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에게는 척박한 땅' 서울. 서울에서 드론을 날리려면?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국민가수 패티김의 <서울의 찬가> 가사입니다. 찬미하는 노래가 만들어질 정도로 멋진 도시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하지만 드론 날리기는 영 좋지 않은 곳입니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가 있기 때문이죠. 수방사가 뭐 어쨌기에 무섭다는 걸까요? 공포의 정체를 알려면 ‘비행금지구역’과 ‘비행제한구역’의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비행금지구역은 말 그대로 비행을 할 수가 없도록 되어 있는 곳입니다. 무조건 허가를 받아야 하죠.
반면 비행제한구역은 비행장치의 무게가 12kg 이상이거나 비행 고도가 150m 이상일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곳입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고도 150m 미만에서 12kg보다 가벼운 비행장치를 날리는 것은 자유롭다는 뜻이죠. 우리가 운용하는 대부분의 드론은 12kg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고도 규정만 지켜주면 됩니다.
하지만 서울은 다릅니다. 비행제한구역에서 드론을 날릴 때도 수방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죠. 앞서 드론 날리기 좋지 않다고 한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것 때문에 논란이 많은데요. 항공법 상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승인이 필요없다는 분들도 있고, 승인을 안 받았다가 수방사 측에서 문제 제기를 했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충돌이 생기는 원인은 서울 시내 비행제한구역의 성격 때문입니다. 'R-75'라는 희한한 이름이 붙어 있는데요. 군사적 목적에서 설정된 공역이라 그렇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문의한 결과 군사 관련 특수지역은 항공법에 우선하여 국방부 지침이 적용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국방부에서도 촬영허가 외에 단순 비행승인에 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인데요. 항공법 상으로는 문제가 없고, 국방부 지침에도 별다른 규제가 없지만 수방사의 비행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자꾸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드론스타팅에서는 수방사에서 비행승인을 받는 쪽을 추천드립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국토교통부나 국방부에서 도와줄 리도 없고, 비행승인을 받기 위해 수고는 좀 들지만 따로 금전적 비용을 청구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향후 드론이 대중화되면 비행 관련 규제도 반드시 정비될 겁니다. 좀 불편하시더라도 그때까지만 참아주시기 바라요.
서울보다 심한 곳도 있습니다. 지역으로 따지면 이 분야 끝판왕은 대전입니다. 거의 전 지역이 비행금지구역이거든요. 이 자리를 빌어 대전에 거주하시는 드론 마니아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기사의 주제가 바로 서울에서 드론을 날리는 방법이기 때문이죠. 첫 팩스를 보낸 날부터 최종적으로 비행승인을 받는 데까지는 도합 26일이 걸렸는데요. 물론 제대로 하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리진 않습니다. 다 제가 무지했던 탓이죠. 이 기사를 꼼꼼히 읽으신다면 절대 ‘삽질’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럼 파란만장했던 26일 동안의 기록을 살펴볼까요?
비행승인을 받으려면 우선 어디서 날릴 지를 정해야 하겠죠? 장소 선정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① 사무실과 가까울 것
멀리까지 이동해야 하면 피곤하므로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② 비행금지구역이 아니면서 비행제한구역일 것
비행금지구역의 경우 공익 목적 등 제한된 용도에 한해서 승인을 해줍니다. 이 말을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면 ‘취미활동으로는 거의 불가능’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비행금지구역은 포기했습니다. 혹시 개인 자격으로 비행금지구역 촬영 승인을 받으신 분이 있다면 드론스타팅 자유게시판에 꼭 후기 부탁드릴게요.
비행금지구역은 포기했지만 비행제한구역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둘 다 아닌 곳은 그냥 가서 날리면 되기 때문이죠. 기사를 쓸 내용이 없습니다.
치열한 경합 끝에 장소로 선정된 곳은 바로 ‘이촌 한강공원’! 역시 서울 하면 한강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비행 장소와 이 기사의 제목이 결정되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의구심을 갖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한강 이북은 비행금지'라고 홍보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관련 지도를 잠깐 보실까요?
용산구 쪽이 묘하게도 비행제한구역인 R-75 공역에 들어와 있는 걸 확인하실 수 있죠? 결국 수방사에서 비행승인이 난 것을 보면 지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죠?
장소가 정해진 후 수방사에 의욕적으로 문의전화를 걸었습니다. 물론 제가 공지도 안 읽어보고 전화부터 하는 몰상식한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수방사 홈페이지에서 해당 내용을 찾을 수가 없었답니다.
“드론 비행승인을 받고 싶은데요.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촬영도 하십니까?”
저는 팬텀3 프로페셔널을 날릴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는데요. 여기서 돌아온 뜻밖의 대답.
“그럼 국방부에서 촬영 허가부터 받으셔야 합니다. 비행승인 신청하실 때 국방부 허가서를 같이 제출해주세요.”
이럴 수가! 항공 촬영 허가와 비행승인은 따로 받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나름 드론 전문가이기 때문에 들어본 내용이긴 했습니다만, 직접 신청하는 건 처음이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죠. 세상사가 맘처럼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국방부 촬영허가 신청서 양식은 국방부 홈페이지(mnd.go.kr) 공지사항에서 ‘항공사진’을 검색하시면 내려받으실 수 있는데요. 제가 또 친절함의 대명사 아니겠습니까.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신청서는 아래와 같이 작성하시면 됩니다. 물론 일시, 장소, 인적사항 등은 당연히 적어줘야겠죠? 좌표와 항로는 뭔지 몰라서 기재하지 않았는데 허가받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양식에는 없지만 본인의 휴대전화 번호와 회신받을 팩스 번호를 여백에다가 적어주세요. 안 적고 전송하면 팩스를 두 번 보내야 합니다. 네, 제가 그랬습니다.
촬영허가 신청서는 팩스(02-796-0369)로 보내야 하는데요. 여기서 그만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맙니다. 팩스 전송 전에만 전화를 하고, 잘 받았는지 확인 전화를 하지 않은 거죠. 인터넷 팩스를 이용하다보니 전송 실패가 가끔 일어나는데요. 첫 번째 팩스에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난 거죠. 26일이나 걸린 데는 이 실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확인 전화를 ‘반드시’ 하시기 바랍니다. 확인을 위한 전화번호는 02-748-0543입니다. 팩스 번호와 다르니 유의하세요.
촬영허가를 받기 위해 저는 국방부에 총 네 번의 팩스 전송 시도를 했습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인터넷 팩스 오류로 인해 전송 실패
② 아무리 기다려도 회신이 오지 않아서 국방부에 확인 전화를 한 결과, 팩스가 전송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앎. 그래서 다시 보냄.
③ 회신을 받을 전화번호와 팩스 번호를 기재하지 않아서 또 다시 보냄.
여기까지 총 세 번이죠. 그런데 왜 네 번을 보냈느냐. 제가 보낸 팩스가 어찌된 일인지 누락됐기 때문입니다. 누락의 원인은 대략 두 가지 정도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앞서 팩스 번호와 팩스 확인을 위한 전화번호를 알려드렸는데요. 이곳은 말 그대로 팩스를 받는 곳입니다. 실제로 촬영허가를 담당하는 곳은 국방정보본부 보안정책과로, 전화번호는 02-748-2344입니다.
이런 분리된 구조 때문에 팩스를 받아서 보안정책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제 신청서가 누락되었을 수 있습니다. 이게 첫 번째 가능성입니다.
두 번째 가능성은 훈련입니다. 제가 세 번째로 팩스를 보냈을 때는 애석하게도 국방부가 훈련 때문에 정신없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보안정책과로 몇 번을 전화해도 받지 않았고, 겨우 연결된 분은 담당자가 아니었습니다. 업무 담당자가 훈련 때문에 자리를 계속 비워야 했고, 그러다보니 신청서가 누락되었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팩스를 네 번 보낸 끝에 기어이 촬영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팩스를 보낸 날 기준으로 촬영허가까지는 3일이 걸렸습니다.
국방부에서 촬영허가를 받으면서 수방사에 비행승인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비행승인 신청서 양식은 수도방위사령부 홈페이지(cdc.mil.kr)에서 내려받으실 수 있는데요. 홈페이지에 접속하자마자 아래 사진과 같은 팝업창이 뜹니다. 그 팝업창에서 붉게 표시된 ‘비행승인 신청’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클릭하시면 압축파일 하나가 다운로드됩니다. 압축파일 안에는 세 개의 양식이 들어있는데요. 불꽃놀이, 애드벌룬, 초경량비행장치 순입니다. 드론은 어디에 해당할까요? 답은 굳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은 스마트하시니까요.
신청서 양식을 작성해서 국방부 촬영허가 승인서와 함께 팩스(02-524-2205)로 보냅니다. 팩스 번호와 팩스 확인 전화번호가 같습니다. 팩스 전송 전후로 꼭 담당자와 통화를 하시기 바랍니다.
국방부와 마찬가지로 수방사도 팩스실과 승인 담당자가 다릅니다. 승인 관련업무는 수방사 화력과(02-524-3353, 3359)에서 담당합니다. 팩스실에 전화해서 승인됐냐고 물어도 모른다는 것이죠.
팩스를 보내고 나니 수방사에서 전화가 옵니다. 취미활동 보장을 위해 네 곳(가양대교 북단, 신정교, 광나루비행장, 남양주 왕숙천 일대)의 비행 장소를 열어 놨으니 거기서 날리면 안 되겠냐고 합니다. 정확히는 내부 사정까지는 모르겠지만 비행승인 업무가 꽤나 번거로운가 봅니다. 꽤 긴 실랑이 끝에 담당자가 포기하고 전화를 끊더군요.
참고로 수방사가 말한 네 장소는 현재 한국모형항공협회(KAMA)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수방사에 신청서를 보낸지 5일 만에 승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격의 순간이었는데요. 수방사는 끝까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필수적으로 지켜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안내해주었는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공유하면 안 된다.
② 비행 시작 전과 비행이 끝난 후 반드시 수방사에 보고해야 한다.
③ 비행 시 반드시 비행승인 허가서를 지참해야 한다.
저는 취미로 신청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편이었는데요.
촬영업체 등 상업적 목적일 경우 보안점검관이 비행 현장에 나온다고 합니다.
참고하시길!
박기자의 비행승인 체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주절주절 말이 많았는데요. 핵심적인 내용만 뽑아서 절차를 정리해드립니다.
정리해놓고 보니 정말 간단하네요. 부디 여러분은 저처럼 헤매지 마시길 바랍니다. 포인트는 전화를 자주 해서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겁니다. 혹시라도 신청서가 누락되면 아까운 시간이 날아가니까 말이죠. 허가가 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감안해서, 적어도 비행일 15일 전에는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한강에서 드론을 날리기 위해 알아야 할 절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죠? 부디 규정을 잘 지키셔서, 드론 날리다가 경찰서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경찰서는 무슨 경찰서냐고요? 놀랍게도 실화랍니다. 다들 안비 즐비 행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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