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헝가리 2편
전날 숙소를 찾고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비되어 오늘은 보다 일찍 움직이게 되었다
헝가리에서 제대로 보내는 날은 오늘 뿐이기에 아쉽지만 온천에 가는 계획은 빼기로 했다
헝가리에서의 기념품 구입을 위해 바치거리로 향했다 가던 도중 길을 잘못 들었는데 앞쪽에 멋진 건물을 하나 발견하였다 친구와 나는 호기심에 들어가 보자고 했고 검색해 보니 성 이슈트반 대성당이었다
우연히 들어간 그곳은 외부만큼이나 굉장히 크고 웅장한 곳이었다 다른 곳과 달리 기둥이 정말 많았는데 지탱하는 아치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앙에는 돔형태로 더 높게 솟아 있었으며 천장과 벽면은 모두 빈틈없이 다양한 타일과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금색과 갈색계열의 색상이 그곳을 더욱 고풍스럽게 해 주었고 더불어 이곳에도 아직 남아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따뜻한 안식처 느낌을 주었다
이번 여행에 체코에서부터 많은 성당들을 봐왔는데 가는 곳마다 내부의 장식이며 느낌이 너무 다른 것이 신기하였고 그것들이 유럽의 또 하나의 매력인 거 같다
너무 운 좋게도 멋진 성당을 보고 나와 원래 가려던 바치 거리로 향했다
생각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했었기에 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았고 그래서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열려있는 기념품 가게들에 들어가서 필수요소인 기념 마그넷을 구입했다
그 뒤에 문을 연 다른 가게들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슈테판 대성당의 관광거리와 비슷할 거라 생각하며 갔지만 생각보다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으로 다음 장소로 향해야 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친구가 가보고 싶다고 한 테러하우스였다 처음 딱 봤을 때 건물 외부가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디자인이었기에 새롭고 흥미로웠다
어떤 건물인지 잘 모르고 내부도 보자며 들어간 그곳은 2차 세계대전과 공산체계 당시 희생되었던 유대인 분들을 애도하기 위해 세워진 장소였다 생각보다 너무 뜻깊은 장소에 방문해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번 여행에서 그 나라만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을 가지 않았기에 더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를 잘 못 하지만 곳곳에 적힌 해설들을 짧게나마 읽고 실제 수용시설들을 재연해 놓은 공간도 들어가 보며 헝가리의 아픈 역사를 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나와 점심 식사를 위해 검색을 해 보았다 날씨가 추워서 가까운 곳에서 찾아보기로 했는데 우연히 구글지도에서 까마귀 식당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한국사람들도 많이 방문했으며 맛집이라는 후기를 볼 수 있어서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고 일찍 움직인 덕분에 운이 좋게도 웨이팅을 거의 하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는 아늑했으며 후기처럼 한국분들도 꽤 계셨다
날씨가 추워 수프와 피자 어떤 음식인지 모르는데 새로운 이름의 메뉴를 시켰다
친구와 다음 행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비주얼이 맛있어 보여 얼른 먹어보았다
세 상 에 이런 맛은 처음이었다 주문한 음식 중 수프 외에 모든 음식이 씹기 힘들 정도로 짰다
배가 너무 고픈 상태였고 배부르지 않은 이상 보통 음식을 남기지 않았는데 이곳의 음식들은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후기도 좋았기에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분들의 반응을 살폈으나 모두 잘 드시고 계셔 우리 입맛이 잘못되었나, 우리 음식만 이런가를 연신 생각하다가 결국 2/3를 남기고 나왔다
어제의 사건에 이어 밥까지 연달아 쉽지 않아 지친 나와 친구는 다른 관광지를 넘겨버리고 이르지만 바로 야경을 볼 수 있는 어부의 요새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는데 워낙 웅장하고 언덕에 있었기에 멀리서도 잘 보였던 어부의 요새는 가까이에서 보니 더 거대하였다
이곳은 마차시 성당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성곽은 어부들이 요새 근처에서 다뉴브 강을 건너는 적을 방어하면서 '어부의 요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해가 지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기 때문에 마차시 성당 내부를 보기로 했다 입장료는 1800 포린트로 원화로 7천 원 정도였다
마차시 성당의 내부는 아침에 이슈트반 대성당과도 비슷하였고 외부는 빈에 있는 슈테판 성당과 동일한 양식으로 만들어졌다고 규모는 작았지만 역대 모든 헝가리 국왕의 대관식이 행해진 곳이라 차분한 화려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벽과 천장에는 빼곡히 다양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으며 굉장히 고풍스러운 느낌의 성당이었다
성당을 다 보고 나오니 해가 지려고 하늘에 점점 붉은빛이 생겨났다 어부의 요새에 온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해가 지기 전의 페스트 지구의 전경 또한 아름다워 야경이 어떠할지 더 궁금해졌다
하지만 어두워지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데다가 날씨도 추워 근처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스타벅스는 사람도 많고 자리 간격이 굉장히 촘촘하였는데 나랑 친구가 앉은 라인은 거의 대부분이 한국분들이었다
친구랑 저녁에 시간이 되면 중앙시장에 가보자 라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바로 옆 테이블 한국분께서 그곳은 문을 일찍 닫는다는 것도 알려주셨다 외국에서 한국분들과 가까이에서 대화하니 너무 반가웠고 뭔가 한국어가 곳곳에서 들리다 보니 한국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해가 서서히 지려할 때쯤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있었다 페스트지구 쪽만 햇빛에 물들어 그냥 날이 밝았을 때 보는 것보다 점점 아름다워지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 풍경을 배경 삼아 사진도 찍고 감상을 하며 어둠이 내려앉기를 기다렸다
어느덧 해가 사라지고 국회의사당에 불이 들어오니 그토록 기다렸던 야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는데 유독 줄이 긴 곳이 국회의사당의 정면 쪽으로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곳이었다
여행하면서 느꼈는데 한국사람들 나를 포함한 모두 사진에 진심이셨고 이곳 사진 명당자리에 질서 있게 줄 서 계신 사람들 모두 한국분들이셨다 야경 외에도 작은 한국도 볼 수 있어 반가운 순간이었다
중앙 쪽은 사람이 너무 많아 옆쪽 성곽에 앉아 우리만의 사진 스폿을 찾아서 찍어보았다 친구의 사진은 잘 나왔는데 내 사진이 아쉬워 친구가 추운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 찍어주어 고마웠다
여행을 하다 보면 사진이 정말 중요한데 불만 없이 서로의 인생샷을 건저주기 위해 노력해 주어 고마웠다
유럽의 3대 야경이 있다고 들었다
1. 프랑스 파리의 야경
2. 체코 프라하의 야경
3.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야경
이로써 이번여행에서 2가지의 야경을 경험하게 되었다 프라하도 부다페스트도 왜 3대 야경에 뽑혔는지 직접 보니 알 수 있었다 평생 잊지 못할 순간들이 생겼다
야경을 보고 어김없이 마트로 향했다 저녁에 간단하게 먹을 과자들과 술이 먹고 싶어 맥주하나를 구입했다
헝가리에서의 마지막 날. 친구와 나는 조촐하게 남은 반찬들을 꺼내어 저녁을 먹고 과자와 함께 술도 마셨다
솔직히 다른 나라들에 비해 헝가리는 인상이 좋진 않았다 셀프체크인부터 숙소의 청소상태며 이어 여러 가지 일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났고 기대했던 곳들이 생각보다 기대 이하인 점도 많았다
하지만 여행이 언제나 완벽할 수 없기에 이러한 변수들도 나중에는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마 헝가리에 더 오래 있었다면 다양한 것들을 즐기며 이런 인상이 사라졌을 텐데 라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았기에 만족스러운 헝가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