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이 모여있는 곳에 새하얀 학이 한 마리 있는 풍경을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고 합니다. 영어로 하이엔드(High End)라고도 하지요. 하이엔드는 고만고만한 제품들 사이에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제품을 의미합니다. 제한된 생산량으로 한정판이 되어도 하이엔드라고 부르지만요.
높은데(high) 끝(end)에 있는 제품인 만큼 가격도 높은 끝에 있기 마련입니다. 기업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사실 하이엔드 제품의 매출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닙니다.
하이엔드 제품을 항한 사람들의 관심이 다른 제품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하이엔드 제품은 개발에 공을 들입니다. 하이엔드 제품은 그렇게 자주 출시되지도 않지요. 드론도 비슷합니다.
대신에 이 정도 가격이면 나도 한번 도전해 볼까 싶은 매직 미니가 출시되었지요.
그래서 하이엔드 제품의 출시는 항상 팬들의 이목을 끕니다.
다양한 제품이 빠른 주기로 등장하는 레이싱 드론 시장에서는 하이엔드 제품을 만나기 힘듭니다. 빠른 유행에다 가격 경쟁이 심해서 비싼 제품은 좀처럼 등장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레이싱 드론은 더 빠른 비행이 목적이라 충돌도 잦아 빨리 고장 나기도 하니 비싼 제품에 지갑이 쉬 열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레이싱 드론 중에도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이 있습니다.
물론 FPV 고글도 가성비가 소비의 규칙이 되어버린 지금
FPV 고글만큼은 제일 비싼 걸 사는 게 돈 아끼는 길이라는 어느 현자의 충고가 딱 맞는 제품입니다. 하이엔드는 다음 하이엔드 제품이 등장할 때까지 긴 시간 절대 꿀리지 않는 스펙을 유지하기 때문이죠.
HDO는 출시한지 2년이 다 되도록 하이엔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세일조차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HDO 유저들에게는 안타깝지만 새 FPV 고글이 필요한 분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팻샥은 지독히도 신제품이 늦기로 유명합니다. 다른 회사가 가성비 넘치는 2~3개 제품을 출시를 하든 말든 꿈쩍없는 뚝심을 보여주지요. 하이엔드 FPV 고글이라는 브랜드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자신감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팻샥도 그사이 저가의 FPV 고글들을 출시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입문형이라도 팻샥의 저가 FPV 고글은 가성비에서 다른 제품에 미치지 못했지요. 그래서 다시 돌아온 팻샥의 하이엔드 HDO2의 사양이 궁금합니다.
이제는 하이엔드 FPV 고글의 표준이 되어버린 OLED 디스플레이는 소니의 0.5”가 적용되었습니다. 해상도는 1280 x 960 px로 아날로그 FPV 고글 사상 최고의 해상도입니다. 이것만으로 하이엔드라 부를만합니다. 그러나 FPV 고글을 선택할 때 꼭 확인해야 할 것이 더 있습니다. 화면의 크기입니다. HDO는 0.5”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글을 썼을 때 실제로 얼마나 크게 보이는지가 중요하죠.
HDO2는 해상도만 뛰어난 것이 아닙니다. 화면 크기를 의미하는 FOV (Field of View) 각도는 46도입니다. 현존하는 FPV 고글 중에 최대 크기입니다.
크고 선명한 화질을 위해 렌즈 모양도 원형으로 바뀌었는데 눈과 눈 사이의 거리인 IPD(Inter-Pupillary Distance)는 54 ~ 74mm입니다. HDO의 59 ~ 69mm 보다 넓지만 현존하는 어떤 고글과도 비교 불가입니다. 눈 사이가 멀든 가깝든 어떤 얼굴에도 당당한 FPV 고글입니다.
그동안 안경을 쓰는 사람은 고글 안쪽에 시력 보정 렌즈를 끼워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신의 EV100D 고글에서 처음 선보인 이 기능은 +2에서 -6 디옵터 시력까지 조절됩니다. 하지만 이 시력을 벗어난 파일럿에게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최근 FPV 고글은 얼굴이 평평한 사람에 맞춰 디자인되고 있었습니다. 좁은 얼굴에 맞추면 넓은 얼굴을 가진 사람은 써보지도 못하는 일이 생겼으니까요. 덕분에 얼굴이 좁은 사람은 고글이 꼭 맞지 않아 불편했죠. HDO2는 좁은 얼굴에도 맞출 액세서리가 추가되었습니다.
다른 고글들과 사양을 비교해 볼까요?
가장 최근에 출시된 하이엔드 FPV 고글인 만큼 모든 사양에서 최고의 성능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최강의 성능 외에도 팻샥답지 않은 깨알 진 기능이 있습니다.
이제 FPV 고글을 끌 수 있습니다. 세상에 전원 버튼도 없는 전자제품이 어디 있냐 하신다면 여기 있었습니다. 팻샥은 끈질기게 전원 버튼을 싫어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켜고 끄냐고요? 그냥 배터리를 끼우면 켜지고 빼면 꺼졌죠. 그래서 다른 FOV 고글의 전원 버튼이 부러워 직접 만든 현자부터 액세서리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고고한 팻샥이 HDO2에서 전원 버튼을 인정했습니다.
습기 방지 팬도 그저 켜지고 꺼지는 것이 아니라 2가지 다른 조작 방법이 있습니다. 짧게 눌러 팬을 켜고 끄는 레거시 모드(Legacy Mode)와 짧게 눌러 팬 속도를 조절하는 버튼 모드(Button Mode)입니다.
드론이 비행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어폰 단자도 개선되었습니다. 기존의 팻샥 고글들은 여기에 스테레오 이어폰을 끼우면 한쪽에서만 소리가 났죠.
HDO2는 일반 스테레오 이어폰을 끼워도 양쪽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드론의 오른쪽과 왼쪽에서 나는 소리를 따로 들을 수 있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그냥 똑같은 소리입니다.
하이엔드 FPV 고글인 만큼 HDMI 영상 입력 단자는 당연합니다.
이 영상 입력 단자를 컴퓨터와 연결해 시뮬레이터로 훨씬 실감 나게 수련을 할 수도 있지만 외부 영상 수신 장치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FPV 고글에 영상 수신기를 설치하는 공간이 있는데 따로 입력할 HDMI가 중요한 이유는
바이트 프로스트의 해상도는 720P입니다. 팻샥 고글로는 HDO 모델이 유일하게 이 해상도를 만족했지요. 이제 팻샥은 바이트 프로스트와 해상도 손실 없이 호환되는 고글로 HDO와 HDO2가 있습니다. 물론 HDO는 단종의 길을 걷게 될 테지만요. HDO2는 HDO와 동일한 500USD로 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HDO의 할인을 예상해 볼 수도 있겠지만 도도한 팻샥은 여태 정식으로 할인하는 꼴을 본 적이 없어 그냥 HDO2를 구매하는 편이 좋을듯합니다. 500USD라니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요? 하이엔드니까 너그럽게 용서합시다.
디지털 영상 송수신 장치 바이트 프로스트 출시 후 등장한 신제품이라 다른 영상 수신기처럼 고글에 내장되는 디지털 영상 수신 장치를 기대했지만 팻삭의 HDO2는 아직 디지털로 완전히 돌아서지는 않았습니다. 레이싱 드론의 재미는 5”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덩치 큰 드론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채널을 바꿔가며 서로의 비행을 나눌 수 있으니까요. 팻샥 HDO2는 바이트 프로스트와 함께 디지털 영상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아날로그 FPV 고글의 끝판왕입니다.
아날로그 FPV 영상의 해상도는 아무리 좋아도 720 x 576 px입니다. 드론이 아무리 높은 해상도의 FPV 카메라를 가져도 전송하는 영상의 해상도는 여기가 한계입니다. FPV 고글도 여기에 구속됩니다. 물론 높은 해상도를 가진 디스플레이는 같은 720 x 576 px도 훨씬 섬세하게 보여주지만
이 이상의 해상도를 기대하려면 디지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2019년은 디지털 FPV 영상의 대중화되기 시작한 해로 기억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리고 팻샥의 HDO2는 최고 사양의 아날로그 FPV 고글로 남지 않을까요? 물론 가장 높은 해상도에 OLED 영상 품질로 디지털로 가는 첫 번째 FPV 고글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역시나 아쉬운 건
팻샥은 기본 디자인만큼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정말 심지 굳은 고글입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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