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두려움이 생긴 것 같아

엄마가 된 여자

by dropfairy

5개월 때부터 제법 발을 톡톡 떼었던 너. 그래서 일찍 걸음마를 할 줄 알았던 네가 요즘엔 도통 걸으려고 하지 않는다. 손목을 꽉 붙들고 있을 땐 조금 걷지만 손을 느슨하게 잡거나 한 손을 놓으려고 하면 너는 두려운 듯 먼저 주저앉아 버린다. 엉겁결에 30초가량 혼자서 서 있던 적도 있었지만 더는 나아가지 않았다. 아직 혼자서 발을 떼는 게 낯설고 무서운가 보다.


너는 엄마가 네 옆에 누워 있으면 한참이나 곤한 잠을 자는 순한 잠꾸러기이다. 그러나 네 곁에 아무도 없으면 어김없이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울면서 방문을 열고 엄마 품으로 기어 오고 만다. 혼자 남겨지는 것, 네가 손을 내밀었을 때 그곳에 아무도 있지 않는 것, 너에게도 그런 두려움이 생겼나 보다.


너뿐만이 아닐 거다. 엄마도 그런 막막한 두려움을 현실로 여러 번 마주했단다. 그럼에도 엄마가 다시 희망하고 믿고 사랑하는 건 언제나 내 편인 지치고 초라해진 나를 조금도 뿌리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너에게 엄마는 네가 넘어지고 아플 때마다 무조건 너를 일으켜 주는 사람이고 싶진 않다. 하지만 네가 진정 엄마를 필요로 할 땐 그곳이 어디건 어떤 상황에서건 너를 지켜주고 보듬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네가 혼자 일어설 힘이 없고 사람이 싫어지고 네가 잡고 싶었던 것들 중 어느 것도 네 것이 되지 않을 때 그런 때라면 세상 가장 볼품없는 모습이라도 스스럼없이 엄마 품에 안겼으면 좋겠다.


내 아들아. 엄마는 네가 걸음마가 늦고 말이 뒤처지고 모든 것이 조금씩 부족하다 해도 조바심을 내거나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항상 남보다 뒤에서 나아간다 하더라도 내가 너에게 바라는 건 네가 행복해지는 것, 살고 싶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 그래서 많이 웃고 많이 기뻐하는 것이 전부란다. 나는 네 엄마이고 네가 행복해지기 위해 나에게 원하는 게 있다면 최선을 다해 너에게 주려 할 것이고 그렇게 내가 눈 감는 날까지 엄마 된 도리를 다 하고 싶다.


J야. 두려움, 외로움, 사람이라면 어린아이건 장성한 청년이건 백발성성한 어른이건 피할 수 없지만 그래도 도망가고 숨으려고만 하지 않으면 못 이겨 낼 것도 아닌 것 같다. 두려우면 소리 지르고 몸을 웅크리고 주저앉아도 되고, 참기 힘든 외로움이 느껴지면 눈물 흘리고 고개를 묻고 조금 나약해져도 돼. 다만 현실을 외면하고 뒤로 뛰어가는 것 그 길에서 아무렇게나 기대고 상처 주고 결국은 스스로를 병들게 하는 것만큼은 네가 넘어 서기를 소망한다. 너에게 무조건 강한 사람이 되라고 채찍 하진 않겠지만 네가 행복해지기 위한 만큼의 굳건함과 자신감은 가졌으면 한다.


너와 함께 한 시간이 쌓여서일까. 매일 너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는 것 같다. 하루 종일 너만 보고 너만 생각하고 너만 만지며 그리 살고 싶을 정도로 엄마는 너에게 중독되어 버렸다. 그래도 네게 필요한 만큼만 네 곁에 있겠다. 내 사랑으로 너를 지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는 자유롭게 사랑하고 행복할 너를 바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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