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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Jul 17. 2021

매일 같은, 다른 노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노을을 찍어도 매번 노을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날의 날씨, 구름의 정도, 빛이 퍼지는 양, 카메라를 든 각도,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움직임까지

하나하나 다른 것들은 결국 다른 모양을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사실 우리가 노을을 마주할 때마다 저 멀리 우주에서의 태양은

나선형으로 순환하는 과정 속에서 아주 조금씩 다른 각도로 우리에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사람도 그렇다. 매일 아침마다 인사하고 저녁에 잠에 들기까지

수없이 같은 인사를 반복해도 우리는 그 사람이 '안녕'하고 문자를 보낼 때의

사소한 기분, 그때의 공기, 제법은 시끄럽기도 혹은 고요할지도 모르는 분위기 때문에

조금은 달라지는 미묘함을 알아채지 못한다.


어제의 노을이 오늘의 노을과 다르듯이

내일의 노을은 언젠가의 노을과 아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수없이 안녕을 고하는 노을을 그저 멀리서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Leica D-lux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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