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데 여름같이 덥네.'
두터운 긴 티셔츠에 자켓을 입었는데, 반팔이라도 사입을 걸 그랬나? 약간의 열기가 목 뒤로, 머리 밑으로 후끈 전해진다. 바쁜 걸음을 걸으면서도 휴대폰 셀카로 슬쩍 비춰보고 송글 땀에 젖은 머리를 한번 쓸어넘겼다. 만나기로 한 건물을 향해 통통 튀듯 걸음을 재촉했다.
'얼마나 기다린 모임인데. 늦으면 안되지. 좀 더 일찍 올 걸 그랬나?'
오랜만에 작가님들을 만나게 될 생각으로 마음이 한껏 달뜬 상태였다.
건물 앞에서 수줍게 눈으로 인사를 나눈다.
'우리 동기님들인가보다. 필명만 알고 안면식을 하지 않은 작가님들이 많으니 우리 동기님인가 보다. 역시나 인상들도 좋으셔.'
테이크 커피잔을 든 짧은 단발 작가분이 내게 엉거주춤 수줍게 인사를 하신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메리골드예요."
"저는 빛방울이요!"
"저는 사실 활동을 잘 안해서요!"
어쩐지 이름도 낯설고 오프모임에서도 못 뵌거 같다. 작가님을 따라 엘레베이터를 타고 8층에서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다. 내리자마자 문 앞에서 만나자 두근거렸던 설렘이 반가운 맘으로 바뀌기는 커녕 낯선 이들의 시선에 순간 얼음이 되었다. 문앞엔 처음 본 낯선 분들이 앞에 서 계셨다. 번쩍이는 슈트를 입은 남성분들도 여럿 보였다.
아, 뭔가 이상하다.
"여기 맞나?"
내가 아는 우리 작가님들도 안보이고 사뭇 다른 느낌의 무리들이 강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당황한 채 엘레베이터를 다시 탔다.
'뭐지?'
'아까 나와 인사를 나눈 메리골드분은 그럼 누구? 난 지금 어디?'
함께 간 작가님과 서둘러 톡방에 들어가 건물과 몇 층인지 확인했다. 작가님들이 1층에서 기다리며 찍은 사진을 왜 이제야 본 걸까! 어떤 의심도 없이 메리골드님 따라 왔다가 영영 다른 세계로 발을 들일 뻔했다. 만약, 내가 처음 이 오프모임에 참석했더라면 말이다.
그나저나 도대체 메리골드님은 누구인거지? 어쩌면 지금 같은 시간에 정체모를 메리골드님도 "대체 빛방울님은 뭐하는 분이지?"고개를 갸웃거릴지 모를 일이다.
사람들과 꺄르르 웃으며 이야깃거리로, 글로 남았으니 메리골드님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덧붙이는 말
오늘의 글은 빛방울에 술방울을 섞어 쓴 글입니다.
긴 글로 이어지지 못하고 어설피 끝날 수 밖에 없음을 술 핑계대며 마무리 지어 봅니다.