 개발하는 등의 이유로,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 국방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GPS기술을 민간에 개방하는 아주~ 통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럼 여기서 퀴즈 한개 풀어볼까요? GPS 위성은 몇 개나 우주공간에 떠있을까요? 100개? 200개?
정답은 30개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6개의 궤도별로 4개씩 배치된 총 24개의 위성에서 보내오는 정보(위치정보, 시간정보)를 토대로 스마트폰, 드론 등이 삼각측량 방식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게 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미국이 GPS를 민간에 개방하긴 했지만, 다른 나라가 군사용으로 쓰는 것을 막기 위해 고의로 잡음을 포함 시켜, 위치 오차가 심한 경우 최대 100m에 달했습니다.(천문학적인 돈을 들였는데 공짜로 주긴 아깝죠) 이후 클린턴 대통령이 2000년에 고의 오차를 없애는 통 큰 결단을 한번 더 내리게 되면서 정밀도가 높아져 민간분야의 활용이 급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 덕에 우리 드론들도 이 혜택을 누리게 되었네요 ^^
그런데 GPS에는 매우 큰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바로 전 세계 사용자가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펜타곤의 계속되는 자비로움을 기대하며, 미국과 자기나라와의 사이가 틀어질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들이 슬슬 생기게 되었습니다.
실 사례로, 1999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접경지역 카르길이라는 곳에서 발생한 영토분쟁 전쟁때 인도의 군대가 GPS를 사용하지 못하게 미국이 임의로 막아버린 일도 발생했습니다.
그리하여 인도에서는 자체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자체적인 위성 항법 시스템 IRNSS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쏘아 올린 총 7개의 위성으로 자체 위성항법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각 나라들도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GPS 체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는 글로나스(GLONASS), 중국은 베이더우, 유럽연합의 갈릴레오 등 위성항법 시스템들이 속속 개발되어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위성항법 시스템 개발은 이제 걸음마 단계로 예정대로 잘 진행되더라도 2035년쯤에나 자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이런 멋진 기술들 덕분에 드론에 GPS장비가 탑재되면서 정밀한 위치 제어가 가능하게 되어 센서형 드론들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게 되었습니다.
DJI 제품군의 경우 2015년 출시된 팬텀3 어드밴스부터는 GPS+GLONASS 시스템까지 중복해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정밀한 위치(자세) 제어가 가능하게 되고, 단순한 비행뿐만이 아니라. 이 위치정보를 통한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될 수 있었습니다.
자 그러면 드론이 추락하는 여러 가지 이유중 많은 원인이 되고 있는 GPS문제는 왜 발생하는 걸까요?
가장먼저 우리는 실내에서는 GPS가 안된다는 것쯤은 아주 상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위성에서 보내주는 신호를 실내에서는 당연히 받을 수가 없으니까요
더 나아가 또 건물에 가까이 붙거나 천장이 막힌 부분에 들어가게 되면 가려진 건물로 인해 정확한 위치 측정이 어려워집니다. 도대체 왜 그랬던 건지 아래 사진들을 한번 보시면 이해가 쉬울겁니다.
내 드론과 여러대의 GPS 인공위성간의 떨어진 거리 등을 삼각측량방식으로 계산해 내 위치를 파악합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초록색 선은 정확하게 직선으로 수신된 GPS전파인 반면, 파란색 선들은 건물에 한번 반사된 전파를 GPS안테나가 수신하게 됩니다.
이 잘못된 파란색 전파들로 인해 드론이 정확한 삼각측량을 실시하지 못해 위치를 혼동하게 되고, 서두에 이야기 했던 스푸핑 같은 효과가 발생해 드론이 위치를 혼동해버려 내 의도와 달리 질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저도 인스파이어2를 고가 도로같이 천장이 막힌 부분의 하단을 통과한 뒤 드론이 자신의 GPS 정보를 순간적으로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자기의 현 위치를 혼동하고, 제 의사와 상관없이 건물을 향해 돌진해 들이 받아 버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다만, 최근에 나오고 있는 고가의 센서형 드론들은 GPS외에도 위치, 자세제어를 위한 여러개의 센서 카메라, 적외선, 초음파 센서 등을 GPS와 함께 활용하고 있지만, GPS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런 GPS 오류들은 드론이 추락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자 이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면 이런 추락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아주 간단합니다.
실내에서 GPS정보없이 다른 센서들만을 이용해 비행하는건 정말 위험하니 최대한 자제해야 합니다.
특히 GPS위성신호가 반사되어 위치를 혼동할 가능성이 높은 건물 외벽과 가까운 곳에서 날리는 것도 위험합니다. 항상 비행 전에는 주변이 트인 곳에서 GPS 안테나가 적어도 10개 이상 수신이 되면 비행을 시작하시고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Kp지수가 5를 넘어갈 때는 비행자체를 하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그리고 부득이하게 건물과 가까운 곳이나 천장이 막힌 곳을 지나가야 할 수밖에 없다면 GPS(포지셔닝) 기능이 아닌 GPS자체를 제외하고 위치 제어를 하는 ATTI모드 비행을 추천합니다.
제가 아는 드론 항공 영상촬영(영화, 드라마)을 전문으로 하는 분은 아예 GPS기능을 이용하지 않고 ATTI모드만으로 비행하는 드론을 활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비행 전, 비행 중에는 항상 GPS 수신율을 잘 확인하는 습관만이 사고를 피하는 유일한 해결법임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드론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 시작되어 현재는 드론을 경찰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폴드론 아카데미) 일원으로 경찰 실종자 드론수색업무를 하고 있으며 관련분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kjunw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