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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Sep 17. 2021

위기에 처한 남자와의 달콤한 로맨스?

당신을 현혹시키는 나쁜 거짓말 '로맨스 스캠'

나는 취미로 찍은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여느 날처럼 사진을 올렸는데 누군가에게서 DM을 받았다.

사진을 올리면 몇몇 외국인들이 댓글을 달거나 친구 요청을 하기 때문에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데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고,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이라니! 뭐 요즘은 글로벌한 시대니까. 외국인 친구 한두 명쯤은 있을 법하니까라는 생각으로 인스타 디엠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우리 카카오톡 하지 않을래?


낯선 외국인 친구는 한국인은 카카오톡을 많이 사용하지 않느냐면서 카카오톡 하자 계속 졸라댔다.

메시지에 하트 누르고 난리부르스~~

카카오톡으로 넘어간 후 한국에 관심 있다고 열심히 어필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로 한국에 관심 있어하는 외국인이구나 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 자신이 처한 상황과 현재 생활패턴에 대해 술술 말한다. 속으로 그것 참 tmi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서히 시작되는 그의 플러팅. 일단 처음에 나를 50살이라고 소개했는데, 이 외국인은 자기가 곧 은퇴를 앞둔 49살 남자라고 했다. 그래서 그의 플러팅이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이후에는 제 나이를 얘기하긴 했지만 일단 그의 노선은 플러팅이었다.


자꾸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은 외국인들 특성이지 않을까?라고 넘길 정도긴 했지만 매일 비슷한 시간에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집요하게 묻는 그가 이상하다고 느낄 참이었다.

테러라니!

갑자기 테러가 났다며 연락이 없어진 그였다. 나는 정말로 기지에 테러가 일어난 줄 알고 걱정되긴 했다. 그런다 다음날 그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좋은 아침이라는 말과 함께 동료가 죽었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전해왔다. 그 순간 느껴지는 싸한 촉(대부분은 이 느낌이 들어맞았다) 온 순간부터 의문이 들었다.


1. 테러가 일어난 와중에 군인이 카톡을 보냈다?

2. 정말이라면 사고를 수습하기 바쁠 텐데 좋은 아침?

3. 동료가 죽은 정도의 테러라면 글로벌 뉴스 기사라도 올라왔을 텐데 구글링해도 그런 기사는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로맨스 스캠'을 구글에 검색해보았다.

로맨스 스캠(영어: romance scam)은 피해자에 대한 이성적 관심을 가장하여 피해자의 관심을 얻어 그들의 호의를 이용하는 신용 사기의 일종이다. 피해자의 금품이나 은행 계좌, 신용 카드, 여권, 이메일 계정, 주민 등록 번호에 접근하거나, 피해자가 피의자의 이익을 위하여 사기를 저지르도록 강요하는 것을 포함한다.
(출처 : 위키백과)

로맨스 스캠에 대해 공통적인 부분은

1. 자신을 파병군인, 의사 등 사칭하여 자기가 외로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어필

2. 신분증, 훈련 사진 등 사진을 보내며 믿도록 유도

3.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 싶다는 로맨스를 말함


이 정도인데 1번은 맞았지만 사진은 보내지 않았고 처음에 내가 나이를 속여서 말했기에 로맨스 어필도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돈 빌려달라고 했는데 나한테 힘내! 이러고 말았다. 그 후로 당신의 군번을 말하라고 했더니 나는 기다릴 거라며 말을 돌렸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가지.

처음에 딸 이름이 사라였는데 '올리비아 잘 지내?'라고 물으니 잘 지낸다고 답했다. 그래서 여러 글을 찾아보니,


1. 조지아주 애틀랜타

2. 알렉산더 와이어트

3. 시리아 파병 중


요정도가 요즘 또 기승하는 로맨스 스캠 신분 같다. 실제 신분은 어떨지 몰라도 외로운 사람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너무 질 낮은 사기라고 생각한다.


항상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없이 다가오는 사람을 경계하는 편인데, 외국인이라는 낯선 조건은 합리적 의심을 방해하는 부분이 되기도 한다. 외국애들은 표현을 잘하니까~하면서 넘기는 것처럼 말이다.


이후에는 연락을 더 이상 주고받지 않았고, 금전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또 이러한 사기를 칠 것이고 또 그 사기에 당할 것이라는 생각에 글을 써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보시는 분들도 이런 사람과 연락하고 있다면 꼭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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