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지만 닮지않은 듯한 저렴한 드론
꽃이 한창인 계절에는 화려한 색을 따라 꿀을 수집하는 벌을 만납니다.
꿀벌 가운데 조금 다른 모양의 벌을 종종 발견합니다.
‘꽃등에(flower fly)’라고 하는 이 곤충은 파리입니다. 얼핏 벌처럼 보이기 때문에 벌파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벌은 먹이 사슬 최강인 인간조차도 가까이하기 어렵지요. 집단생활을 하는 벌은 침을 가지고 있어 위험한 곤충이니까요. 그래서 꽃등에는 사나운 벌인 양 위장을 하는 쪽을 진화했나 봅니다.
드론 역시 다른 드론이 가진 강점을 따라하며 발전합니다.
하지만 모양만 뛰어난 드론을 닮았을 뿐 성능은 그렇지 못한 드론도 있습니다. 어디선가 본적 있는 고성능 드론인데 자세히 보면 살짝 다른, 마치 꽃등에 같은 드론입니다. 이런 드론은 비싼 드론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마어마한 세일을 더해 저렴해진, 그래서 한 번 사볼 만한 가격으로 만나게 되지요. 하지만 드론은 가격과 성능이 정직한 제품입니다. 저렴하다면 성능도 저렴한 법입니다. 오늘 만나볼 드론 이야기는 닮은 듯 저렴한 드론입니다.
이신(Eachine) 이라는 드론 회사가 있습니다. 떡볶이부터 국밥, 돈가스에 심지어 피자까지 요리 개수가 손님보다 다양한 식당 같은 드론 회사입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라면 어떤 드론이든 상품으로 만드는 재미있는 드론 회사입니다.
하지만 이신은 간혹 다른 회사들은 출시를 감히 생각지도 못한
레이싱 드론을 시작하기에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FPV 고글을
나름의 기술과 저렴하게 생산하는 능력을 가진 드론계의 숨은 강자입니다.
그래서 이신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 드론을 닮은 꽃등에 같은 드론을 생산하는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휴대성을 위해 팔이 접히는 이 드론은 DJI의 매빅과 꼭 닮아 있습니다. 전면의 팔이 수평으로 회전해서 접히는 것까지 똑같지만 뒷면의 팔은 수평으로 접혀 매빅과는 차별됩니다.
작은 크기를 위해 BLDC 모터와 안정적인 영상 촬영을 돕는 카메라 짐벌까지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720p 해상도의 카메라는 수직 아래를 촬영할 수 있도록 움직이고
완구형 드론이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는 360도 회전 기능과 드론이 나를 바라보면 조종 방향도 바뀌는 헤드리스(Headless) 기능도 있습니다. 조종기도 매빅과 대단히 비슷합니다.
매빅은 드론 하면 떠오르는 대표 드론이기에 이신의 매빅 닮은 드론은 E58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각형 카메라가 특징인 매빅2를 닮았습니다. 모양만 닮은 건 아닙니다. E520의 카메라 해상도는 4K입니다. 9분의 비행이 가능했던 E58에 비해 E520의 비행시간은 16분이나 됩니다. 16분 비행을 위한 충전시간은 150분이나 되는 게 사소한 함정이지만 ‘S’가 붙은 상위 모델 E520S는 5G 와이파이로 300m의 비 행 거리를 자랑합니다.
졸졸 따라다니며 촬영하는 팔로우미(Follow Me) 기능에 GPS까지 내장되어 훨씬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합니다. 크기도 매빅과 비슷해서 고급 드론의 기운을 풍깁니다.
E520는 6축 자이로 센서가 적용되었다고 자랑하지만 6축 자이로 센서가 없는 드론은 없으니 너무 놀라지 맙시다.
최근에 출시된 매빅 미니는 전통적인 매빅의 디자인을 따르고 있지만 매빅 에어는 조금 다른 디자인입니다. 당연히 매빅 에어를 닮은 드론도 있지요.
팔 끝에 위치한 렌딩 기어가 가로로 접히는 모습까지 매빅 에어를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성능은 매빅 에어가 아닌 앞에서 살펴봤던 E520과 동일합니다. 비행시간과 GPS 센서, 장애물 센서 대신 장착한 LED까지 말이지요.
E511가 자랑하는 파워풀한 코레스(Coless) 모터에 너무 감동하지 마세요. 드론에 사용되는 브러시 모터는 모두 자석이 중심에 들어가는 똑같은 구조니까요.
매빅 에어를 닮은 드론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완구형 드론 크기로 작아진 만큼 360도 회전 묘기와 기압 센서를 이용한 고도 유지 기능, 그리고 어느 쪽을 향하건 조종하는 방향으로 비행하는 헤드리스 모드까지 완구형 드론이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매빅 에어가 필요하다면 선택을 고민해 볼 만한 드론입니다.
취미로 만나는 촬영 드론의 최강이 된 매빅을 흉내 낸 드론이 있다면 매빅 이전에 하늘을 지배하던 드론을 따라 한 드론도 있습니다. 대상은 패럿(Parrot)의 비밥(BeBop) 드론입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전자식 떨림 방지 시스템과 GPS 그리고 하단부 센서로 안정적인 비행이 특징이었지요.
하지만 모습만 비밥을 닮았을 뿐 더 최근에 출시된 드론이기 때문에 카메라 성능은 더 뛰어납니다. 4K 영상까지 촬영할 수 있으니까요.
지면을 인식해서 드론이 서서히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시각 센서(Optical Flow Sensor)입니다. 조금 고급스러운 완구형 드론이라면 흔히 가지고 있는 센서라 크게 자랑할만하지는 못하고 GPS 센서로 말뚝 같은 호버링을 자랑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Sg106은 팔로우미 기능이나 제스처를 인식해서 동작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비밥의 외모에 최신 기술이 더해진 드론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완구형 드론에 적용되는 브러시 모터에 360도 회전 기능을 가진 Sg106는 완구형 드론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면뿐 아니라 하늘까지 촬영이 가능한 페럿의 드론 아나피(Anafi)를 닮은 드론도 있습니다.
카메라가 드론 아래 위치한 일반적인 드론과 달리 정면에 튀어나온 아나피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카메라를 잡아줄 짐벌이 적용된 건 아니지만 팔을 접는 구조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드론입니다. 카메라의 위치만 비슷할 뿐 아나피를 닮았다고 하기에는 다른 드론이네요.
DJI나 페럿의 드론을 닮았다고 나쁜 드론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벌을 닮은 파리가 나쁜 곤충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침이 없는 꽃등에가 벌보다 덜 위험한 것처럼 유명 드론을 닮은 이 드론들은 비교적 힘이 약한 브러시 모터를 사용하고 있어 사고 위험도 적습니다. 그래서 이런 드론은 처음 비행을 경험하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촬영에 도전하는데 부담 없는 적당한 드론이기도 하지요.
멋진 디자인에 영감을 얻어 만든 드론이라면 더 새로운 드론으로 발전할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하지만 드론을 구입하려는 사람을 유명 디자인을 흉내 내어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드론에 대해 잘 알아 이런 얄팍한 디자인에 현혹되지 않고 적당한 성능과 가격을 판단하고 선택한다면 이런 드론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드론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디자인과 그럴듯한 광고에 속아 성능 보다 비싼 가격에 산다면 속상한 일이지요.
여기 본격적인 항공 촬영에 도전하러 드론을 찾아 나섰는데 "얼마까지 알고 오셨어요?"라고 묻는 듯한 드론을 만난다면 거르는 팁을 알려드릴게요.
- 아무리 세일을 해도 드론의 가격은 성능에 비례합니다. 싸다고 덥석 선택하지 마세요.
- 버튼 하나로 360도 회전 묘기가 가능한 드론은 피하세요. 이런 기능은 완구형 드론에만 있으니까요.
- GPS가 있는 드론을 선택하세요. 이런 드론은 10만 원 이하로는 드뭅니다.
- BLDC 모터를 사용하는 드론을 고르세요. 이런 드론은 20만 원은 지출을 각오하셔야 합니다.
- 안정적인 영상을 위한 짐벌을 가진 드론을 선택하세요. 20만 원 이하의 3축 짐벌 드론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드론스타팅에서 찾은 최저가 3축 짐벌 드론은 재미있게도 이신의 제품입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 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