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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쉬땅나무 Sep 18. 2023

마냥 쉽지 않았던 여행의 묘미

'누구나 한 번쯤'- 헝가리 1편

<부다페스트>

                                                                                        

*1 포린트= 3.94 (당시환율)

                                                                    




11일 차  1/ 10





|한국에서 보자!



오늘은 나라를 옮겨 부다페스트로 가는 날이자 비행기 표를 잘못 끊어 먼저 갔던 친구가 또다시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친구의 비행기 시간은 오후였고 나와 다른 친구의 기차시간은 오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숙소에서 인사 끝으로 헝가리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갔다


잘츠부르크와 빈으로 갈 때는 기차에 자리도 있었고 사람도 많지 않아 여유롭고 조용하게 갈 수 있었던 반면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기차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었다

겨우겨우 찾은 자리에 앉아 잠을 청하려 했을 때 같이 놀러 왔는지 남자 3명 여자 3명의 외국인 분들이 술을 마시면서 엄청 시끄럽게 소리치며 노는 것이었다 결국 한숨도 자지 못했고 그렇게 좋지 않은 기분으로 헝가리에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저 주스는 유럽 가서 꼭 마셔야 될 친구이다 저렴한 가격에 진짜 과일을 갈아 넣은 맛이어서 맛 별로 사 먹기도 하였고 다른 한국분들도 들고 다니는 걸 볼 수 있었다)


도착한 부다페스트는 비가 올 듯 흐린 하늘을 보여주었다 사진이 좀 어둡게 나오는 점이 아쉽긴 했지만 새로운 나라에 왔다는 설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집주인분이 체크인이 3시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기차역 내부 물품보관소에 케리어를 넣어두고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생각보다 추워서 국물 요리를 먹으러 갔다 쌀국숫집이었는데 꽤나 맛있었고 얼었던 몸도 녹이기 좋았다






| 뉴욕카페



숙소로 가기 전 현 위치에서 꼭 가야 되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뉴욕카페'였다

tv 여행프로그램에서 보았는데 궁전처럼 화려한 내부의 카페였고 음악공연도 시간마다 하는 곳이라 꼭 가보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보았을 때는 웨이팅을 오래 하셨다는 분들이 많았는데 나는 약간의 웨이팅 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날이 추웠던 점이 한 몫한 거 같았다

음료 값은 대부분 7천 원에서 9천 원 정도로 비싼 느낌은 있었지만 분위기와 내부 인테리어를 생각하면 괜찮았다



간단하게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시켰는데 둘 다 너무 맛있었다 음료는 흔하게 맛볼 수 있는 맛이었지만 아이스크림이 새로웠다

특히 흰색 아이스크림은 코코넛 맛이었는데 이 맛의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어 굉장히 새로웠다 느끼하지도 달지도 않고 코코넛 고유의 맛이 진했는데 너무 잘 시킨 거 같았다

다른 맛은 망고맛이었는데 코코넛 맛이 위에 나온 이유가 망고맛이 진하기 때문이다 망고의 상큼한 맛이 입 안을 마무리 지어주는 느낌이었다


친구와 맛을 즐기던 그때 갑자기 바이올린을 든 한 남성분이 중앙에 서서 연주를 시작하셨다 이런 분위기에서 듣는 클래식 연주도 새로웠다 정형적인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간 게 아니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디저트와 같이 즐긴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쉽지 않은 셀프 체크인


짐을 찾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 근처 집들이 워낙 붙어있어서 주소를 받아도 정확한 위치를 찾기가 힘들었다게다가 지금까지는 헤매고 있을 때 에어비엔비 주인 분들께서 근처로 나와주셨지만 이곳 부다페스트의 숙소는 셀프 체크인이었기에 상당히 쉽지 않았다

지나가는 분들에게 다 물어보았지만 영어가 가능하신 분들이 적었기에 길을 묻기 전에 영어를 하실 수 있는지부터 물어야 했다


도와주시려는 많은 분들 덕분에 대문 앞까지 갈 수 있었지만 도무지 대문을 여는 방법을 알 수 없어 그곳에서 또 몇십 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다시 길을 물어보려 할 때 끝에서 걸어오시는 무스탕을 입은 남자분을 보았고 친구와 나는 영어가 가능할 거 같다며 그분께 물어보기로 했다


이미 너무 지친 상태였던 우리는 영어가 가능하다고 하자마자 너무나 반가워 열심히 말을 했고 그분은 끝까지 귀 기울여 들어주셨다

그리고는 돌아온 대답이  '제가 여기 살고 열쇠가 있으니까 열어드릴게요'였다 

그 겨울에 땀을 빼며 울기 직전이었던 우리는 연신

'Thank you so much'를 반복하며 드디어 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아직도 유럽여행을 말할 때면 이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체코에서의 기타 오빠들처럼 이분은 헝가리 오빠로 불렸고 먼저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도 이분을 봤어야 했는데라고 아쉬워하며 말하곤 했다

헝가리 오빠는 그렇게 대문을 열어주고 쿨하게 본인 집으로 들어가셨다 나와 친구도 겨우 들어온 대문을 넘어 숙소 문 앞까지 갔다 문 앞 난간에 자물쇠가 달린 상자가 있었고 그 안에 있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렇게 애써서 겨우 들어간 숙소는 관리가 잘 안 되어있는 느낌이었다 화장실 욕조에는 머리카락이 그대로 있었으며 심지어는 휴지도 없었다

아직 청소가 덜 되어 3시부터 체크인이 된다고 했었는데 청소는 아무것도 되어있지 않았다 거실 소파나 침대는 그저 그랬지만 화장실에서 이미 위생적으로 별로였기 때문에 그렇게 인상이 좋지 않았던 곳이었다


친구와 나는 짐을 풀고 한숨을 돌리며 일정을 확인했다 숙소를 찾고 대문을 넘기까지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했기에 오늘 일정을 내일로 미뤄야 했었다

일정을 보다 보니 빈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 공연을 못 본 것이 아쉬워 부다페스트에서는 보자며 예매했던 공연이 오늘인 것이다

심지어 당장 준비하고 나가야 되는 시간이었다 지쳐있던 나와 친구는 서둘러 다시 집을 나서야 했다


근데 또 대문이 말썽이었다 밀어도 열리지 않고 당겨도 당겨지지 않고 심지어는 아무도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았다 도저히 나갈 수 없는 대문 앞에서 또 10분을 소비한 우리.

결국 1층에 있는 집 중 한 곳에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자고 했다 친구가 용기 있게 나서 주었고 어떤 언니분이 사시는 곳이었는데 처음에는 의아해하시는 것 같았지만 이내 우리의 사정을 듣고 웃으며 대문 여는 법을 알려주셨다

(이후 이분은 헝가리 천사언니가 되었다) 


문 여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했다 옆에 버튼이 있었는데 그걸 동시에 누르면서 대문을 열어야 했다  

이분께도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며 또 한 번 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 쉽지 않은 오페라 공연


그렇게 겨우겨우 찾아간 헝가리 오페라 하우스는 공사 중이었다....!?

그래도 겉만 공사를 하겠지 하며 앞, 뒤, 옆을 다 보았지만 그냥 전체적으로 공사를 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공연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또다시 지나가시는 분들께 질문을 시작했다


그래도 항상 우리 앞에 나타나는 도움의 손길!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은 우리가 가는 극장은 다른 곳이라고 하셨다 서둘러 지도를 검색해 보니 15-20분 정도 걸리는 곳인데 공연시간까지는 20분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타야 될 트램이 곧 도착이라고 되어있었고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신호에 걸려 운 좋게 탈 수 있었던 트램.

친구와 나는 거의 울기 직전의 상황에서 한숨을 돌리며 내리자마자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뛰기 시작한 우리 둘. 트램을 바로 탄 덕분에 5분 정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옷을 맡기고 들어간 공연장은 빈 오페라하우스보다는 작았지만 자리가 너무 좋은 곳이라 놀랐다

앞에서 5번째 줄 사이드 자리였는데 무대가 너어어어무 잘 보이는 곳이라 이미 빈에서도 자리를 잘못 찾은 경험이 있었기에 직원분께 2번을 더 물어본 끝에 확신하고 자리에 앉았다



자리가 좋은 덕에 배우분들이 또렷이 보여 공연에 집중이 더욱 잘 되었고 스토리를 모르는 다른 작품이었으면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았지만 유명한 작품인 '피가로의 결혼'이라 이해도 바로바로 할 수 있었다

발레에 이어 피가로의 결혼 오페라까지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옷을 찾으러 갔는데 빈에서처럼 사람이 붐비지 않아 신기했다 알고 보니 이곳에서는 공연을 본 뒤 로비에 모여 음료를 마시며 뒤풀이를 하는 문화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와 친구는 잠시 고민도 없이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열쇠가 없었기에 다시 대문에서 못 들어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문 앞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들어가시는 분이 계셔서 이번에는 편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기진맥진이었던 오늘 하루.

누구나 한 번쯤 여행에서 겪어볼 만한 일들이 오늘 연달아 생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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